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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전주(봉동)생강(올공쇠 이야기)

조선시대 전주의 한 장사꾼이 수확한 생강을 배에 한가득 싣고 평양으로 팔러갔다. 관서지방에서는 생강이 생산되지 않아 전주 생강을 매우 비싼 가격에 팔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평양에는 타이라는 이름난 기생이 있었다. 생강 장수는 그 기생에게 혹하여 생강 판 돈을 모두 탕진하고 말았다. 빈털터리가 된 생강 장수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어 타이의 집에 부엌살이를 시작하였다. 긴 시간이 지나고 생강 장수가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자 타이는 불쌍히 여겨 집안에 굴러다니는 고물을 몇 개 찾아주며 그것을 가면서 팔아 노자에 보태라 했다. 그중에는 장구 테에 줄을 걸 수 있게 만든 갈고랑이 즉 올공쇠가 16개 있었다. 길을 떠나 고물을 팔려는 도중에 생강 장수는 흙에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오금(烏金) 얼공쇠음을 알게 된다. 당시 오금은 순금보다 열배는 비쌌다. 건네준 타이도 오금 올공쇠인 줄 몰랐던 것이다. 생강 장수는 전주로 돌아와 올공쇠를 백만금에 팔아 다시 잘 살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유몽인(柳夢寅, 1559~1623년)의 『어우야담(於于野譚)』에 실린 ‘속담 올공쇠 이야기’이야기 이다.

생강은 독특한 향과 맛이 나는 식물로, 비대해진 덩이줄기를 식용으로 한다. 맵고 따듯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한방에서는 약용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원산지는 인도, 말레이시아 등지의 열대지방이다. 우리나라에 유입된 시기는 명확치 않으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1241)에 생강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응희(李應禧, 1579~1651)의 『옥담사집(玉潭私集)』에는 생강(生薑)의 모양과 효능을 아래와 같이 표현하였다.

우뚝해라 저 밭에 있는 식물 / 卓彼畦中物
다른 채소와는 형체가 달라라 / 能殊衆菜形
단단하고 굳기는 옥출과 같고 / 剛堅同玉朮
연이어 맺힌 모양은 황정을 닮았네 / 連結類黃精
먹고 나면 가슴이 먼저 후련하고 / 喫罷胸先豁
많이 먹으면 몸이 절로 평안하지 / 餤多體自平
정신이 통하고 탁한 기운 없애니 / 通神且去穢
일찍이 성인의 경전에 드러났네 / 曾著聖人經

생강은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 전주부에 토공(土貢),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1530), 『전라도읍지(全羅道邑誌)』(1760), 『여지도서(輿地圖書)』(1765), 『여도비지』(1856), 『대동지지(大東地志)』(1866), 『호남읍지(湖南邑誌)』(1871), 『완산지(完山誌)』(1905) 전주부 토산에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는 유서 깊은 작물이다. 뿐만아니라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읍(邑) 사람들이 업(業)으로 생강을 심고 있다.”고 하였으니 전주 인근의 생업 작물이었다. 『어우야담』의 생강 장수처럼 전주 상인들에게 생강은 큰 자금줄이 되어 전국을 누비게 하였다. 『우서(迂書)』(1800년대 전반)에는 생강 상인들의 평양 판매를 두고 상판(商販)의 사리와 액세(額稅)의 규제를 논의하는 문답을 논하기도 하였다.

허균(許筠, 1569~1618)은 『도문대작(屠門大爵)』(1611)에서 ‘생강[薑]은 전주에서 나는 것이 좋고, 담양과 창평의 것이 다음이다.’라고 하였다. 이하곤(李夏坤, 1677~1724)은 1722년 호남을 유람하며 쓴 『남행집(南行集)』에서는 전주의 기름진 시냇가 밭엔 모두 생강을 심었는데, 생강으로 담근 김치(薑鬚作菹)의 맛이 좋아 나그네의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제작자 (사)한국음식인문학연구원
집필자 차경희
발행기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저작권자 한국문화원연합회
분야 한식[음식] 참고문헌 유
몽인 저, 이월영 역, 『어우야담(於于野譚)』, 달섬, 2019;
허균, 『도문대작(屠門大爵)』, 1611,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이응희, 『옥담사집(玉潭私集)』,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유수원, 『우서(迂書)』, 1800년대 전반,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이하곤 저, 이상주 역, 『18세기 초 호남기행-남유록과 남행집』, 이화문화출판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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