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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문학 속의 전북 음식 이야기, 문화관광 상품으로

전북 음식문화는 판소리 '춘향전', '흥부전'에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가난한 흥부네 아이들이 뚫어진 이불구멍으로 '콩나물 대강이'처럼 머리만을 내밀고 앉아 '열구지탕에 국수 좀 말아 먹었으면', '개장국에 흰밥 좀 말아 먹었으면', '대추 시루떡에 검정콩 좀 놓아 먹었으면' 하는 대목이 그렇다. 흥부가 잘 살게 됐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놀부에게 상을 차려내는 대목에서는 그야말로 진진한 상차림이 벌어진다. '너비아니와 염통산적, 암소갈비, 국젓과 소라젓, 아가미젓 그리고 수육, 편육, 어회, 육회, 대하와 숭어구이, 전복채' 등 밥과 밑반찬을 합하면 30여 가지가 훨씬 넘는다.

채만식의 수필 '불가음주 단연불가(不可飮酒 斷然不可)'엔 '뻑뻑한 막걸리를 큼직한 사발에다가 넘싯넘싯하게 그득 부은 놈을 처억 들이대고는 벌컥벌컥 한 입에 주욱 다 마신다. 그러고는 진흙 묻은 손바닥으로 입을 쓰윽 씻고 나서 풋마늘대를 보리고추장에 꾹 찍어 입가심을 한다. 등에 착 달라붙은 배가 불끈 솟고 기운도 솟는다'고 나온다. 해학적인 글맛이 더욱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최일남의 '석류' 줄거리다.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데, 어느 날 작은아버지가 방문한다. 어머니가 손수 끓인 아욱국을 달게 드신 작은아버지가 어머니의 음식 솜씨를 칭찬하면서, 어머니와 작은아버지의 음식에 대한 대화가 시작된다. 아욱국과 아욱죽, 열무김치, 강냉이죽, 고추김치, 굴비포, 하이라이스 등 과거에 어머니가 만들어 주었던 음식들의 조리 과정과 그에 얽힌 사연들 그리고 그 사연 뒤에 놓인 역사적 현실들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어머니와 작은아버지의 대화를 듣던 ‘나’는 여러 가지 상념에 잠긴다. 밤늦게까지 한바탕 이야기판을 벌인 작은아버지가 집으로 돌아가고, 어머니와 ‘나’ 그리고 아내는 비로소 잠자리에 든다. 한밤중에 깬 ‘나’는 어머니가 식탁에서 혼자 석류를 먹으며 숙진이를 떠올리는 말을 듣는다. ‘나’는 어릴 때 죽은 여동생 숙진이가 석류를 먹고 싶어 했지만 소원을 들어줄 수 없었던 어머니의 회한을 생각한다.

음식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우리 고유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구수한 입담으로 펼쳐 놓고 있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고유어와 한자어의 사용이 두드러지는 의고체를 활용하고 있으며, 은근한 미소를 띠게 하는 대화의 해학적 표현이 특징적이다.

최명희의 ‘혼불’은 한국인의 세시 풍속, 관습, 음식 등의 유래와 이치 등 한국인의 모든 면모를 상세하게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음식과 관련된 우리 민족의 삶과 문화를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일남의 ‘석류’와 공통점을 지닌다.

신석정의 '추과삼제(秋果三題)'는 밤, 감, 석류가 등장한다.

‘명랑(明朗)한 이 가을 고요한 석양(夕陽)에 저 밤나무 숲으로 나아가지 않으려니? 숲 속엔 낙엽(落葉)의 구으는 여운(餘韻)이 맑고 툭 툭 여문 밤알이 무심히 떨어지노니 언덕에 밤알이 고이 저 안기듯이, 저 숲에 우리의 조그만 이야기로 간직하여, 때가 먼 항해(航海)를 하여 오는 날 속삭이기 위한 아름다운 과거(過去)를 남기지 않으려니?(밤)

하­얀 감꽃 꿰미꿰미 꿰던 것은 五月이란 시절이 남기고 간 빛나는 이야기어니, 물밀듯 다가오는 따뜻한 이 가을에 붉은 감빛 유달리 짙어만 지네 오늘은 저 감을 똑 똑 따며 푸른 하늘 밑에서 살고 싶어라.감은 푸른 하늘 밑에 사는 붉은 열매이어니…(감)

후원에 따뜻한 해볕 굽어보면 장독에 맨드래미 곱게 빛나고,마을간 집 양지 끝에 고양이 조름 졸 때, 울 밑에 석류 알이 소리 없이 벌어졌네. 투명한 석류 알은 가을을 장식하는 홍보석(紅寶石)이어니, 누구와 저것을 쪼개어 먹으며 十月 상달의 이야기를 남기리?(석류)’

이는 '표준문예독본(이병기, 정인승, 백철 편, 신구문화사 간, 1955)' 96~97쪽에 실려 있다. 최승범시인은 고창 선운사 인근 식당에서 더덕무침을 맛보고 난후 시를 지었다. '선운사 동백식당 더덕무침은 꽃판이다 복분자 술과 썩 어울리는 맛이려니 입맛도 간살스러워 군침부터 돌린다. 양념 고명을 쓴 더덕바심살이 입 안에 들자 향기로운 꽃밭이다 거나히 돌아오는 길에도 날 잊을래 아양이다'

'해동죽지'에 고추장은 순창의 명물이라 하고, 고추장의 빛깔은 연홍(軟紅)색이고, 맛은 달고 향기가 청렬(淸冽)하고, 반찬 중의 뛰어난 식품이다. 순창 사람이 서울에 와서 손수 순창 고추장을 만들었던 바, 맛과 빛깔이 모두 본 지역의 고추장에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고추로 장 담그는 일 딴 나라엔 없는 일 오직 우리나라 일미의 음식이라네. 그 중에 순창 고추장이야 으뜸가는 맛이지' 순창은 예부터 지명이 '옥천(玉川)' 고을로 불릴 정도로 물이 좋은 고장이 아니었던가.

스토리 산업은 4차산업혁명의 빠른 변화 속에서 변함없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전북지역의 스토리 산업 활성화는 매우 중요하다. 문학속의 음식 스토리를 발굴해 시나리오 등 작품 집필로 연계해 콘텐츠를 만드는 한편 지역민이 주도하는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문화관광 상품으로 활용하기 바란다. /이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