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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전주 복숭아 '승도'


제20회 전주명품복숭아축제가 2018년 24일부터 25일까지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다. 더운 오늘, 아삭한 복숭아 한 입 깨물면 열심히 달려오던 더위도 저 만치 달아나지 않을까. 풋열매 뽀얀 털에 감싸여 햇살 안고 있는 듯한 미소를 보이는 복숭아가 당신같아 모처럼 웃어본다.

‘유미’ 품종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고 있다. ‘유미’는 농진청이 2008년 육성한 품종으로 남부 지역은 6월 하순에서 7월 상순 경 수확한다. 복숭아의 역사 기록으로는 삼국사기 백제본기 온조왕 삼년(기원전 16년)동시월조에 “겨울에 우레가 일어나고 복숭아와 오얏 꽃이 피었다(冬十月雷桃李華)”라고 나온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與地勝覽’엔 복숭아가 고려 말에서 이조 개국 초의 과일 중의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 과일로는 전주의 ‘승도(僧桃)’가 첫번째라고 했다. ‘승도(僧桃)’는 털이 없어 스님의 머리처럼 껍질이 반질반질한 복숭아를 말하는 것 같다. 지금의 천도와 같이 과피에 털이 없는 계통을 일컫는 것으로 신두복숭아로도 불리워지며 전주가 명산지로 기록되어 있다. 허균의 ‘도문대작’엔 ' 전주(全州) 부근은 모두 승도가 난다. 크고 달다(全州一境皆僧桃。大而味甘)‘고 했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는 승도를 ‘털없는 복숭아(僧桃。無毛者)’로 보았다. 이민성(1570-1629)의 '경정선생집(敬亭先生集)' 가운데 작품 ‘승도(僧桃)’엔 ‘범상치 않은 과일(果中惹此非凡果)’로 보고 있다.

전주 복숭아는 1910년대 일본인들이 현 완산구청 일대에서 처음 재배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백도 등 신품종이 보급된 이후 급속히 확산돼 1970년대에는 재배 면적이 600㏊를 넘어서는 등 근대 복숭아 품종 개량의 시발지이자 국내 최대 복숭아 집산지로 자리했다. 이후 재배면적이 250㏊로 줄어들자 전주농협은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후화된 품종 갱신에 나섰다. 현재는 신품종을 중심으로 450여 농가가 250㏊에서 연간 4.000여t을 생산하고 있다. 그 중 70∼80% 정도는 전주농협과 전주원예농협을 통해 계통출하하고 있다.

완주군 구이면 용복리에서 수집한 오월도는 숙기가 6월 하순으로 과실이 작고 감미가 적으며 산미가 다소 많은 것으로 보아 이들의 숙기는 음력을 기준으로 하는 것 같다. 보리따래기는 보리의 수확기에 성숙되는 복숭아에서 명명된 것으로 보여지는 재래 품종으로 완주군 일대에서 재배되고 있다. 과실은 일반 재배 품종에 비해 매우 작은 편이다.

수줍은 새색시 모습같은 살결은 당신의 순수다. 발그레 탐스런 복숭아 황홀한 맛에 취하고 싶다. 동방삭처럼 형벌을 달게 받을지라도 묽게 익은 복숭아 한잎 꽉 물고 싶은 유혹이 나를 힘들게 만든다. 전주 복숭아의 향긋함과 달콤한 과즙맛은 당신의 향기다. /이종근(삽화 새전북신문 정윤성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