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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남원 월매집

광한후 월매집을 들어선 관람객들은 청사초롱이 반갑게 맞이해주는 정문 뒤로 여느 시골집과 같이 정겨운 마당을 지난다. 시나브로, 모닥모닥 장작불이 피어오르는 부엌에서 익살스럽게 장난을 치는 향단과 방자를 보고 미소 짓다가, 춘향의 치마폭에 결혼 서약을 집필하는 몽룡의 모습을 보며 가슴 설레하기도 하며, 춘향전을 한 장 한 장 읽고 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터이이다. 춘향전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두 인물이 부용당에서 술자리를 갖는 장면 등 볼수록 빠져 드는 장인의 손길이 깃든 월매집에서 이미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멈추고 있다.
남원시가 월매집을 새롭게 단장해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남원엔 춘향의 집인 월매 집, 춘향과 이몽룡이 헤어진 오리정, 박석고개, 암행어사로 돌아온 이몽룡과의 해후 장소인 남원부청, 춘향의 무덤으로 알려진 남원시 주천면 지리산 구룡계곡에 위치한 춘향 묘 등은 춘향 문화를 생성하는 중요한 소재였다.
박석고개(박석티)설화는 남원에서 춘향전의 근원 설화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와 차정언의 ‘해동염사’에 실려 있다. 춘향은 관기 월매의 딸로 얼굴이 워낙 못생겨서 나이 삼십이 넘도록 통혼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춘향이 어느 날 요천에서 빨래를 하다가 이도령을 보게 됐다. 그 뒤로 그에게 연정을 품어 오던 춘향은 드디어 병을 얻었다. 이에 춘향의 어머니 월매가 딸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계책을 세우고는 방자를 꾀어 이도령을 광한루로 유인했다. 월매는 얼굴색이 곱고 자태가 우아한 춘향의 몸종 향단을 치장시켜 광한루로 보냈다. 광한루에 놀러 나온 이도령은 아름다운 향단에게 첫눈에 반해 술자리를 갖게 됐다. 향단은 이도령에게 계속 술을 권하여 취하게 한 뒤, 술에 취한 그를 춘향의 집으로 데려와 그녀와 동침토록 했다. 아침이 되어 그가 잠에서 깨어 보니 그 옆에는 절세가인이 아닌 박색 춘향이가 있었다. 놀란 이도령은 급하게 방문을 열고 도망치 듯 마당으로 뛰어나왔다. 월매가 춘향의 방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월매는 급히 도망쳐 나오는 이도령에게 춘향과 첫날밤을 같이 보냈으니 그 증거로 정표를 달라고 했다. 그 뒤 이도령은 아버지 남원부사를 따라 서울로 올라갔다. 날마다 이도령을 사모하며 기다리던 춘향은 이도령으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자 광한루에서 목을 매어 죽었다. 그리해 남원부 사람들이 춘향을 불쌍히 여겨 이도령이 떠난 고개에다 그녀의 시체를 장사 지내고 박색터라 불렀던 바, 이곳이 오늘날 박석고개로 불린다고 한다.
춘향 문화는 세계화의 시대적 테마와 트랜드가 되기에 충분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블루오션의 핵심 키워드다. 월매가 따라주는 탁주 한 잔을 마시고픈 오늘이다./이종근(삽화 정윤성 새전북신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