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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남원 유차

조선조의 김종직은 유자광이 보낸 남원 추어(秋魚) 맛의 훌륭함을 강조하면서 '은도(銀刀)의 풍미는 요천에 있는 바, 천리 길로 진미를 보내주니 상공(相公)을 번거롭게 했다. 광한루 위에서 술을 마실 때 금쟁반에 젓가락 놓자마자 고기의 뱃살이 순식간에 없어졌던 것이 생각난다'고 7언절구 시를 지었다.

김종직은 '운봉의 김훈도가 가사어(袈裟魚) 한 마리를 보내주었다'의 시를 통해 운봉현 달공지(達空池)와 달공사, 저연(猪淵)의 아름다움을 소개했다. '가사어'는 등에 가사 같은 무늬가 있기 때문이며, '붉은 갈기에 얼룩 비늘이 있고 맛은 더욱 좋다'고 했다. 요천강 은어는 크고 맛이 좋아 명물로 정평이 났으며 진상품 중의 하나였다. 그 중에서도 은어회가 일품이며 회뿐만 아니라 소금구이나 찌개를 해서 먹어도 그 맛이 훌륭하다.

미나리는 봄철이 제격이다. “아무리 맛 좋은 남원의 미나리라도 여름 것은 먹을 것이 못 된다”는 말까지 생기지 않았나. 미나리 김치는 이미 세종실록 1419년 12월 7일 기사에도 보이는데 산릉(山陵)의 개토(開土) 제사 때 “첫 줄은 달래 김치를 앞에 놓고, 젓갈을 다음에 놓으며, 둘째 줄은 무김치를 앞에 놓고, 사슴 젖과 미나리 김치를 다음에 놓는다.”라는 기록처럼 역사는 길다.

<별건곤 제23호> 1929년 9월 27일자에는 “경성명물집”기사 속에 “왕십리 미나리와 안주(安州) 미나리가 평남에서 이름이 높고 남원 미나리는 전라도에서 이름이 높다. 또한 최영년의 '해동죽지(海東竹枝, 1925)' ‘음식 명물’에도 남원 미나리(南原芹)가 으뜸으로 올라있다. ‘행채(荇菜)·순채(蓴菜)의 맛도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고려시대 이규보는 남원의 노규선사가 보내온 차의 맛을 보고 '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차의 맛을 어린 아이 젖내(有如乳臭兒與稚)로 표현하며 이름조차 '유차(孺茶)'라 했다. 또다른 시에도 '만약 유자와 함께 술도 보내준다면 참으로 멋진 일은 우리들로부터 시작되리'라고 읊었다.

'운봉의 선사와 다경(茶經)'을 노래한 시가 보이며, 또다른 시엔 '운봉차가 남방에서 맛보았던 것처럼 완연하다'고 했다. 또 그는 장원(壯元) 방연보(房衍寶)와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훌륭한 사위를 마음에 두었다가 그에게 시집보내기를 원하는 것처럼 이처럼 귀한 차를 맛보는 것은 뜻밖에 문득 신선의 연분을 만나서'라고 적었다.

남원시가 민선7기 공약사항으로 5개 분야 35개 단위사업을 확정 발표하고 ‘시민과 함께 남원 발전의 대도약’을 이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남원의 풍미를 주제로 삼아 읊거나 그 모습을 묘사한 작품을 하나로 묶어 소개하는 스토리를 찾아 발굴하는 노력이 절실해보인다./이종근(삽화 새전북신문 정윤성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