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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전통주의 진화

 

전북은 수줍은 새색시처럼 골목골목에 숨어있는 아주 작은 식당에서도 손맛과 장맛, 성성이 어우러진 음식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전북의 맛’은 그래서 전북의 역사이고 문화다. 전북의 맛을 느끼는 것은 단지 음식을 아는 것이 아닌, 살아있는 역사와 문화를 아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리라.

만개한 황국과 백국의 향기를 담은 남원 춘향주와 배와 생강 향이 입안 가득 감도는 전주의 이강주, 아침에 핀 해당화처럼 맑고 붉은 고창 복분자주, 푸른 대나무의 초록빛이 녹아 내린 정읍 죽력고, 소나무 새 순을 넣고 빚은 김제의 송순주 등은 술도 안주도 어여쁜 꽃이어라. 전북 산(産) 꽃술 한 잔에 꽃눈이 트이고, 이내 맘에 꽃비가 내리니, 흥취가 나면 꽃마음이요, 꽃춤이며, 꽃노래가 따로 어디에 있는가.

전북의 전통주는 그 제조 과정에 있어 온갖 정성과 품이 들어간다. 서양의 술이 오크통과 같은 용기에서 얻어지는 향을 으뜸으로 치는데 반해 우리 술은 맛과 향기를 모두 중요하게 여긴다. 주재료인 곡물과 누룩에서 배어나온 자연의 바로 그 맛이다.

완주 수왕사의 벽암스님이 만드는 송화백일주. 모악산 수왕사의 맑은 물로 빚은 술에 금색의 송홧가루를 넣은 송화백일주는 완주의 대표적인 전통주로 자리잡았다.

이는 소나무에 순액을 첨출하여 부드럽고 독특한 향을 내며 오랫동안 보관하더라도 맛이 변치 않는다. 이 술은 우리 전통의 맛과 솔향을 내므로 더욱 감미롭다. 찹쌀, 백미, 누룩을 원료로 송화가루를 혼합해 숙성시킨 후 증류해 솔잎, 한약재 등과 함께 숙성, 여과 100일 동안 저온 장기 재숙성하여 만드는 등 1,300년의 비법으로 빚은 명주이다.

이는 주도 12도의 명약, 노화방지의 효능이 있어 여인들의 화장수로도 널리 사용되며, 주로 신경통, 원기회복에 좋다고 하며 수왕사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주원료는 송화가루, 솔잎, 한약재(산수유, 구기자, 오미자), 찹쌀, 백미, 곡자, 꿀이 들어가며 조상의 예를 갖출 때나 접대용 또는 선물용으로 좋다.

이 스님이 만드는 송곡오곡주는 오곡(쌀, 찹쌀, 보리, 조, 수수)과 한약재(오미자, 당귀, 구기자, 산수유, 국화, 솔잎, 대잎) 등 12가지 원료와 모악산 수왕사의 맑은 물로 빚어 그 맛이 오묘하고 향이 뛰어나다.

완주군이 오는 5월 22일까지 구이면 덕천리 일원에 조성되는 ‘술 테마타운 조성사업’ 건축 설계를 현상 공모한다. 완주 술 테마타운 조성 사업은 문화관광부 공립박물관 건립지원사업비 10억원을 포함 236억원이 투입되며, 오는 11월말 공사에 착공 2014년 4월 개관할 예정이다.

날로 마음이 더욱 따스해지는 오늘 같은 봄날, 풍광 좋은 누각이나 정자에 올라 멀리멀리 소슬한 바람 귓가를 스쳐갈 때 우리네 전통주 한 잔을 찬잔히 음미해볼 날이 올 수 있도록, 이 사업이 아무 탈없이 잘 마무리 되기를 술빚는 마음으로 기원해본다. 이종근 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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