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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전주비빔밥

놋쇠 그릇에 담겨진 전주비빔밥은 30여 가지의 재료가 들어간 음식의 오케스트라다. 소고기를 삶은 국물과 임실의 서목태로 기른 콩나물로 밥을 짓고, 황포묵과 음양오행을 따라 오실과와 황백지단을 넣고, 순창의 고추장으로 만든 양념장으로 비벼 먹는다. 여지없이 작은 그릇 속에서 우리 조상의 지혜와 정성이 멋진 앙상불을 보여준다. 그저 이것저것 섞어 만든 잡탕 짬뽕과는 차원이 다른 까닭이다.

예로부터 우리 음식은 ‘밥이 곧 약’(食醫同原)이라는 사상과 음양오행철학을 바탕으로 발달해왔다. 그중 오행사상은 생활 곳곳에 등장하는데, 색의 근원인 오방색 즉 청색과 적색, 백색, 흑색, 황색을 통해 풍요와 희망의 염원을 담았다. 바로 이같은 오행사상이 가장 잘 나타난 음식이 바로 전주비빔밥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전주비빔밥의 극치는 ‘오색고명(五色告明)’이다. 고명(告明)의 어원은 아언각비의 기록 중에서 ‘증병을 만들 때 거죽에 대추 살을 붙이는 것으로 처음에는 대추를 가늘게 썰어서 붙였기 때문에 떡에 글자를 새겼다’는 데서 전해지고 있다.

고명(告明)이란 음식을 보고 아름답게 느껴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음식의 맛보다 모양과 색을 좋게 하기 위해 장식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 음식의 오색고명은 음양오행설에 바탕을 두고 붉은색, 녹색, 노란색, 흰색, 검정색이 기본이다. 놋쇠 대접에 고슬고슬 지은 흰밥 한덩이, 그 위에 올라앉은 선홍빛 육회, 아삭한 콩나물, 치자 물들인 황포묵, 얌전하게 부친 황백 지단 등 오방색(동-청색, 서-백색, 남-주황색, 북-검정색, 중앙-노란색)으로 우주의 이치를 담고, 밤, 은행, 대추, 호두, 잣에 이르는 오실과 서로 조화를 이루며 입사치를 돋운 게 전주비빔밥이 아니던가.

전주비빔밥은 평양의 냉면, 개성의 탕반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음식의 하나로 꼽히면서 그중에서도 으뜸이라 할 정도로 유명하다. 천혜의 지리적 조건하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농산물의 사용, 장맛, 그리고 음식에 드리는 깊은 정성이 어우러진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낙네들의 음식 솜씨가 뛰어났기 때문에 옛날부터 전주비빔밥은 평양의 냉면과 개성의 탕반과 함께 조선 3대 음식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한국문화를 상징하는 심벌로서 전주비빔밥은 안성맞춤요, 한솥밥 가족공동체를 만드는 요건이 된다. 때문에 지역간 계층간 집단간 갈등과 대립을 치유할 수 있는 상징적 처방으로 전주비빔밥보다 더 좋은 게 없다. 전주비빔밥은 단순히 물질이 섞인 게 아니라 음양오행까지 비벼져 정신문화과 물질문화가 동시에 스며있는 가장 한국적인 전통음식이라 할 수 있다.

20일부터 나흘 동안 전주 풍남문 광장과 한옥마을 일원에서 열리는 전주비빔밥축제를 통해 진정한 상생과 화합의 정신이 무엇인지 느끼고 알려는 미식가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이종근 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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