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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순창고추장과 이성계는 관련이 있다, 없다

 


 

 

김치와 함께 우리 대표 음식 가운데 하나인 고추장이 우리에게 사랑받았던 까닭은 오묘한 맛 때문이다. 고추장은 콩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나는 구수한 맛, 찹쌀, 멥쌀, 밀이 분해되면서 나는 단맛, 그리고 간을 맞추기 위해 넣은 소금의 짠맛에 고춧가루의 매운 맛이 잘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낸다.

 건강 발효 식품 순창고추장. 이 지방의 독특한 재래식 비법에 의해 제조된 것으로 검붉은 색깔에 자르르하며 혀 끝에 닫는 알싸한 감칠 맛과 은은한 향기, 감미로운 맛은 타지방 고추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천하일미로,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 음식이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고추장 한 숟가락 뚝 떠 밥을 썩썩 비벼 먹으면, 입맛 돌게 하는 그 맛엔 어떤 비밀이라도 숨어 있는 걸까. 순창 전통 고추장의 맛을 찾아 순창읍 민속마을에 들어서면 집집마다 마당 가득 커다란 옹기에서 고추장이 폭~ 맛있게 익어간다. 때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경관 속에서 하룻밤 묵어가기 좋은 순창에 가면 맛있게 매운 고추장을 꼭 한 번 맛볼 일이다.

 이기남 할머니, 문옥례 할머니, 문정희 할머니… 80년대 후반부터 고추장 맛으로 명성을 날린 할머니들의 이름을 내건 상호가 눈길을 끈다. 이곳은 누구랄 것 없이 모두가 재래식 전통 방법으로 고추장을 담그는데 희한하게 맛이 약간씩 다르다.

 

 

고려 말 이성계가 스승인 무학대사가 기거하고 있던 순창군 구림면 만일사를 찾아가는 도중, 한 농가에서 점심때 먹은 고추장 맛을 잊지 못하다가 후일 왕이 된 궁중에 진상토록 한 것이 오늘의 순창고추장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이 사실일까.

 

 

고추장은 지역마다 제조 방식에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예로부터 순창에서 만들어진 것을 으뜸으로 쳤다. 순창고추장은 달거나 맵거나 짜지 않으며 담백하고 감칠맛이 입안에 남아, 조선시대에는 왕에게 진상했던 식품이다. 임금에서 서민에 이르기까지 사랑받는 순창고추장, 그 유래는 회문산 만일사이다.

 구전에 의하면 고려 국운이 쇠퇴해지자 이성계가 무학 대사와 조선 건국의 뜻을 품고 팔도 명산대찰을 찾아 기도를 했다. 그런데 팔도 산신령들이 모두 건국을 허락하는데 유독 회문산 산신령만이 허락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회문산 산신령이 허락할 때까지 기도를 계속했다. 백 일되던 날 밤, 마침내 꿈에 산신령이 현신하여 ‘천일향을 시주하고, 백성을 다스리지 말고 섬기도록 하라’고 했다.

 기도하던 중, 하루는 마을에서 점심을 먹는데 고추장 맛이 일품이었다. 그 후 이성계의 밥상에는 반드시 순창고추장이 올랐고, 왕이 된 다음에는 진상토록 했다. 훗날 왕자의 난으로 왕위를 물려준 이성계가 궁궐을 떠나 외유를 했다.

 비록 왕권은 얻었으나 평탄하지 못한 신세를 한탄하다가 회문산 산신령의 가르침이 생각났다. 혹여 정성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하여 회문산 사찰에 구천일향을 시주해 만일향을 채우고 함흥으로 떠났다.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기도했던 절은 이때부터 ‘만일사(萬日寺, 순창군 구림면 안정리)’로 불리게 됐다’는 설화다.

 

 

만일사 비석에는 고추장 진상 유래와 만일사 중건을 기념하는 내용이 새겨진 듯 하며 건립 연대는 1658년 효종 때로 추정되고 고려말 무학대사 이성계의 등극을 위해 만일 동안 기도를 올렸다는 내용과 이때 이성계가 어느 농가에서 점심을 먹던 그 고추장 맛을 잊지 못하고 후일 왕이 되어 진상케 하였다고 전한다.

 비록 비문은 비바람에 마모됐으나 태조대왕과 무학이란 글자는 알아볼 수 있고 높이 172cm에 머리갓이 반달 모양이며 한국전쟁때 3등분으로 파손된 것을 1978년에 복원, 순창 고추장이 역사적 상징문화 유산임을 자랑하고 있다.

 6.25당시 회문산에 북한의 남부군 총사령부가 자리했다. 만일사도 집중포화로 모든 것이 소실됐다. ‘이성계와 고추장’에 얽힌 사료도 사라지고, 훼손된 중수비만 남았다. 순창군은 비바람에 마모된 비문에서 ‘태조대왕’과 ‘무학’이란 단어를 찾았고, ‘순창고추장’ 설화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흔히 고추는 임진왜란 이후 일본을 통해 들어온 것이라 한다. 그렇지만 순창에서는 ‘만일사 설화’를 근거로 고려 때부터 고추장을 담갔다고 주장한다. 최근 ‘만일사 중창 사적기’ 찾기에 나선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최근 순창군 구림면의 만일사(萬日寺) 설치와 상당히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자료가 발견돼 관심을 끈다. ‘만일사비(萬日寺碑)’를 ‘만일진지고금비(萬日鎭之古今碑)’라고 부른데 따라 순창에 만일진이 설치되었다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무학대사에 의한 중창설이 사실로 확인됐다.

 순창군과 예원예술대학교 전북역사문화연구소가 최근 펴낸 ‘순창 만일사비 조사보고서’에서 이같이 드러났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1658년(효종 9년)에 건립된 만일사비 전문에 ‘만일사비(萬日寺碑)’를 ‘만일진지고금비(萬日鎭之古今碑)’로 호칭, 순창지역에 만일진이 설치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만일사비명-조선국 전남도(조선왕조실록에 현종때까지도 전라도라는 명칭과 함께 전남도라는 명칭 혼재) 옥천군(순창군의 옛 이름) 회문산성지만일진지고금명’으로 나오는 대목이 이 같은 해석을 가능케 하는 부분.

 또, 백제 때 창건된 유래 깊은 사찰이며, 조선 건국과 관련된 무학대사가 여말선초에  중창하였음을 다시 확인케 만들었다.

 정유재란 때 왜구의 침입으로 소실된 것을 지홍대사 등이 다시 중창하였음을 나타내는 대목도 새로운 사실이다. 만일사비는 이때 기록들을 모아 사찰의 유래와 연혁을 정리하고 중창할 당시의 과정과 시주자 참여자들을 소개, 1658년에 건립됐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무학대사에 의한 중창설이 사실로 확인된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대목이다.

 무학대사가 이성계를 임금의 자리에 오르게 하기 위해 만일 동안 이곳에서 기도했다는 기록에서 ‘만일사’란 이름이 붙여진 기록들을 실제로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성계가 순창을 방문했을 가능성을 시사해주는 대목으로, 그 시기는 황산대첩 후 귀경을 하면서 만일사에 들렀지 않았을까 하는 추론이다.

 그렇게 되면 ‘고려말 무학대사가 만일사에서 기도할 때 이 곳을 찾아온 이 태조가 이 곳 어느 농가에서 순창고추장(오늘날의 고추장이 아님)을 먹어보고 그 맛을 잊지 못해 현감께 진상토록 했다’는 일화가 실제였음을 주지시켜주는 귀중한 자료다.

 순창고추장은 조선시대 궁중 진상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1740년 ‘수문사설’에는 순창고추장이 다른 지방과 달리, 특이한 방법으로 담가 유명하다는 내용이 실려 있고, 1809년 ‘규합총서’에는 순창고추장을 지역특산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 1925년 ‘해동죽지’에는 ‘순창에서 생산하는 (고추장이) 최고’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등 순창고추장의 우수성이 문헌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순창군은 장류단지를 조성하고 장류연구와 보급에 힘쓰고 있다. 본래 순창은 옥천(玉川)고을이었다. 이름만큼이나 물맛이 일품이다. 또한 서해안 염분과 지리산 바람이 만나는 지점으로 발효균이 활동하는 최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또, 일제시대에는 유등면 건곡 마을 앞에 술을 만드는데 필요한 누룩공장(그 당시 전국에 두군데 있었음)이 있었던 것으로 볼 때 이 고장이 발효식품에 적합한 기후와 물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순창 사람들은 고추장맛의 비결을 하나같이 ‘순창의 물’로 꼽는다. 섬진강 상류의 오염되지 않은 지하 암반수가 맛있는 순창 고추장을 만들어 낸다고 믿는 듯하다.

 서울에서 순창사람이 고추장을 담가도 제 맛이 나지 않는 이유이다. 순창에서도 회문산 8부 능선에 자리한 만일사에서 담근 고추장을 최상품으로 친다. 비법은 회문산의 물, 바람, 햇볕의 조화이다.

 대한민국 제1호 장류산업특구로 지정된 순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은 고추제조 농가가 한 곳에 모여 위생적인 생산과 보전을 위해 1997년 순창읍 백산리에 조성한 마을이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점도 없지 않다.

 공식적으로 고추는 임진왜란을 전후해 일본으로부터 우리나라에 유입되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이성계가 고려말에 고추장을 맛보았다는 것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이유야 어떻든 조선왕조실록에는 ‘순창고추장’ 이 진상되었다는 기록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같은 역사적 사실이 뭐 그리 중요할까.

 

 


  

미니박스:순창 전통고추장의 6가지 비밀


순창 전통고추장은 6가지의 맛의 비밀이 있다.

 첫째, 고추장 담그는 시기가 다른 지방과 다르다. 즉 순창에서는 음력 처서 전후(8월말 ~ 9월초) 메주를 띄우고, 음력 동짓달 중순에서 섣달 중순 사이에 담근다.

 둘째, 고추장 메주가 다르다. 즉 순창 전통고추장 메주는 다른 지방과 달리 멥쌀과 콩을 혼합하여 도너츠 형태의 메주를 사용한다.

 셋째, 원료가 다르다. 즉 섬진강 상류의 맑은 물과 기름진 토양에서 생산된 고추, 콩, 찹쌀 등의 재료를 사용한다.

 넷째, 물과 기후가 좋다. 순창은 옛부터 지명이 옥천(玉川)고을로 불릴 정도로 물리 좋은 고장이며, 연평균 기온 12.4℃, 습도 72.8%, 안개 일수 77일로 발효에 좋은 온습도 조건을 갖고 있다.

다섯째, 발효균이 풍부하다. 고추장, 된장 등에 작용하는 다양한 미생물에 의해 자연발효, 숙성과정을 거친다.

 여섯째, 군수가 인증한 제조기능인이 대를 이어 만든다. 문옥례 할머니 전통고추장가(家)는 6대에 결친 전통의 방법으로 더 좋은 품질을 추구하는 특색 있는 곳이다.

 순수 국내산 농산물만을 엄격히 선별하여 제조하는 장아찌는 채소류를 소금에 절이거나 말려서 장에 박거나 담그는 저장식품으로, 간을 하는 방식에 따라 간장 장아찌, 고추장 장아찌, 된장 장아찌로 구분된다. 장아찌는 재료에 따라 무, 오이, 고추, 감, 마늘쫑, 도라지, 더덕, 죽순, 굴비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순창 전통 고추장마을 행사도 다양하다. 연중 고추장담그기와 메주만들기 체험을 통해 어린이 청소년에게는 아름다운 우리 문화를 가르치는 교육장임과 공시에 고추장 요리 경연대회, 메주패션쇼를 실시하는 장류축제를 열어 전통의 맛을 재현시키고 있다.

 순창군장류연구사업소 관계자는 “맑은 물과 기름진 토양에서 생산된 고추, 콩, 찹쌀 등의 원료를 사용, 다른 지역에 비해 빠른 음력 처서 전후(8월말-9월초)에 메주를 띄운다”며 “다른 지역에서는 통상적으로 된장과 고추장용 메주를 구분하지 않고 만들지만 여기서는 찹쌀에 콩을 섞어서 고추장용을 따로 만든다”고 말했다.    


 

‘고추장(Gochujang)’국제표준 규격화



한국 전통식품인 고추장(Gochujang)이 국제식품규격(Codex) 총회에서 표준 규격화됨으로써 김치(Kimchi)처럼 세계 시장에서 한국어 고유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그동안 ‘Korean hot pepper paste’라고 알려졌던 고추장을 ‘고추장(Gochujang)’이라는 한국어 고유이름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순창고추장’을 널리 알리고 수출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9.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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