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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송흠 지지당유고(知止堂遺稿)의 호산춘(壺山春)

[문화인문 스토리]  호산춘(壺山春)은 누가 언제 빚기 시작했을까?

-송흠 지지당유고(知止堂遺稿)의 호산춘(壺山春)

한국술이 기록된 문헌에는 저자를 모르거나 연대를 알 수 없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더군다나 5백 개가 넘는 한국술 중에 누가 그 술을 만들었는지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호산춘은 누가 언제 어떻게 왜 빚었는지 나오는 문헌이 있습니다. 게다가 주방문도 한문과 한글이 같이 기록되어 있는 매우 희귀한 경우입니다. 
바로 송흠(宋欽, 1459~1547)의 시문집인 ‘지지당유고’(知止堂遺稿)’ 로 호산춘(壺山春)의 주조법이 수록되어 있는 책입니다. 이긍익이 지은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도 이를 확인하는 기록이 나옵니다.

 “송흠이 여산군수가 되었을 때, 고을이 큰길 옆이어서 손님은 많은데 대접할 것이 없어, 특별한 방법으로 술을 만들었는데, 이것을 ‘호산춘(壺山春)’이라 했다”

그는 1515년 여산군수로 있을 때 '호산춘'이란 술을 빚어 접대 예산을 절약했습니다. 보통 춘(春)이 들어간 술은 맛이 있기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여산(익산)의 옛명칭인 호산(壺山)에서 유래한 특주로 고려시대 때부터 빚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조선 중기에도 지방 특산주로 이름을 날린 술입니다.

경상북도 문경의 장수황씨 사정공파 종택에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문중 술’이 있습니다. 호산춘이 그것이다. 호산춘은 신선들마저, 탐낼만한 술이라 하여 호선주라고도 불렸습니다. 옅은 노란색을 띠고 있는 호산춘은, 부드러운 맛과 짜릿한 향이 특징입니다. 
1991년 경북 지정 무형문화재로도 등극한 호산춘은 약주로는 드물게 알코올 도수가 18도입니다. 대형마트에서 살 수 있는 대부분의 약주 도수는 13~15도 정도입니다. 그러나, 전통주 업계에서는 문경 호산춘, 면천 두견주, 한산 소곡주를 ‘3대 18도 전통 약주’로 부릅니다.

주정에 물을 타서 알코올 도수를 조절하는 희석식소주와 달리, 전통 약주는 발효를 거쳐 도수가 정해집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다는 것은, 술 발효 때 당분이 많이 생겨, 누룩 속 곰팡이들이 그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그만큼 많이 만들었다는 얘기입니다. 
또, 발효주의 주원료인 찹쌀, 멥쌀 등의 함량에 비해, 물을 적게 넣었다는 얘기도 됩니다. 이래나 저래나, 한마디로 ‘귀한 술’이란 의미다. 조선시대 시작된 술로 고급 술에만 붙인다는 ‘춘(春)'자가 끝자로 쓰인 술로 지금도 남아있는 술은, 호산춘이 유일합니다.

장수황씨 종택 중앙에 위치한 사랑채엔 서애 류성룡이 이곳에서 기거하면서 수학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2018년 여산 호산춘(礪山 壺山春)이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64호로 지정됐으며 이연호씨가 보유자로 인정됐습니다. 
가람 이병기 선생의 25대 조부인 이현려가 고려 의종부터 신종(1156~1203)까지 판소부감사 겸 지다방사(궁중의 살림 특히 음식 담당)로 있으며 빚어 내려온 술이라 전해지고 있습니다. 

호산춘은 여산지역 이병기 선생 집안을 중심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술입니다. 

http://sjbnews.com/news/news.php?number=732597

‘술술술’, 세상만사가 잘 풀리라고 해서 술이로군요. ‘술술술’이지만 너무 많이 마시면, 몸이 ‘골골골’하니 주의하세요.

‘외모는 거울로 보고 마음은 술로 본다’는 한국 속담이 있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열 받을 일이 너무 많아 술 한 잔 종종하곤 하죠. 열은 화(火)이니 반드시 물(水)로 이를 꺼야 하지 않나요.

철판구이 열 받으니, 내 머리도 어느 새, 열 받군요, 그래서 제가 지화자(이하 건배), 제의합니다.

까막돼지 껍데기 노릇노릇 속을 보일 때, 숱검댕이 속이 하얗게 잘도 세탁이 됩니다. 지화자. 그러나 갈라진 닭발처럼 우리 사이 갈라지지 말자 친구들아. 지화자

쭈꾸미와 오징어의 검은 먹물 튀기는, 자리의 끝물에서 하루의 얼룩이 말끔이 표백됩니다. 지화자

파닭파닭 먹을 때 내 삶도 파닥파닥 하라고 지화자. 막창구이 잘 익어가 듯, 내 삶도 막장을 지나 잘 익어가라고 지화자.

피순대 맛보며, 다시는 피보는 일 없으라고 지화자. 술 잔이 마르지 않으면 지화자는 건조하지 않은 배처럼 싱겁군요. 그래서 확실하게 다시 지화자. 모든 일이 막히지 않고, ‘술술술’ 풀리기를 바라면서 마지막 원샷.

고갈비처럼 고고(gogo),

생생한 회처럼 우리 관계 싱싱(singsing),

주막에서 돌아가는 환풍기처럼 펀펀(funfun)한 소통 천국의 이 밤. 소줏잔 맥줏잔 양줏잔 막걸릿잔 들락날락 계속되니 총성없는 전쟁터가 따로 없군요.

술 병이 쌓일 때마다 우리의 정은 이에 비례해 더욱 신뢰가 더욱 쌓여가가면서 관계가 돈독해지는군요.

그런 의미에서 다시 지화자.

그래요. 이제 우리 ‘화(火)’내지 말고 ‘화(花)’내며 살아요. 그래서 술 한 잔에 웃을 ‘수(水)’ 있군요. 나와 술친구가 ‘수(手)’도 없이 하는 지화자에 ‘술술술’ 술로 푸는 방정식 OK. 하지만 과음하면 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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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당유고(知止堂遺稿) 호산춘(壺山春)

[원문]
孝憲公. 曾守礪山之日. 郡傍大路. 無物接賓故. 別作釀酒法.

효헌공. 증수여산지일. 군방대로. 무물접빈고. 별작양주법. 

其酒旨且嘉也. 名曰壺山春. 其方文一本. 尙留礪山.

기주지차가야. 명왈호산춘. 기방문일본. 상유여산.

一本亦在本孫家. (右家狀)

일본역재본손가. (우가장)




[해석]
효헌공(孝憲公)이 일찌기 여산(礪山) 군수로 있을 때 고을 옆의 대로에 손님을 접대할 물건이 없기에 따로 술을 빚어 담그는 방법을 만들었는데 그 술이 맛있고 좋아 이름을 호산춘(壺山春)이라고 하였다. 그 방문의 하나는 아직껏 여산에 있고 하나는 본손의 집에 있다. (이는 가장(家狀)에 있음)

* 가장(家狀) : 집안 조상들의 행적에 관한 사사 기록.


[원문]
壺山春方文

호산춘방문

쌀 한말 빚으려 하면 다른 쌀 닷 되를 다섯번이나 쓿어 산을 놓으며 헤아려 백세하여 물에 담가 하룻밤 자여 방아에 그 쌀을 가루되게 만들어 체로 쳐서 그 가루 를 찬물 여섯 사발과 또 반 사발 더 되어서 그 찬물에 가루를 개어서 솥에 죽 쑤듯이 끓여 퍼서 식혀 두고 미리 누룩을 만들어서 밤낮 여 이레 밖에 바래었다가 가루 되게 방아에 찧어 가는 체로 쳐서 한 되에 반 되는 술밑 할 때 넣고 반 되는 두었다가 쌀 한 말을 다섯번이나 쓿어 산을 놓으며 헤아려 백세하여 익게 쪄 식혀서 빚을 떄 밑조차 섞어 빚되 물을 열두 사발 남짓하게 넣어 빚으면 잘 괴나니 막 괴거든 고즤에 드리워 사다 거르나니라.

O 술밀 한 엿새 만이나 이레 만이거나 지나거든 빚어 삭은 술이 제맛이 있나니라.

O 술밑 한 말 하면 물 열세 사발 들고 밑 한 말과 쌀 두말 더 빚으려면 물은 스물 다섯 사발 넣어 빛나니라.

O 술밑 한 말에 진가루 네홉 드나니라

[원문]
壺山春方文

호산춘방문

將釀一斗米. 則別用米五升. 五舂百洗. 浸水經夜. 細末篩過. 以冷水六椀半. 作粥候冷.

장양일두미. 즉별용미오승. 오용백세. 침수경야. 세말사과. 이냉수육완반. 작죽후냉.

預以好麴細末一升. 出暴六七日. 分其半. 與眞末二合. 同入米粥作酒本. 

예이호국세말일승. 출폭육칠일. 분기반. 여진말이홉. 동입미죽작주본.

過六七日. 以米一斗. 舂洗如前. 蒸熟作飯候冷. 

과육칠일. 이미일두. 용세여전. 증숙작반후냉.

以冷水十二椀及麹末. 曾所分置者五合. 和勻於舊太新飯. 釀之六七日後用.

이냉수십이완급국말. 증소분치자오홉. 화균어구태신반. 양지육칠일후용

[해석]
쌀 한 말 술을 빚으려면 따로 쌀 다섯 되를 다섯 번 찧고 백 번 씻어서 물에 담가 하룻밤 지나서 곱게 가루 내고 체에 쳐서 찬물 여섯 주발 반으로 죽을 쑨 후 식힌다. 

미리 좋은 누룩을 곱게 빻은 가루 한 되를 6~7일 동안 햇볕에 쬐었다가 그것을 절반으로 나누어 밀가루 두 홉과 함께 쌀죽에 넣어서 주본(밑술)을 만든다.

6-7일이 지나서 쌀 한 말을 전과 같이 찧고 씻어서 쪄서 익혀 밥을 만든 후 식힌다.

찬물 열 두 주발과 이전에 나누어 두었던 누룩 가루 5홉을 예전 술과 고두밥과 골고루 섞는다. 빚은 지 6~7일 후에 쓴다.

* 밑술 : 멥쌀 5되, 물 6.5주발, 죽, 누룩 가루 0.5되, 밀가루 2홉. 6~7일 후 덧술.

* 덧술 : 멥쌀 1말, 물 12주발, 고두밥, 누룩 가루 0.5되, 채주 6~7일 후.


[원문]
巷傳口訣曰. 孝憲公到礪山. 嘗水味而釀此酒云. 

항전구결왈. 효헌공지여산. 상수미이양차주운.

今者礪山所釀者. 不變其旨瀡. 至於外方所釀者. 色不如礪山酒. 味不如礪山酒. 

금자여산소양자. 불변기지수. 지어외방소양자. 색불여여산주. 미불여여산주.

非但釀法之忽略也. 水之味也. 頓殊於礪山故也. 

비단양법지홀략야. 수지미야. 돈수어여산고야.

然則孝憲公. 歷宰累邑. 而必於礪山. 乃作其酒. 可想自見得之卓爾.

연즉효헌공. 역재누읍. 이필어여산. 내작기주. 가상자견득지탁이.

[해석]
항간의 전하는 말에 이르기를 「효헌공이 여산에 이르러 물맛을 맛보고 이 술을 빚었다」고 한다.

지금 여산에서 빛은 것은 그 맛이 변하지 않는데 다른 지방에서 빚은 것은 빛깔이 여산 술만 못하고 맛도 여산 술만 못하다.

비단 술을 빚는 법이 소홀하고 간략할 뿐만 아니라 물맛도 여산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효헌공이 여러 고을의 수령을 거쳐 결국에 여산에서 그 술을 제조하였으니, 스스로 터특한 지혜가 높이 뛰어났다고 하겠다.

[원문]
世傳此酒. 礪山所釀. 箇箇清烈. 終始如一. 

세전차주. 여산소양. 개개청렬. 종시여일.

其他則雖依法釀之. 色與味. 皆不如礪山. 蓋以水味不同故也.

기타즉수의법양지. 색여미. 개불여여산. 개이수미부동고야.78

然則其所作此酒於礪山者. 亦可見格物之一端也.

연즉기소작차주어여산자. 역가견격물지일단야.

[해석]
대대로 전해오는 이 술은 여산에서 빚은 것으로 하나하나가 맑고 독한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다.

그밖에 비록 법을 좇아 빚었다고 해도 색깔과 맛이 모두 여산것만 못하다. 아마도 물맛이 같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술을 여산에서 빚은 것은 또한 사물의 이치를 연구한 결과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