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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정선의 행호관어도(杏湖觀漁圖)와 익사 웅어

                                         겸재 정선의 행호관어도(杏湖觀漁圖)간송미술관 소장.

 

웅어는 청어목 멸치과에 속하는 어류. 비늘이 잘고 몸은 은백색이다. 전라도 신안, 무안, 영광, 익산 등에서 웅에, 우어, 충청도 바닷가에서는 우여, 위여, 우어 등으로 불린다. 강화에서는 깨나리’, 해주에서는 차나리라고도 한다.

허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웅어는 한강의 것이 가장 좋다고 하면서 호남에서는 2월에 잡히고 관서(關西)지방에서는 5월에 잡히는데 모두 맛이 좋다고 기록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보면 경기도, 황해도,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의 해안과 해안에서 이어지는 강이 흐르는 지역들을 중심으로 38개 현에서 특산물로 잡힌다고 기록되어 있다.

 

春晩河腹羹(춘만하복갱) 늦봄이니 복어국이요

夏初葦魚膾(하초위어회) 초여름이니 웅어회라

桃花作漲来(도화작창래) 복사꽃 가득 떠내려 오면

網逸杏湖外(망일행호외) 행주 앞 강에 그물치기 바쁘네.

 

겸재 정선(鄭敾1676-1759)행호관어도(杏湖觀漁圖)이다.  春晩河腹羹春晩河豚羹(춘만하돈갱)이다. (새끼 돼지 돈)자의 초서인데 (배 복)자로 잘못 탈초됐다. 그림은 지금의 서울 강서구 가양동 궁산(해발 78m)의 행주산성 근처를 그린 것이다.

행호관어는 행호(杏湖)에서 고기 잡는 것을 살펴본다는 뜻이다. 한강물은 용산에서 서북쪽으로 꺾여 양천 앞에 이르면 맞은편의 수색, 화전 등 저지대를 만나 강폭이 갑자기 넓어진다.

행호는 예전 한강을 고양사람들이 부르던 이름이다. 지금도 고양지역의 토박이 주민들은 한강을 행주강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중 행호는 창릉천과 한강이 만나는 행주대교 아래 까지를 부르는 이름인데 한강물이 이곳에 이르면 물 흐름이 느려지고 강폭이 넓어져 마치 호수와 같다고 하여 행호(杏湖, 幸湖)라 했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행주(幸州)와 행주(杏州)를 함께 쓰는 경우가 많아져 행주 아래 넓은 한강물을 행호(杏湖), 또는 행호(幸湖)라 쓰기도 했다. 아마 이 행주에 실제 살구나무가 많아서 그렇게 불렀을지도 모르겠다. 공자가 행단(杏壇)에서 제자들과 함께 음악을 연주하며 즐겼다는 고사를 연상하며 살구 행()’으로 대신했을 수도 있다.

이 그림은 1741년 봄에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강 건너 현재의 서울시 강서구에서 본 고기잡이 장면인데 한강 가운데 지금은 사라진 모래섬도 보인다. 이 모래섬과 행주나루 사이에는 웅어(위어)를 잡는 것으로 보이는 어선 14척이 그려져 있다. 배 한척에 탄 사람이 2~3명이며 돗대가 보이지 않는 작은 어선이다. 배가 있는 한강 넘어의 행주나루에는 초가집과 기와집, 산위의 정자(亭子)가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소나무와 기암절벽, 버드나무, 행주산성이 있는 덕양산 기슭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정선은 이 그림과 함께 가까운 지인에게 편지를 통해 웅어 이야기를 자주 했다. 웅어를 잡아 임금께 진상하고 나머지는 서울 도성에 있는 지인들께 보냈다는 내용도 적혀져있다. 음력 4월 말은 행주나루에 온통 웅어잡이 배로 가득할 때다. 웅어는 조선조 후기 고양지역의 가장 중요한 진상품이였다. 중앙에서 관리가 파견되어 위어소를 설치하고 상주할 정도였다. 이로 미루어 행호관어도에 나온 배들은 한창 제철을 만난 웅어 잡이배로 보인다.

어떻든 이런 행호에서 고기잡이가 한창이라 배들이 떼를 지어 그 너른 행호 물길을 가로막고 그물을 좁혀나가는 듯하다. 이처럼 큰 규모의 고기잡이 행사가 벌어지는 것은 별미 중의 별미인 이곳의 웅어와 하돈(河豚·황복어)이 잡히는 철이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모두 수라상(임금에게 올리는 진지상)에 오르는 계절의 진미였으므로 사옹원(司饔院)에서는 제철인 음력 3, 4월이 되면 고양군과 양천현에 진상을 재촉했다. 그러면 두 군 현에서는 고기잡이배들을 모아 본격적으로 웅어와 복어잡이에 나섰다.

이 그림은 그 아름다운 행호에서 전개되는 고기잡이 모습을 그려낸 것이다. 행호 강안에서는 앞뒤로 7척씩의 고기잡이배가 대오를 지어 고기잡이에 열중하고 있다. 아마 고기잡이 노래가 강물 위에 가득 넘쳐흐르고 황금빛 복어와 은빛 찬란한 웅어가 그물에 갇혀 펄떡펄떡 뛰고 있을 것이다.

호남평야의 젓줄하면 만경과 동진강을 떠올리지만 익산에는 또 하나의 강이 있다. 우리나라 4대강 가운데 하나인 금강이다. 공주와 부여 그리고 익산은 백제의 혼이 담긴 고장이다. 그리고 그 중간에 금강이 자리하여 젖줄이 되고 있다. 성당·웅포는 과거 금강하구둑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포구로서 기능을 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배 한 척 들어 다니지 않는 포구 아닌 포구가 되어 버렸다.

웅포에서 우어가 잡히는 것은 금강변에 갈대밭이라는 산란장소가 자리잡고 물이 깨끗하기 때문이다. 금강변 한적하게 자리잡은 익산시 웅포나루는 매년 이른봄 전국 각지에서 미식가들이 몰려든다. 바로 봄철 입맛을 돋우는 우어회와 회무침을 먹기 위해서다. 이곳의 우어회나 우어회무침은 금강하구둑에서 막 잡은 자연산 우어로서 타지역 우어요리보다 훨씬 감칠맛나기로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기름기가 많으면서도 담백하며 뼈가 연하고 부드러워서 뼈째 썰어 회로 먹거나 회무침, 비빔밥으로 먹으면 봄철의 특별한 미각을 맛 볼 수 있다. 연중 아무때나 맛 볼수 있는 것이 아니고 4~ 5월중에만 가능하니 이 시기를 선택한다.

우어는 전라도 사투리로 웅어가 표준말이다. 우어는 주로 낮에는 깊은 강물 속에서 활동하다가 저녁노을이 강가에 비칠 때 쯤이면 물 위로 올라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민물고기가 아닌 멸치과의 바닷 물고기로 몸길이는 2030이다. 몸은 가늘고 길며 마치 칼 모양처럼 생겼다. 몸 빛깔은 은색이며 서해의 짠물과 민물이 만나는 강어귀에서 사는 어류이면서 산란기가 되면 민물로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