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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진묵대사와 누이의 밥

진묵대사와 누이의 밥

진묵대사는 조선중엽 인조 때의 이름난 고승(1562~1633)이다. 뛰어난 신통력으로 많은 이적(異蹟)을 보여 석가모니 부처님의 화신(化身)으로 추앙받기도 한 도승(道僧)으로 많은 설화들이 전해오고 있다. 진묵스님에게는 유독 여(女)형제와의 얽힌 설화들이 많이 전해오고 있다. 그중에서 찢어지도록 가난하고 박복한 누님과 여동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스님에게는 누님이 한 분이 계셨다. 그 누님을 볼 때마다 진묵대사는 열심히 수행하여 덕을 쌓고 복을 지어라고 신신당부했다.

“누님 부처님 말씀에 따라 마음 닦는 공부 좀 하세요”

“잘 알았네!”

누님은 늘 ‘알았다’고 해 놓고도 말뿐이고 실행에 옮기려고 하지 않았다. 진묵대사는 만날 때 마다 계속 간절히 당부도 해보고 부탁해봤다.

“누님 살아서 마음 닦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죽어서 지옥 갑니다. 극락에 가려거든 제발 부처님 공부 좀 하세요. 수행 좀 하세요.”

진묵대사가 만날 때 마다 기도 좀하고 수행 좀하라고 달래고 다그치자 누님이 나중에는 짜증스런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내 동생이 도인(道人)인데 설마 나를 그냥 둘라고........ 나대신 기도해서 나를 극락으로 보내 주겠지. 내가 걱정할 게 뭐 있겠나.”

진묵대사가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누님한테 야단을 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공양시간에 진묵대사가 점심공양을 하고 있는데 마침 누님이 찾아왔다. 방안을 들어서는 누님을 보고도 진묵대사는 평소와는 달리 아무른 말씀도 없이 공양에 집중하고 있었다.

“스님! 공양시간인데 사람을 보고도 공양했느냐? 고 한번 물어 보지도 안소 참으로 서운하오.”

누님이 스님을 바라보면서 혼자말로 투덜거리다. 그래도 진묵스님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공양에만 더욱 빠져들고 있었다.

“아니 내가 스님의 누님인데 밥을 먹고 있으면서 밥을 먹었느냐고 물어 보지도 않고 그럴 수 있는가?”

누님이 몹시 서운하다는 투로 큰소리로 때 아닌 항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묵대사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누님 지금 배가 부르지 않습니까?”

“동생인 스님이 밥 먹는데 왜 내가 배가 부르겠나. 사람 놀리는가.”

누님의 이 말에 진묵대사가 조용히 타이듯 말했다.

“그것 보세요. 누님 제가 밥 먹는다 고 누님 배가 부르지 않지요.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공부한다고 누님이 도인되는 거 아닙니다. 누님의 업장은 누님이 공부해 씻어야 합니다. 누님이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면 누님이 극락 가는 것이지 내가 대신 극락 가는 게 아닙니다. 이제 아셨는지요.”

진묵대사는 그런 다음 누님에게 점심을 잘 대접했다. 누이는 바로 말귀를 알아듣고, 그뒤로는 열심히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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