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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마도 3호선과 전북 젓갈





전남 신안선 발굴 이후 완도와 진도, 군산, 태안, 대부도, 영흥도 등 서남해안 일대 바닷속에서 짧게는 수백 년에서 길게는 천 년이 넘는 시간을 뚫고 고선박들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도자기와 금제품, 동전, 목재 등 각종 유물도 쏟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서남해안에서는 20여곳의 해저유적지에서 14척의 난파선을 비롯, 10만 점이 넘는 유물이 발굴됐다. 주요 해저유물 발굴지로는 전남 신안과 충남 태안, 그리고 인천 앞바다를 꼽을 수 있다.'태안 마도 3호선 수중발굴조사보고서'는 2011년 마도 해역에서 발굴한 마도 3호선에 실린 도기, 목간(木簡, 문자를 기록하던 나뭇조각), 금속, 목제 유물의 고고·역사·미술사적 연구 결과와 자연 과학적 분석 내용을 담고 있다. 마도 3호선은 고려 무인집권 말의 권력자였던 김준(金俊, ?~1268)과 주변 인물, 고려시대 특수부대인 삼별초, 무신 합좌기구인 중방 등으로 보낸 화물을 싣고 있던 선박으로 1265~1268년 사이 난파됐다. 마도 3호선은 지금까지 발굴된 고려시대 선박으로서는 원형이 가장 잘 남아있는 배다.
고려시대에는 판매 목적이나 조세(租稅)로 거둔 전라도의 각종 물품들이 서해안을 따라 배로 개경까지 운송됐다. 태안 마도에서 발견된 세 척의 고려 난파선에서 수십 점의 도기 항아리가 나왔다. 항아리 안에 담겼던 물질을 분석한 결과, 벼, 조 등의 곡물과 각종 젓갈이 있었다. 젓갈은 물품 내역과 수취인을 기록한 일종의 송장인 ‘목간’과 함께 발견된 바, 분석 결과와 젓갈의 종류 및 수취인이 일치했다. 마도 3호선에서 발견된 목간엔 ‘죽산현에서 개경에 있는 윤방준 댁에 게젓 한 항아리를 올린다’는 내용이 있어 해남에서 개경의 권력자에게 게젓을 보냈음을 알 수 있다. 마도 난파선의 도기 항아리에 담겨 있던 젓갈로 게젓, 새우젓, 전복젓, 홍합젓, 고등어젓과 청어·밴댕이·전어·조기를 한데 담은 잡어(雜魚)젓도 있었다. 요즘도 먹는 젓갈들이다. 배에 실렸던 젓갈들은 각종 곡물, 식재료와 함께 전남 나주, 장흥, 해남, 여수, 전북 고창, 정읍에서 개경과 강화도에 보내졌다. 받는 사람은 당시 고려의 권력층이었다. 무신정권기 최고 권력자 중 하나였던 김준, 왕명 출납을 담당한 3품 고위직 관리인 승제 유천우, 정4품의 시랑 신윤화, 대장군 윤기화, 무관인 교위 윤방준 등의 수취인이 확인됐다.
난파선에서 발견된 전라도의 젓갈은 예부터 지금까지 귀하게 대접받고 사랑받은 지역의 전통 음식문화가 잘 이어져왔음을 보여준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쪽파·깐마늘 등 채소 가격이 오르며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유통 업계는 일반 배추보다 싸고 저렴한 절임 배추를 공수하고 절임 배추에 양념만 버무리면 되는 김장 키트(만들기 세트)와 포장 김치를 준비하는 등 김장 수요 잡기에 나섰다. 배추 가격이 오르는 데다 간편하고 쉽게 김장을 하려는 수요가 맞물려 절임 배추와 김치 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전북의 곰소 등 젓갈이 이번 김장철에 많이 사랑받기를 바란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