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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흙도 먹었다

전북 장수군 계북면 임평리 백암마을에서 먹는 흙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광복 이후에도 흙떡을 먹었다고 하였다.

“일제시대 석면 광산 자리에서 먹는 흙이 나왔습니다. 땅을 파면 석면과 석면 사이에 흰 흙이 나오는데 찰기가 있어 감자와 쑥을 넣고 쪄서 먹었습니다. 1950년대 중반까지 먹었습니다.”

당시 이 마을 노인들은 하나같이 흙떡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맛이 아니라 뒷간에서 고통을 겪었던 ‘아픈 추억’이었다. 오랜 세월 탓에 광산 자리는 보이지 않았고, 근처 땅을 헤집어보니 석면만 나왔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 흙벽이 보기 흉하다고 석회 칠을 하라는 관의 명령이 떨어졌는데, 워낙 빈궁한 마을이라 석회 살 돈이 부담이 되어 먹는 흙을 파다가 집집이 벽에 발랐다. 그때에 먹는 흙으로 벽을 바른 집이 몇 채 남아 있었는데, 지금도 있는지는 알 수 없다.(황교익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