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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위도에서 이순신장군에게 전복, 굴죽과 굴젓, 바지락을 대접하자 천하일미라 했다”

최근에 발간한 ‘위도 해양문화유산조사’보고서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내부 연구자와 외부전문조사위원이 직접 조사한 내용을 개요와 사회·지리적 배경, 고고역사와 기록, 사회환경과 생업활동, 전통신앙과 민속문화 등으로 분야별로 나눠 집필했다. 위도는 섬이라는 지형과 기후를 바탕으로 풍부한 재료를 생산하고, 음식에 활용해왔다. 또한 영광과 부안 등 육지와의 활발한 교류는 위도의 식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요인이 됐다. 음식은 지극히 문화적인 성격을 띠며, 일종의 문화적 기호체계를 보여준다. 특히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도서지역에서 식량을 생산하고,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또다른 문화적 표상이기도 하다.

 

1) 몸부릿대 나물
위도 주민들은 산에서 나는 여러 가지 산나물을 채취해 삶아 무쳐내어 반찬으로 이용해왔다. 주로 고사리, 두릅, 쑥, 방풍 나물 등이 그것이다. 유독 위도를 대표하는 나물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위도상사화’의 줄기를 이용한 나물이다. 위도상사화는 전 세계에서 오직 위도와 서남해안 섬에만 서식하는 특산식물이다. 상사화(相思花)는 꽃과 잎이 서로 보지 못하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꽃무릇’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는 약 5종의 상사화가 자생하고 있는데, 이중 위도상사화는 섬에만 드물게 자라는 여러해살이로 육지에서 자라는 상사화와는 다른 종이다. 꽃은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민가 주변 밭둑이나 산지 곳곳에 무리를 지어 피는데 위도 사람들은 꽃보다는 음식 식재료로 더 많이 인식하고 있다. 몸부릿대 나물은 추석이나 설에만 먹었던 귀한 음식으로, 추석을 앞두고 꽃이 피기 때문에 초가을에 수확해서 추석 때 먹는다. 일부는 말려 두었다가 설이나 보름 명절에 나물로 먹는다. 먹을 것이 귀하고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던 시절, 특히 도서지역에서는 산이나 들에 피는 여러 산나물들이 귀한 찬거리가 되곤하는데, 섬에서만 자생하는 위도상사화는 더욱 특별한 재료가 됐다. 귀하고 양이 적어서 일상음식으로는 먹기 어렵고, 가을 추석과 정월 설 명절 정도에만 먹는 음식으로 위도를 대표하는 음식문화의 하나라 할 수 있다.

 

2)바지락 애갈탕
서남해안의 갯벌이나 돌이 섞인 혼합갯벌에서 주로 서식하는 바지락은 봄이 시작되는 음력 3, 4월 산란 직전에 그 맛과 영양이 가장 뛰어나다. 위도는 벚꽃이 필 무렵이면 마을 어촌계 양식장에서 바지락을 캔다. 위도는 군사적 요충지로서 난중일기의 통해 “1597년 9월 20일 명랑해 전투를 마치고 새벽에 떠나 고참도(위도)에 이르렀더니 해가 저물어 그곳에 머물러 잤다”는 기록에서 충무공이 다녀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위도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에게 전복, 굴죽과 굴젓, 바지락을 대접하자 천하일미라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그만큼 위도의 바지락 맛은 뛰어났던 모양이다. 특히 위도에서는 이 바지락 탕을 ‘애갈탕’이라고 부른다. 애갈탕이라고 하는 어원과 뜻을 잘 아는 사람은 없으나, 오래전부터 애갈탕으로 불리어왔다고 한다. 바지락의 생김새를 보고 부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쥐똥바지락이라고 하는 알의 크기가 작은 바지락을 주로 바지락탕에 사용한다. 갯벌에서 캐낸 자연산 바지락으로 바지락 탕, 바지락칼국수, 바지락 전, 바지락무침 등을 해먹는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참바지락 만으로 탕, 무침, 전 등은 그 맛이 일품이다.

 

3) 피창국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위도의 음식 가운데 또 하나가 ‘피창국’이다. 피창국은 쉽게 말하면 일종의 선짓국인데, 돼지 피인 선지와 내장 등 갖가지 양념을 넣고 주물러 시래기를 넣고 끓여 낸 것이다.
위도에서 마을 잔치가 열리면 어김없이 등장한 음식이 피창국이다. 전라도에서는 아무리 음식을 잘 차려내도 홍어가 없으면 별 볼일 없는 잔치로 여겼던 것처럼, 위도에서도 피창국이 빠지면 잔칫상이 허전했다고 한다. 과거 위도에서 집집마다 돼지를 키웠고, 먹고 살기 힘든 가운데에도 특별한 날 돼지를 잡아서 피창국을 끓여 마을 잔치를 했다. 피창국은 돼지를 잡을 때 나오는 피와 고기와 내장을 함께 섞고, 거기에 시래기나 묵은 김치를 썰어놓고 끓여내는 것이다. 육지에서 먹는 선짓국과 다른 점은 선지를 굳혔다가 덩어리로 썰어서 넣는 것이 아니라, 위도에서는 그 피를 고기하고 내장하고 썰어 넣은 김치를 섞어 치대서 넣는다는 점이다. 먼저 돼지 살과 비계, 내장, 그리고 적당히 썬 김치를 모두 넣고 선지를 부어가며 주물러 치댄다. 선지가 고기와 내장과 시래기에 잘 버물려지도록 여러 번 치대는 것이 중요하다. 물이 팔팔 끓어오르면 그 끓는 물에 치대놓은 고기를 적당량을 넣고 피가 눋지 않도
록 계속 저어준다. 간은 소금으로 한다. 다 끓여지면 국밥처럼 한 그릇씩 떠서 피창국에
밥을 말아 먹는다. 주로 겨울철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나 잔칫날에 만들어 먹던 피창국은 여러 사람이 푸짐하게 나눠먹을 수 있기 때문에 자주 등장했다.

 

4)악대기
‘악대기’는 맑은 생선탕의 일종으로 위도에서 많이 나는 생선으로 끓여낸 국물음식이다. 흔히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맑게 끓여내는 ‘지리’로 생각하면 된다. 생선을 조리할 때 매운탕과 대조되게 매운 양념을 넣지 않고 맑게 끓이는 조리 방식으로, 위도에서 많이 잡히는 장대, 붕장어, 복어 등 주로 흰 살 생선을 쓴다. 고춧가루가 들어가는 매운탕과는 달리 재료의 원래 맛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재료의 신선도가 중요하며, 그래야 비린내도 덜 하다. 식성에 따라 고춧가루를 살짝 풀기도 한다.
악대기의 주재료는 ‘박대’이다. 군산, 서천, 부안, 곰소, 줄포, 위도 등 서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박대는 참서대과 생선으로 개서대와 용서대, 참서대 등 다양한 어종이 있다. 서대와 비슷하며 말린 것은 구별이 쉽지 않다. 박대는 풀치, 가오리와 함께 서해안 인근 지역민들이 즐겨먹던 건어물이다. 그래서 박대는 바닷가 주민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생선이다. 칠산어장의 중심에 놓여 있는 위도 인근해역에서는 조기를 비롯해 홍어, 병어, 문어, 전어, 가오리, 갯장어, 삼치, 박대, 서대, 장대, 새우, 갑오징어, 갈치 등 각종 생선이 잡히고 대구와 청어도 잡혔다. 겨울철에는 이렇게 잡아온 생선 가운데 박대와 장대, 복어 등으로 악대기를 만들어 먹었다. 위도 띠뱃놀이에서 불리는 굿 노래의 한 대목을 보면, 굿 노래에서 조기와 박대 이야기가 등장한 것을 볼 수 있다.

 

미끄런 조기야 코코에 걸려라 / 에이야 술배야
껄끄런 박대야 코코에 걸려라 / 에이야 술배야

 

오래된 노랫가락에서도 확인될 만큼 박대는 악대기에 이용될만한 칠산어장을 대표해온 생선임에 틀림없다. 지나간 자리도 맛있다는 박대. 서해안 찬바람에 담백한 박대를손질해 말렸다가 푹 끓여먹는 악대기는 먹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

 

5) 조기매운탕과 조기젓갈

조기는 서해안을 대표하는 생선이다. 황금조기 떼 넘쳐나던 시절엔 ‘사흘칠산’이라하였다. 즉 사흘 벌어 1년을 먹고 살았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풍요로웠던 곳이 바로 칠산어장이다. 그물에 걸린 조기들이 하도 많아서 몇 차례 나눠 실어올 정도였으며, 그물코에서 미처 조기를 빼낼 시간이 없어 그물채 실어온다고도 했다. 세월이 지나 그 명성은 예전 같지 않지만 그래도 칠산어장을 형성해왔던 조기는 위도의 대표 식재료이다
영광이 조기를 말려서 굴비를 탄생시켰다면, 위도는 칠산어장에서 낚아 올린 싱싱한 생조기를 그대로 음식재료로 썼다. 조기는 소금에 절여도 몸체가 굽어지지 않으며, 내장이 깨끗하여 비리지 않다. 머리부터 내장까지 모두 넣고 자작하게 끓여낸 칼칼한 조기매운탕을 단연 으뜸으로 꼽는다. 조기매운탕은 위도에서는 특별식은 아니고 매 끼니는 아니더라도 밥상에 자주 올라오는 일상음식에 가깝다. 조기매운탕에 들어갈 조기를 손질할 때 머리와 내장을 떼어내지 않고 비늘만 살짝 벗겨 넣는다. 조기를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은 어두육미라고 머리와 내장을 먼저 먹는단다. 육수에 무, 양파, 고춧가루를 넣고 끓인다. 육수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쌀뜨물을 넣어도 좋다. 물이 끓어오르면 손질한 조기를 넣고 썰어놓은 파, 고추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이다가 마지막에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한다. 거기서 좀 더 자박하게 졸이면 조기조림이 된다. 알 밴 조기는 그 맛이 배가 된다. 조기매운탕과 함께 노릇노릇 갓 구워낸 조기구이와 곰삭은 조기젓으로 무친 조기젓갈까지 올라오는 조기백반은 12첩 반상 부럽지 않다.

 

6) 위도 갓김치
위도의 특산물로 손꼽히는 대표적인 음식이 꽃게와 갓김치이다.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위도의 갓은 한번 맛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하다. 위도 갓김치는 해풍을 맞고 자란 갓과 위도산 젓갈로 만들어져 맛이 독특하고 뛰어나다. 이로 인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여수 ‘돌산갓’ 못지않은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위도 주민들이 직접 담근 위도산 갓 김치는 가정용 김치를 식당에서 반찬으로 내으면서 손님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갓김치를 맛본 손님들이 개별적으로 구입 의사를 밝히는 숫자가 늘어나면서 위도에서는 판매용 갓김치를 담기 시작했다. 주로 식당업을 중심으로 위도의 갓을 베어 위도산 젓갈과 액젓으로 김치를 담그는데, 갓김치는 막담았을 때는 알싸한 맛이 강하지만, 적당히 익으면서 젓갈 특유의 깊은 맛이 더해진다. 위도산 갓김치는 특히 선어회를 먹을 때 그 맛이 배가 된다. 위도에서는 회와 함께 제공되는 음식으로 방풍나물과 갓 김치를 내 놓는 것이 특징이다. 선어회 한 점에 잘 익은 갓김치를 올려 먹으면 다른 쌈이 필요없는 별미가 된다. 해풍 맞고 자란 갓과 달래로담근 갓 김치와 달래 김치 등은 위도를 찾는 관광객에게 귀한 특산물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