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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도문대작과 전북 음식

도문대작과 전북 음식

익산 함라면은 조선시대에는 함열현(咸悅縣)으로 지방 행정구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그 흔적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관청이었던 동헌 터, 공립학교였던 함열 향교, 3부잣집 고택, 마을 돌담길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홍길동전의 저자로 잘 알려진 허균의 유배지이기도 하다. 허균은 이곳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팔도음식을 기록한 ‘도문대작(屠門大嚼)’을 남겼다. 그렇게 잘 나갔던 함라는 근대로 접어들면서 발전이 둔화되면서 관심에서 멀어진 지역이 되었다.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은 철도였다. 

삼부잣집 고택(고택 세 군데 중에서 한 곳만 개방되고 있는 것은 아쉽다)과 마을 돌담길을 알리기 시작했고, 함열향교도 관광객들에게 개방을 했다. 최근에는 한옥마을을 조성, 2017년부터 체험관을 운영을 하고 있다. 함라를 익산의 대표 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셈이다. 식당인 ‘함라도문대작’은 함열에서 유배생활을 한 허균의 ‘요리서’에서 따온 명칭이다. 이곳은 숙박예약 시 이용 가능하며, 재첩국, 전복죽, 갈비찜 등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다. 향교 뒤에 구절초가 재배되고 있어 이름 지은 찻집 ‘아홉마디풀향기’에서는 그윽한 차를 마시며 한옥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교산 허균(1569~1618)은 조선시대 최고의 미식가였다. 하지만 그가 익산 함열에서 '도문대작’을 펴냈지만 이를 아는 사람들이 드물다. 이는 광해군 시절 당쟁에 휘말려 함라에 귀양을 온 허균이 귀양지에서 그동안 자신이 먹어본 팔도 음식들을 지역별로 기록한 책이다. 

1611년 푸줏간 문을 향해 입맛을 다시며 마음을 달랜다는 의미와 조선팔도 향토음식 품평서로, 고기를 먹고 싶으나 먹을 수가 없으므로 도문(屠門, 도살장의 문)이나 바라보고 대작(大嚼, 질겅질겅 씹는다)하며 자위한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귀양살이하면서 거친 음식을 먹게 되자 예전에 먹었던 맛난 음식 생각이 간절해졌고, 그것이 저술 동기가 됐다. 그는 신해년(1611, 광해군3) 4월 21일, 날짜까지 박아 서문을 쓴 뒤, 허균은 별미들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도문대작’은 방풍죽(防風粥:강릉)·석이병(石耳餠:개성)·엿·대만두(大饅頭)·두부·다식(茶食)·웅지정과(熊脂正果) 등 병이류(餠餌類) 11종, 강릉의 천사배(天賜梨),전주의 승도(僧桃) 등 과실류 28종,곰의 발바닥(熊掌),표범의 태(豹胎),사슴의 혀와 꼬리 등 비주류(飛走類) 6종,붕어·청어·복어·송어·광어·방어·도루묵·홍합·대하 등 해수족(海水族) 46종,무·배추 등 채소류 33종,기타 5종을 나열하고, 이들 식품의 특징과 명산지를 밝혔다. 전북 관련 음식을 분석, 오늘 처음으로 소개한다.



생강[薑] : 전주에서 나는 것이 좋고 담양과 창평의 것이 다음이다

도하(桃蝦) : 부안(扶安)과 옥구(沃溝) 등지에서 난다. 색이 복숭아꽃 같은데 맛이 매우 좋다.

오징어[烏賊魚] : 서해에서는 일부 지방에서만 잡히는데 흥덕(興德)과 부안(扶安)에서 잡히는 것이 가장 좋다.

뱅어[白魚] : 얼음이 언 때 한강에서 잡은 것이 가장 좋다. 임한(林韓)ㆍ임피(臨陂) 지방에서는 1~2월에 잡는데 국수처럼 희고 가늘어 맛이 매우 좋다.

녹미(鹿尾 사슴의 꼬리) : 부안(扶安)에서 그늘에 말린 것이 가장 좋고, 제주도의 것이 그 다음이다.

백산자(白散子) : 속명은 박산(薄散)인데, 전주(全州) 지방에서만 만든다.

승도(僧桃) : 전주(全州) 부근은 모두 승도가 난다. 크고 달다.

엿[飴] : 개성(開城)의 것이 상품이고 전주(全州) 것이 그 다음이다. 근래에는 서울 송침교(松針橋) 부근에서도 잘 만든다.

죽실(竹實) : 지리산에서 많이 난다. 내가 낭주(浪州)에 있을 때 노사(老師 스님)인 선수(善修)가 제자들을 시켜 보내 왔는데, 감과 밤의 가루와 섞어서 만든 것이었다. 몇 숟갈을 먹었는데 종일 든든했다. 참으로 신선들이 먹는 음식이다.

오시(烏? 먹감) : 지리산(智異山)에서 난다. 검푸른 색에 둥글고 끝이 뾰족하다. 맛은 그런대로 좋으나 물기가 적다. 꼬챙이에 꿰어 말려 곶감으로 만들어 먹으면 더욱 좋다.

죽순절임[竹筍?] : 호남(湖南) 노령(蘆嶺) 이하에서 잘 담그는데 맛이 썩 좋다.

순채[蓴] : 호남에서 나는 것이 가장 좋고 해서(海西) 것이 그 다음이다.



소개된 이들 음식은 허균 자신이 직접 그곳을 찾고 먹어본 것이다. 따라서 간략한 해설이지만 조선시대 지역별 식품의 특징이나 명산지, 조리법 등 식품과 음식의 실상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료로 활용 가치가 크다. 예나 지금이나 음식의 고장, ‘맛향 전북’의 명성을 이을 수 있는 스토리 개발과 창조적 사고를 통해 이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익산의 국가식품클러스터를 본다면 허균은 우리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까./이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