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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진천송씨 우산종중의 백자(百子)편


표옹(瓢翁) 송영구(宋英耉, 1555∼1620년)의 며느리 가운데는 남원의 삭녕 최씨 집에서 시집온 이가 있었다. 삭녕 최씨라면 훈민정음을 언해하고 용비어천가를 주해한 최항(崔恒, 1409∼1474)의 후손들을 지칭한다. 진천 송씨 집으로 시집갈 때 친정아버지인 최상중(崔尙重)이 딸에게 물었다. “시집갈 때 무엇을 주면 좋겠느냐?”. 그러자 그 딸은 “변산 솔씨 서말만 주세요”라고 했다. 변산은 예로부터 궁궐을 지을 때 사용하던 질좋은 소나무가 많은 곳으로 유명했다.
이 며느리가 봉동 진천송씨 우산종중 집안에 수립한 또 하나의 전통이 있다. ‘백자(百子)편’이라고 불리는 특이한 모습의 떡이다.
민족은 생활 기반이 되는 자연환경과 독특한 생활양식에 의해 그 나름대로의 절식을 만들어 먹으며 발전시키는 법이다.
우리 민족도 예외는 아니어서 계절이 바뀌는 절기마다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이웃끼리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 여기에서 떡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시절식이었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1943년)'에도 '대체로 떡이라고 하는 것은 철을 찾아 만드는 것이니, 정월이월은 송편을 만들고 이월보터는 개피(갑히)떡과 산병, 꼽장떡을 만들되, 삼월에도 같이 하며, 사오월에는 잔절편을 만들고, 육칠월엔 증편과 깨인절미와 밀쌈을 만들고, 또 깨편을 만들고, 팔월엔 호박떡과 오려쌀송편을 만들고, 구월엔 말텁떡과 밤경단과 주악을 만들고, 시월에는 밤경단만 만들고, 콩경단과 쑥구리를 만들되 십이월까지 만드는 법이니라'고 해서 절기마다 달라지는 떡의 종류를 열거하고 있다.
이처럼 절기마다 그때그때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구해 떡을 만들어 먹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떡은 보통 신에게 바치거나 이웃, 친척간에 나누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10월의 떡으로는 밤, 대추, 석이, 쑥 등으로 조그맣게 만든 궁중의 웃기떡인 단자류나 햇녹두를 갈아 단팥소를 넣어 둥글게 기름에 지진 빙자병, 멥쌀에 단 무를 넣고 붉은팥고물로 푸짐하게 만든 무시루떡, 노랗고 작은 국화꽃을 차전병에 붙여지진 국화전 등이 주로 돌려진다.
여기에 다식이나 백자편, 녹차나 봉수탕 등을 다과로 곁들인다. 다식은 곡식가루나 한약재, 꽃가루 따위를 꿀로 반죽하여 덩어리를 만들어 다식판에 넣어 여러 모양으로 박아낸 것으로 깨다식, 콩다식, 진말다식, 강분다식, 승검초다식, 용안육다식, 송화다식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강정의 최고라고 말하는 백자편. 백자편은 잣박산 또는 잣엿강정이라고도 부른다.잣은 칼로리가 높고 비타민 B군과 철. 인등이 많이 함유 된 자양 강장식품이다.
이 집안의 '백자편'은 사람 발뒤꿈치 모양의 흰떡 수십개를 부채살처럼 둥그렇게 모아놓은 다음, 그 위에다 다시 계속해서 둥그렇게 얹어놓는다. 마치 피라미드처럼 6∼7층을 겹쳐서 쌓아놓는다.
행사가 끝나면 이 떡을 하나씩 먹으면서 자손의 창성을 기원한다고 한다. '백명의 자손'이라는 '백자(百子)'의 뜻과 같이 송씨 문중의 자손들이 번창하기를 의미하는 떡이다. 지금도 문중 시제 때는 만들어서 모두 먹는다.
매년 음력으로 7월 16일. 백중 다음날에 망모당에서는 소쇄일(掃灑日)이라는 행사가 있다. 집안 전체가 모여서 청소도 하고 같이 식사도 하는 날이다. 옛날에는 비단 송씨뿐만 아닌 인근의 선비들도 참여해서 백일장도 열렸다고 한다. 이 행사에 참석하느라고 여산에서 삼례에 이르는 일대가 흰옷 입은 선비들로 가득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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