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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전주짱골목과 콩나물국밥

전주콩나물국밥과 해장국의 유래를 알고 있는가. 전주 콩나물국밥은 다가동 중앙동 짱골목 일대에서 성업한 삼백집의 주로식 콩나물국밥과 남문밖장과 동문거리 왱이집의 토렴식 콩나물국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송화섭 전주대교수(문화관광학부)가 동아시아고대학회가 발간한 ‘동아시아 고대학 제47집’에 ‘해장국의 발생 배경과 변천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그 요지를 정리해 소개한다.[편집자 주]

콩나물국밥은 전주의 전통음식 가운데 하나다. 전주 콩나물국밥의 역사는 1929년 12월 1일에 발간된 『別乾坤』 「天下八道名食物禮讚」에 기술되어 있다. 전주 콩나물국밥은 “탁백이국”으로 소개됐다. 이는 솥에 콩나물을 넣고 마늘양념을 조금 넣는둥 마는둥 하고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것이 전부다. 콩나물국을 끓이는데 장(醬)은 금물이고 반드시 소금(鹽)으로 맛을 낸다. 그럼 그 맛이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다가치 물로 길으는데 맛이 그렇게 달으다면 결국 全州의 물이 죠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물로 기른 콩나물이 좋은 식재료였고, 전주콩나물로 끓여낸 국밥이 전주콩나물국밥의 명성이 됐다.
그렇다면 식전 새벽에 탁백이집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수산물, 청과물, 농산물의 경매가 이뤄지는 전후 새벽녘에 남문 밖 장 시장사람들은 모두가 매우 분주하다. 특히 수산물과 청과물을 나르고 운반하는데 구슬땀을 흘린 상인과 장꾼들은 출출한 뱃속을 따뜻한 국물과 막걸리 한잔으로 달래주기 위하여 찾는 곳이 탁백이집이었다.
남문 밖 장터의 콩나물국밥은 찬밥을 중탕식 국물에 말아주는 토렴식(退染式)국밥이었다. 토렴식국밥은 전날 저녁에 해놓은 찬밥을 뚝배기에 넣고서 중탕식 콩나물 국물을 서너번 국물말이하는 토렴 과정을 거쳐서 손님에게 내놓는 따끈따끈한 국물의 콩나물국밥을 말한다. 남문밖장터에서 산지 상인과 시장의 장꾼들이 경매를 마친 뒤 해장에 콩나물, 시금치, 생채를 넣고 고추장으로 비빈 후에 육회, 참기름을 마무리를 해서 내놓았다고 한다.
앞선 해방직후 전주에는 밤마다 술꾼들과 술집아가씨들이 흥청거리는 홍등가와 색주가가 있었다. 속칭 ‘짱골목’ 일대가 그곳이다. 짱골목의 명칭은 전주극장이 위치하는 골목이라서 극장의 ‘장(場)’를 딴 골목의 명칭이다. 전주극장은 1925년 9월에 帝國館(鳥飼末吉 建立)으로 문을 연 전주 최초의 근대적 극장이었다. 당시 영화는 신문화의 상징이었다. 제국관이 1945년 해방 당시까지 전주의 유일한 극장이었다. ‘짱골목’의 명칭은 해방 이후에도 유흥가의 전통은 계속되었고, 짱골목 인근의 여관들도성업했다. 하지만 60년대말 70년대초에 중앙동 일대에 나이트클럽이 들어서면서 변화를 가져왔다. 다가동 청석동 파출소 옆의 황금마차, 중앙동에 가고파클럽, 신혼클럽, 관광호텔나이트클럽, 명동클럽 등이 들어서고 정종대포집, 막걸리대포집 등 술집이 짱골목 거리에서 호황을 이루었다. 1980년대는 콩나물불고기집들이 짱골목에서 성업했었다.
삼백집이 다가동에 처음으로 콩나물국밥집을 허가받은 것은 1967년이다.1960년대 콩나물국밥집은 남문밖장에서 몇집이 영업했으나, 삼백집이 부성안의 다가동에 처음으로 자리를 잡았다. 삼백집은 다가동 짱골목 입구에 해장국집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삼백집은 통행금지가 풀리는 새벽 4시 완산종 인경소리에 맞춰 술에 취한 청춘남녀들이 찾았다. 콩나물국밥이 ‘속풀이 해장국’으로 정착한 것도 이때쯤이다.
1970년대 술집의 대중화와 소주, 막걸리의 음주 확산이 색주가와 다른 공간에 해장국집이 들어서는 계기가 됐다. 동문거리 콩나물국밥집의 조성이 그 본보기다. 1970년대 전주시청과 전주시의회, 금융기관 등 국가공공기관이 미원탑 사거리에 집중되어 있었다. 밤늦게까지 술마신공무원들이 아침 일찍 동문거리의 콩나물국밥집에서 ‘속풀이해장국’으로 콩나물국밥을 먹는 관행이 생겨났다. 그것도 근현대화 과정에서 태동한 신문화라 할 수 있다. 구 전주시청(미원탑사거리) 길 건너에 백도극장(후에 아카데미극장으로 변경) 뒷골목에 콩나물국밥집이 성업했다. 이곳은 전주시청 중심의 관공서 공무원들이 아침 일찍부터 자주 찾은 해장국집 거리였다. 희석식소주의 영향인지 속풀이해장국이 콩나물국밥 외에 시레기국밥과 선지국밥, 순대국밥 등으로 다양해져 갔다. 1970년대 동문거리 콩나물국밥집이 성업했던 전통은 동문사거리 근처 왱이콩나물국밥집을 중심으로 그 전통을 승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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