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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발효식품 세계로 가려면

지난 10월 24일부터 28일까지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는 ‘2003 전주 국제발효식품엑스포(IFFE)’가 열렸다.

국내에서는 전북 92개를 비롯해 서울 16개, 경기 10개 등 153개 업체가 참가했고, 해외에서는 미국 멕시코 몽고 벨기에 브라질 일본 인도네시아 중국 프랑스 등 9개 나라가 자국의 발효식품을 출품했다. 순창 고추장과 된장, 부안 젓갈류부터 허브요구르트(몽고), 브로셔(미국), 맥주(벨기에), 간장(일본), 장아찌(중국), 치즈(프랑스), 젤리(인도네시아) 등의 다양한 발효식품이 소개됐다.

엑스포를 마치고, 전북의 발효식품이 세계로 가기 위한 몇 가지 조건들을 생각해 본다.

첫째, 향토음식 전수자의 문화재 지정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전북은 지난 1995년 「향토전통음식발굴육성조례」를 제정, 이를 근간으로 53개 품목 75개 업소의 향토전통음식 지정업소(2002년 말 현재)를 선정했지만, 정작 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송순주 이강주가 향토술 담그기로 문화재 지정이 돼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지난 1960년대 전주비빔밥으로 유명세를 탔던 옴팡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전주의 명주였던 장군주와 간을 맞출 때 썼던 전주즙장(全州汁醬, 白氏醬)이 거의 실전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때문에 올해 마무리되는 전라북도향토전통음식점 지정에 청포묵, 전통재래식 고추장, 된장 등 사라져 가는 일반 가정의 전통음식 기능보유자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둘째, ‘완산십미(完山十味)’의 발굴과 전승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전주음식은 예부터 그 맛이 뛰어나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고 사랑을 받았던 ‘완산십미’가 전해왔으나 명맥이 단절될 위기에 처해 있다. 파라시(八月枾), 열무, 서초(西草 : 담배), 애호박, 모래무지, 게, 무는 거의 생산 또는 획득이 요원하며, 전주비빔밥에 빼놓을 수 없는 녹두묵은 생산업체가 손에 꼽을 정도다. 전주비빔밥에 빼놓을 수 없는 녹두묵은 생산 업체가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다만 콩나물은 전주비빔밥이나 전주콩나물국밥 등의 주재료로, 미나리는 매운탕 등의 재료에 쓰일 뿐 산업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완산십미(完山十味)’를 중심으로 이 고장의 전통음식을 재현, 발굴, 상품화해 그 맛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완산십미’를 새로이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셋째, 전통주를 양주 대용으로 키워야 한다.

전북은 무공해청정지역으로 쌀 등 천연 원료를 대량 생산할 수 있어 감칠맛 나는 전통주를 생산,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전주 이강주·이미주, 완주 송화백일주와 송곡오곡주·과하주, 고창 복분자주와 선운사특주, 무주 머루주, 남원의 변강쇠주(지리산약술)와 춘향주, 정읍 단풍주, 익산 호산춘, 변산팔선주, 김제의 송순주 등은 모두 우수한 원료와 독특한 제조 비법 등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상품 디자인을 통해 용기 개발을 꾸준히 할 경우, 대량으로 수입되는 위스키를 대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전통주 가공산업에 대한 제반 정보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체계 확립과 구매·판매·신상품 정보·신기술 개발·국제시장 정보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 제공이 필요하다.

전통주의 시장 조사와 판매망 확보 등에 있어 전문성이 결여되어 경쟁력이 약하고, 가격도 비싸 판로 확대의 제약 요인으로 되고 있는 만큼 원류 구입 및 판매 방식을 혁신해야 할 때다. (전민일보 이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