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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전주 콩나물 제2의 부활 꿈꾼다

 

 

 

 

 식재전주(食在全州).
 옛날 부성 사람들이 하루 세 차례씩 음식상에 올려 먹었던 콩나물이 제2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사정골과 자만동(현재의 교동 일대)의 녹두포 샘물로 기른 콩나물을 일품으로 꼽았음에도 불구, 지금 비록 맛볼 수는 없지만 프랜차이즈로, 콩 프로젝트로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면서 노란잎 입안 가득 물고 입사치를 돋우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해장국은 ‘전주콩나물국밥’으로, 창업계 전문가들은2008년 올해에 전망되는 한국 대표 음식 1순위로 손꼽고 있는 실정.
 해장국은 지방에 따라 재료와 끓이는 방법이 서로 달라 콩나물해장국(콩나물국밥), 선지 해장국, 북어해장국, 우거지 해장국, 올갱이 해장국, 소고기 해장국, 뼈다귀 해장국 등 해장국이라는 이름이 붙은 음식들 외에 재첩국, 순대국, 소머리국밥, 복어탕, 아구탕, 추어탕, 연포탕 등 속풀이를 하는 기능이 있는 음식들을 모두 통칭하고 있지만 전주콩나물국밥이 가장 전도유망한 한식 아이템이다.
 이처럼 맛향 전주의 콩나물이 유명한 것은 토질과 수질이 다른 지방의 그것과 달라 콩나물 재배에 적합한데다가 물에 철분이 많아 풍토병인 디스토마로 인한 토혈을 예방하거나 각기병을 예방하기 위해 많이 먹은데 따른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대두를 쓰지만 전주 콩나물은 눈에 흰 테를 두른 검은 콩으로 마치 쥐의 눈과 같다하여 붙여진 쥐눈이 콩(임실지역에서 나는 서목태 鼠目太)을 사용 차별화를 도모했으며, 만경강의 발원지인 완주군 동상면 밤샘과 슬치를 지나 전주 시내를 관통하는 맑은 물은 콩나물을 가을 하늘만큼이나 쑥쑥 높다랗게 키워냈다.
 그러나, 콩나물은 식재료 가공 기술과 교통의 발달로 인해 급속도로 탈전주화하여 서서히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메뉴로 자리잡고 있다.
 완산팔미’의 하나인 전주 콩나물은 전주비빔밥과 콩나물국밥의 주재료로 빠질 수 없는 식품으로, 소금으로 간을 맞춰 끓이면 고숩기도 하고 부드러우면서 나긋나긋한 맛이 한층 감칠맛을 주는 게 오래토록 변치 않은 자랑 거리.
 콩나물에 청포묵 육회볶음 등 30여 가지 재료를 넣어 만든 전주비빔밥은 오방색의 우주를 고스란히 담은 채 그 명성을 휘날리고 있으며, 또 뚝배기에 밥과 콩나물을 넣고 가진 양념을 곁들여 자글자글 끓여낸 콩나물국밥은 전주에서 200여 곳이 영업을 하고 있을 정도로  선호도가 높나니.
 조리 방식을 놓고 보면 크게 두 가지. ‘일반식’과 ‘남부시장식’이 바로 그것.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콩나물국밥집은 뚝배기에 밥과 콩나물을 넣고 갖은 양념을 곁들여 펄펄 끓여 만든 것으로 날계란을 뚝배기에 얹어서 나오는 것이 특징. 반면 ‘남부시장식’은 뚝배기의 내용물을 끓이지 않고 한그릇씩 육수에 말아서 내놓고 별도로 밥공기에 계란을 흰자만 살짝 익게 하여 내놓는다.
 손님이 주문할 때 마다 고추와 마늘, 대파를 그 자리에서 해당 분량 만큼만 다져 고명으로 얹어주는, 미로 같은 남부시장 뒷골목의 ‘현대옥’의 정감하며, 양푼에 담아 내오는 선홍색 갓김치가 조건반사적으로 입안을 적시는 쌉싸름한 ‘왱이집’의 미각은 또 어떠한가. ‘삼백집’에서 첫 숟가락을 뜨기 전, 모주 한 모금으로 입가심을 할 양이면 더운 피는 진정되고 알코올로 찌든 혀에 육수의 숨은 맛과 향 그윽히 되살린다.
 지금 남부시장의 명물 전주콩나물국밥 아이템을 프랜차이즈화해 현재 전국 140여 개 가맹점을 운영중인 ‘완산골명가’.
 ‘완산골명가’는 한규용사장이 20여년 간 전주 남부시장에서 콩나물국밥집을 운영한 이모로부터 맛내기 비결을 전수받은 후 지난 2001년 말 목포에 1호점을 오픈, 전주와 익산 현지에 CK(Central Kitchen)공장과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주와 목포, 서울, 광주에 각 직영점 운영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맛의 핵심인 육수를 티백 형태로 제조, 공급하여 전주 전통의 맛 그대로를 세계 어디서나 가능하게 재현한 게 차별화 전략의 실체.
 멸치, 건새우, 다시마 등 해산물을 건조 가공하여 만든 특수 티백을 끓는 물에 20분 정도 넣어 우려낸 육수에 역시 전주에서 배송된 콩나물, 묵은 김치를 얹어 고객에게 제공하므로 맛과 조리편리성 모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겨레가온데의 완산골명가(www.wansangol.com) 최현구 본부장은 “손맛에 좌우되는 한식인 만큼 국물 음식을 표준화, 매뉴얼화 함으로써 성공의 결실을 맺고 있다”며 “수년 동안 연구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했다.
 전주의 콩나물재배업자 21명이 지난해 9월 콩나물영농조합을 결성, 금상동에 친환경 콩나물공장을 세워놓고 풀무원, CJ, 대상 등 대기업과의 경쟁에 뛰어들었다.
 순수 국산 콩에 식수로 지하 암반수를 뿌리면서 하루 3톤의 콩나물을 생산, 전국 유명 백화점과 할인마트에 납품하는 등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그야말로 ‘노란 꿈’을 꾸고 있다. 보성 녹차나 고창 복분자처럼 ‘전주 콩나물’이라는 브랜드 아래 차별화된 제품을 만든다는 게 미션의 실체. ‘전주콩나루콩나물국밥’은 이미 70여 개의 가맹점에 콩나물을 공급하고 있다.
 전주시는 ‘전주비빔밥’의 지리적표시제 등록에 앞서 실시한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콩재배 적지를 조사한 결과, 전주 덕진구 19.1%, 완산구 17.8%인 반면 안동은 14.2%로 나타나 콩나물 재배 적지임이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따라서 시는 지난 해 막걸리를 관광자원화한 ‘막 프로젝트’에 이어 이번에는 ‘콩나물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전주콩나물의 차별화를 위해 역사와 유래는 물론 관련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함께 기업클러스터 및 박물관 조성 등을 적극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품질 향상은 물론 가격 경쟁력 확충과 함께 전국의 학교, 병원과 같은 집단급식소, 대형 마트와 백화점 등 다양한 요처를  개발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
 ‘현대옥’의 할머니사장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만 장사를 하면서 지금도 첫 손님한테서 받은 돈을 이마에 붙이고 있다”며 “사람마다 매웁게 먹나, 싱겁게 먹나, 짜게 먹나를 일일이 기억해 주고 있는 까닭에 한번만 우리 가게에 와도 알아주니 손님들이 기분이 좋다고들 말한다”고.
 “이놈아. 누가 보면 영락없이 박정희인 줄 알겄다. 그런 김에 이 계란 하나 더 처먹어라.” 1970년대 어느 날 박대통령이 전주 ‘삼백집’에 들렀다. 유명한 ‘욕쟁이 할머니’가 내뱉은 한 마디의 말. 물론 박 대통령은 계란을 받아 잘 먹었다.
 복장을 두드리며 웃었지 결코 비방 비판하지 않았던 박대통령, 마켓팅 전략에 인심으로 얼큰하게 간을 맞춘다면 전주 콩나물국밥은 금상첨화로소이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