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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킹스베리와 전주 딸기

 

2005년만 해도 국내에서 생산된 딸기 중 80%레드펄’ ‘아키히메를 비롯한 일본 품종이었다. 국산 딸기 품종의 비중은 9.2%에 그쳤다. ‘딸기독립의 날은 의외로 빨리 왔다. 결정적인 계기는 충남도농업기술원 산하 딸기연구소가 설향이라는 품종을 개발한 것이었다. 농촌진흥청은 농민들이 쉽게 재배할 수 있으면서도 수확량이 많고 맛까지 좋은 '설향'은 국산 딸기 품종 보급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이후 저장성이 뛰어난 싼타’, 기형과일 발생이 적은 죽향’, 수출용 딸기로 딱 좋은 매향등의 품종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국산 품종 보급률은 갈수록 높아졌다. 최근에는 크고 단단한 딸기로 유명한 아리향’, 은은한 복숭아향이 나는 킹스베리’, 당도·경도·풍미가 우수한 금실등의 히트작이 잇따라 쏟아져 나오면서 농민의 대부분이 국산을 재배하는 상황이 됐다.

'오늘 수확한 딸기를 네가 보았으면 했는데. 테이트(마티 잉골드)씨가 거의 5갤런이나 되는 딸기를 수확해서 내가 어린 여학생들을 딸기잔치에 초대했다. 딸기는 이곳에서 나는 토종식물은 아니지만 아주 잘 자란다. 테이트 부인 2년 전에 (딸기 모종) 50개를 주문했었고, 우리 선교부뿐 아니라 실제적으로 전 선교사들에게 딸기를 공급해 오고 있다.(미국 장로교 선교사 랭킨의 편지(1907526일 중)' 딸기가 우리나라에 처음 보급된 시점은 1900년대 초로 추정되고 있다. 전주기전학교 교장을 지낸 랭킨은 이 편지에서 1905년 의료 선교를 하고 있던 잉골드 선교사가 안식년을 마치고 미국에서 돌아오면서 딸기 모종 50개를 가져왔다고 썼다. 편지 후반부에는 또 딸기 모종을 전주 선교부뿐 아니라 전국 선교부에 보냈다는 내용도 나온다. 잉골드가 사역하던 의료기관은 훗날 전주 예수병원이 됐다. 전주예수병원 자리 건너편에 자리한 딸기밭은 1950년까지 '산 너머 딸기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지역 주민의 나들이 장소로 사랑을 받았다.

농업기술센터는 진안지역에 적합한 딸기품종 찾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클로렐라 활용기술을 지원받아 킹스베리(King's berry)'를 재배했다. 어린 아이 주먹만큼 커다란 크기로 유명한 게 '킹스베리'. 더 크고, 더 달다. 일반 품종과 다른 까닭에 한 알 한 알 정성스럽게 과일 망에 싸여 개별 포장된다. 망고도, 키위도 아닌 딸기 얘기다. '딸기의 왕'이라 불리는 킹스베리는 충남농업기술원 논산딸기연구소에서 9년 간 연구 끝에 내놓았다. 크기는 큰데 더 달콤하기까지 하니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소비자들도 많이 찾는 품종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출국만 지난해 7개국에서 올해 22개국까지 늘었다. ’킹스베리는 부유층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상품은 태국 왕족 등에게 한 알에 2만원에 팔린다. ’킹스베리의 첫 수확 시기는 통상 11월 초쯤이지만, 올해는 지난 8월 카눈의 한반도 상륙 소식에 묘 심는 시기를 늦추면서 수확도 평년보다 열흘 가량 늦어지며 '귀하신 몸'이 됐다./이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