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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전주 음식

* 전주는 세월이 지날수록 깊은 맛이 나는 도시입니다.
소설가 최명희씨는 전주를 '꽃심 지닌 땅'이라고 했으며, 조선의 서거정은 '공북루기'(拱北樓記)에서 전주를 '아조선근본지지(俄朝鮮根本之地 우리 조선의 근본 되는 땅)'라 하여 각별히 상서로운 곳으로 높여 불렀습니다.

음식점 상호로 가장 많이 쓰이는 지명이 '전주'다. 전북소상공인지원센터의 2004년도 조사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 전화번호부에 등록돼 있는 음식점 가운데 지명을 상호로 쓰고 있는 곳은 총 4061개이며, 이 가운데 980개 업소(24%)가 '전주'가 들어간 간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어 부산(916개), 춘천(869개), 대구(474개), 수원(364개), 광주(225개)의 순이었으며, 전주·부산·춘천의 분포가 전체의 68%로 절반이 넘었다. 특히 전주지명이 들어간 음식점은 주로 백반전문, 비빔밥, 콩나물국밥집 등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맛집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은 전주', 왜 일까?
전라감영이 있었던 전주는 4불여(不如)의 고장이라고 전해졌다. '수령으로 온 벼슬아치는 토박이 아전만 못하고, 아전들은 기생들만 못하고, 기생들은 음률풍류만 못하고, 음률은 음식만 못하다'는 말이다. 예로부터 전주가 음식의 고장임을 알리는 한 예다.
전주 비빔밥, 콩나물국밥, 전주 백반, 한정식, 돌솥밥, 오모가리탕 등은 그 이름만으로도 전주의 상징이 되어 있으며, 특히 전주비빔밥은 평양냉면·개성탕반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음식 이외에도 전주는 독특한 음식들이 많다. 들깨를 갈아서 만든 들깨죽(말린 애호박 혹은 고구마순 말린 것에 들깨를 갈아서 넣은 죽), 토란국, 홍어회, 상어꽂이, 홍어찜, 전주 모주 등은 전주를 찾는 사람에게 이 지역 음식의 독특함을 알리는데 부족함이 없으며, 특히 맛깔 나는 황석어나 멸치젓갈을 듬뿍 사용하는 김치는 타 지역에서 맛 볼 수 없는 감칠맛을 준다. 전주 인근에서 좋은 음식재료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전주는 음식의 재료가 유명했다. 식재전주(食在全州). 전라도 중심지인 전주는 주변에 너른 들판이 많아 부유한 계층이 많았고, 해산물이나 생선(전주천의 모래무지·서해의 조기), 젓갈류(순창 고추장·곰소 젓갈), 산채나 나물(미나리·콩나물·열무 등), 곡식(김제평야) 등의 공급이 수월했다. 따라서 전라도 내에서 다양한 음식들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전주의 풍류가 깃들은 음식으로 이어졌다.
어느 때부터였던가. ‘전주팔미(全州八味)’ 란 말도 전해진다. 기린봉 열무, 신풍리 호박, 한내 무, 상관 게, 남천 모자(모래무지·모래에 사는 민물고기), 선왕골 파라시(8월에 나오는 감), 대흥리 서초(西草·담배), 오목대 황포묵. 오늘날 사라져 그 맛을 알 수 없는 것도 있지만, 음식의 재료를 다르게 지키려는 노력이 어느 지역보다도 앞섰고, 음식의 재료를 맛에 따라 골라 쓰려는 노력이 대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맛이 독특한 '전주 8미'는 이들 대부분이 음식의 재료로서 전주 음식이 타 지역과 차별화 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고 있다. 전주 음식의 차이는 또한 향신 조미료의 독특함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주에 있는 유명한 음식점들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간장, 된장, 고추장을 담아 사용하고 있다. 몇 년씩 묵은 간장은 최고의 자랑이며, 대대로 내려오는 종손 집에는 대가(大家)만의 장류 풍습을 갖고 있다. 음식점들도 각각 독특한 비법으로 담근 된장과 고추장으로 맛을 다르게 한다. 전주 음식이 감칠 맛 나는 음식이 된 가장 큰 이유다.

전주 이외에도 완주의 화심순두부, 남원의 추어숙회, 부안의 백합죽, 고창 풍천장어구이, 진안의 애저찜의 맛을 찾아보는 것도 전라도 여행의 큰 재미다. 토속술인 전주의 이강주(梨薑酒)·이미주(梨米酒), 완주의 송순주(松荀酒)·송죽오곡주(松竹五穀酒), 익산의 천지주(天池酒), 남원의 춘향주(春香酒), 고창의 복분자주(覆盆子酒), 정읍의 단풍주도 그 고장의 맛이거니, 애써 술꾼이 아니라 해도 반주 한 잔 입안에 돌려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