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식

최일남의 전주비빔밥과 신경숙의 쌈장

최일남의 전주비빔밥과 신경숙 쌈장

놋쇠 대접에 담긴 전주 비빔밥은 우선 색채가 아름답다. 선홍빛 육회와 치자나무 열매로 물들인 샛노란 청포묵에 슬쩍 데친 미나리 빛깔, 그리고 까만 김가루의 대비가 그만이다. 그 밑을 살찐 콩나물이 받치고 있다. 청포묵을 써는 방법도 중요하다. 길이는 콩나물 키 정도라야 알맞고 굵기는 이팔청춘 처녀의 손가락 수준이 제격이다.

요것들을 주축으로 하여 그 음식점이 자랑하는 고명이나 양념을 몇 가지 넣고 빼는 비법의 자유 재량이야 마다하지 않되 반숙란이나 날계란 등속을 곁들이는 것은 질색이다. 전래의 격식이 아닐 뿐더러, 입안을 텁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45쪽 "전주 해장국과 비빔밥" 

최일남은 "비빔밥과 콩나물 해장국의 고장에서 태어난 내 "식복의 행운"은 따라서 더 들먹일 것이 없다"며 고향 전주의 음식을 손꼽는다. 하지만 고향의 콩나물 해장국이 옛맛을 차츰 잃어 가고 있는 것에 대해 못내 아쉬워한다. 요즈음 콩나물 해장국이 지나치게 뜨겁고, 양도 많고, 맵다는 것이다.

작가 신경숙은 "엄마가 밥그릇 위에 보리밥을 퍼서 놓아 주면 누군가는 상추 위에 깻잎을 얹고 무 잎사귀를 또 얹고 보리밥을 얹고 쌈장을 얹어 오무려 볼이 미어지게 쌈을 해 먹고 또 누군가는 보리밥에 찬물을 말아 그저 담담히 풋고추를 쌈장"에 찍어 먹던 어린 시절의 그 보리밥 맛을 결코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