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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유계완, 전주음식 조리연구의 선구자

유계완, 전주음식 조리연구의 선구자

 송영애 전주대 K-food산업연구소 연구교수 

유계완(柳桂完, 1916~2010)은 전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로 전학을 갔다. 일본여자대학 가정학부를 졸업하고 들어와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이후에는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 몸담았다. 1973년에는 전국주부교실중앙회 회장, 한국가톨릭여성연합회 회장도 역임하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지역 출신의 요리 연구자라는 점이다.

 아버지 유승규는 1938년 전주부에서 30정보(町步, 1정보는 3,000평) 이상 소유한 65명의 지주 명단에 이름을 올린 재력가였다. 그 당시 소유한 집이 현재 한옥마을에 있는 동락원이다. 남동생 유성근은 경성법학전문학교(서울대학교 법대 전신)를 졸업하고 전북대학교에 재직하였다.

 유계완의 이름은 1940년대부터 신문과 잡지를 통해 음식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1980년대까지 계절이 바뀌거나 명절이 다가오면 이에 맞는 계절음식과 세시음식에 대한 소개를 꾸준히 해왔다. 이 기간에 유계완의 이름은 500건이 넘게 검색된다.

 첫 등장은 1941년 매일신보인데 가정주부는 가계부를 마련해두고 계획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유계완은 결혼도 하지 않은 25살 아가씨였다.

 특히 1955년에 창간한 월간 여성 잡지 <여원>에서는 영양과 조리법을 소개하는 내용을 계속 게재하자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당시 잡지 <여원>은 지식인층의 여성들에게 큰 인기가 있었던 대표 교양지였기 때문이다.

 1968년 경향신문의 새해 소망을 담은 ‘여류한국(女流韓國)’ 코너에서도 유계완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당시 여성문제연구회장 이희호, 이화여대 명예총장 김활란, 작가 박경리, 국회의원 박순천과 이매리, 시인 김남조, 국악인 김소희 등과 같은 각 분야의 여성 전문가들과 이름을 나란히 올렸다.

 1971년에는 공저로 『요리전서』 책을 냈다. 함께 쓴 음식전문가를 살펴보면 황혜성, 조자호, 현기순, 하선정, 윤서석, 왕준련 등으로 음식학계에서는 거목의 1세대 석학들이다.

 이와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1976년에는 단독으로 『계절의 식탁』 책을 춘하추동 4권으로 엮어내는데, 소개한 음식의 수만 1,100가지가 넘는다. 서문을 살펴보면 음식 솜씨가 있다는 말을 40년 넘게 들었지만, 모두 자란 환경이 먹는 일에 큰 비중을 두었던 친정의 가풍 덕이라고 하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음식 스승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 기능보유자인 한희순 상궁을 비롯하여 종가의 며느리님들에게 억지를 써가며 배운 반상 꾸미기, 명절 요리, 잔칫상 차림새 등이 큰 도움이 되었고,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주고자 출판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유계완의 요리책과 칼럼에서는 ‘전라북도’, ‘전주’의 지역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더불어 “나는 전주 태생이라서….”, “어렸을 때부터 먹었다.”, “우리 친정에서는 이렇게 만들었다.”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또 음식 만드는 재료나 방법을 자세히 보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전주식 조리법이다.

 예를 들면 고들빼기김치를 ‘고들빼지젓지’라고 표현하였으며 여름철에 입맛이 없을 때는 더욱 생각나며, 어릴 적 추억에 잠긴다고 하였다. 무조림을 ‘왁저지’라고 하였으며, 멸치조림은 ‘짠지’라고 불렀다. 김치에는 꼭 청각과 황석어젓을 넣는다. 또 흔한 조기찌개일지라도 내장을 제거한 뱃속에 다진 쇠고기를 넣어 끓이는 방법으로 전주에서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집안의 정갈한 조리법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고등학교 때부터 서울에서 생활하고, 일본 유학을 다녀왔을지라도 유계완은 어렸을 때부터 보고 먹어온 전주음식의 맛과 조리법을 잊지 않고 있었다.

 또 유계완은 청와대에서 국빈을 대접하는 음식에도 관여하였다. 1960년 아이젠하워, 1966년 존슨 대통령의 방한 때는 물론 1974년 11월 포드 대통령의 방한 만찬 때는 워커힐호텔 요리팀과 함께하였다. 만찬에 차려진 다양한 음식에서 눈여겨볼 것은 흰쌀밥 외에 추가로 내놓은 전주비빔밥이다. 전주 출신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유계완은 의도의 여부와 상관없이 서울에서 전주음식 요리법을 많이 알려주었다. 그러나 유계완 이름은 우리 지역의 음식 전공자들조차도 모르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우리 지역 출신으로 음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전주음식을 알린 선두주자를 뽑는다면 단연코 유계완 교수가 첫 번째다. 꾸준한 연구로 우리만 모르는 우리 지역 인물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승인 2021.08.0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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