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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양곡 소세양과 음식

                                          전주 덕진공원 소세양 문학비

 

익산출신 양곡(陽谷) 소세양(蘇世讓, 1486~1562)'양곡선생집(陽谷先生集)'제야(除夕)’라는 시(),

 

'석양빛이 기울어 깊은 산골에 이르니, 양 귀밑털에 흰 눈과 서리만 더해지네.

세잔의 납주(臘酒)에 혼미하게 취하고서 황계가 백일가를 부르는 것을 듣네.

강과 산을 방문할 것을 깊게 생각하다가 높은 베개를 베고 자니 한 해가 바뀌었네.

오늘밤에는 가장 좋은 집에서 도소주를 마시니 이미 임자년(壬子, 1552) 사람이 되었네.

남쪽으로 와서 14번 봄이 돌아옴을 보며 손수 매화를 심었는데, 모두 꽃을 피었네.

술잔을 들어 감히 새해 축하를 하며 일문이 부고하고 또한 무재하기를 기원하네'

 

'납주(臘酒)’섣달에 빚어 나눠 마시는 술또는 연말연시에 마시는 술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책 7권의 丙辰除夕(병진년 제석, 1556)’이란 시()'도소주' 이야기가 나온다.

 

'징소리가 연달아 마을에 시끄럽고, 구나(駒儺, 역귀 쫓음)에 아이들이 모이네. 해의 차례가 빨리빨리 이르니, 자주 봄에 이르다. 단지 새로움을 자랑하려 하는데, 어찌 옛날의 어리석음을 지키려는가? 도소주를 가득 따라서 나중에 마신들, 다시 어떤 말을 하겠는가?” 라고 하여 반가와 사대부들 사이에서도 도소음(屠蘇飮)’이 성행했고, 나이 많은 사람이 늦게 마시는 술이 도소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책 권7 '제석(除夕)''한재(寒齋)에서 제사를 지내며 모두 잠을 자지 않고 등잔불에 웃음과 이야기 소리가 이어지네. 사방에서 윷으로 마냥 올빼미를 사로잡는 놀이를 하고 한 잔의 도소주를 늘은이와 젊은이들에게 전한다'고 했다.

 

설날의 세시주인 도소주(屠蘇酒)’는 사악한 기운을 잡는 술또는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술로 해석할 수 있다.

 

같은 책 권9'경신년영상입춘병입원일(庚申年迎祥立春倂入元日, 1560)'시에선 '어릴 적엔 항상 세월이 느린 것을 원망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달려가는 것과 같이 빠르다는 것을 알겠네. 일 년은 진정으로 순식간이라,집에서 도소주 석 잔을 차례로 마시네'라고 했다.

 

60세면 60km, 70세면 70km의 속도로 가는 게 삶이런가.

 

같은 책 권1'영상(迎祥)''구나(駒儺, 역귀 쫓음)하는 무리가 밤에서 새벽까지 이르려 하고 쇠북소리는 어저러이 사방에 울리네. 곡식이 다하여 한 해 보낼 근심이 뒤따르니, 한 바탕 환호성이 새 봄에 들어가네. 사양하지 않고 도소주를 마시니'라고 했다.

 

그는 연말연시에 도소주를 즐겨했다. 그만큼 곡절이 많은 삶을 살았다는 의미이리라.

 

그의 한시를 보면 세시풍속과 음식과 관련된 것들이 참으로 많이 보인다.

 

같은 책 권6'상원(上元)'찰밥을 지어 까마귀 먹이던 것은 천년의 풍속이고, 띠를 엮어 지붕을 덮은 것은 한해늬 규범이네'라고 읊었다.

 

같은 책 권1'입춘일서창벽(立春日書窓壁)엔 은둔한 지 이미 여섯 해의 봄이 지나 '때는 좋으니 단지 몸이 건강하기를 바랄 뿐, 오른손으로 술잔을 들고 왼손으로 집게발을 든다'고 나온다.

 

같은 책 권1'무신입춘(戊申立春,1548)''푸른 대지에 돼지다리를 차려놓고 풍년이 들기를 기원했다'고 한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미식가였다.

 

'나물이 가늘어 춘반(春盤)에 차린 음식이 맛있고, 술 향기는 납월(臘月)의 맛이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같은 책 권8'입춘').

 

'노자가 편안히 앉아있는 듯하니 100년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또한 술잔을 받들겠다'고 했다.(같은 책 권1, '기유입춘(己酉立春, 1549)')

 

그는 1552년엔 홀로 창포주를 따르고 혼자 만족했으며(같은 책 권5, '임자중오(壬子重午)'),

 

어느 해 추석때엔 순어와 농어로 배를 채워 막내 매를 부러워 하지 않는다(같은 책 권9, '차추석우음운(次秋夕偶吟韻)')고 했다.

 

어느 해 '경신(庚申)년 밤''아이들이 둘러앉아 하룻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면서 떡과 과일을 두고 종종 희롱하며 웃었다.(같은 책 권5, '경신야(庚申夜)')

 

'단오' (같은 책 권6)는 소세양의 됨됨이를 똑바로 보게 한다.

 

'오늘이 바로 단오이니 소년들이 무리지어 즐겁게 노네. 거리마다 다투어 씨름을 하고 나무마다 그네를 뛰네. 술잔에 창 포를 띄워 따뜻하고, 문에는 호랑이를 쑥으로 엮어 달았네. 노인들이 하는 것은 무엇인가. 밤새도록 책을 덮고 자네'

 

익산에서 소세양의 작품에 등징하는 음식을 재현하거나, 또는 이를 세시풍속 축제로 승화시키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이종근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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