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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신석정시인과 음식

신석정시인과 음식 이야기

 

 

부안출신 신석정(1907-1974)시인의 '추과삼제(秋果三題)'에 밤, , 석류가 등장한다.

 

 

명랑(明朗)한 이 가을 고요한 석양(夕陽)에 저 밤나무 숲으로 나아가지 않으려니? 숲 속엔 낙엽(落葉)의 구으는 여운(餘韻)이 맑고 툭 툭 여문 밤알이 무심히 떨어지노니 언덕에 밤알이 고이 저 안기듯이, 저 숲에 우리의 조그만 이야기로 간직하여, 때가 먼 항해(航海)를 하여 오는 날 속삭이기 위한 아름다운 과거(過去)를 남기지 않으려니?

 

 

­얀 감꽃 꿰미꿰미 꿰던 것은 五月이란 시절이 남기고 간 빛나는 이야기어니, 물밀듯 다가오는 따뜻한 이 가을에 붉은 감빛 유달리 짙어만 지네 오늘은 저 감을 똑 똑 따며 푸른 하늘 밑에서 살고 싶어라.감은 푸른 하늘 밑에 사는 붉은 열매이어니

 

석류

 

후원에 따뜻한 해볕 굽어보면 장독에 맨드래미 곱게 빛나고, 마을간 집 양지 끝에 고양이 조름 졸 때, 울 밑에 석류 알이 소리 없이 벌어졌네. 투명한 석류 알은 가을을 장식하는 홍보석(紅寶石)이어니, 누구와 저것을 쪼개어 먹으며 十月 상달의 이야기를 남기리?

이는 '표준문예독본(이병기, 정인승, 백철 편, 신구문화사 간, 1955)' 9697쪽에 실려 있다.

신석정이 발표한 수필 전원으로 내려오십시오전주팔미가 나온다.

 

‘(중략)‘전주팔경이 눈으로 즐기는 풍경이고 보면, 입으로 즐길 수 있는 전주팔미가 있으니, 음식 사치로 유명한 이 고장의 자랑이라면 자랑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서당골 파라시(8월에 먹는 감), 기린봉 열무, 오목대 청포묵, 소양(所陽)담배, 전주천 모자(물고기), 한냇 게, 사정골 콩나물, 서원(書院) 너머 미나리로 모두 전주 음식의 감칠맛이 자랑이라면 자랑이 되는 것들이라 하겠습니다

 

신석정은 부안에서 태어났지만, 1954년부터는 전주에서 생활했다. 평생을 고향 땅인 부안과 전주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고향 산천의 멋과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가 많다.

신석정 전집(신석정 전집Ⅰ』, 신석정 전집Ⅱ』, 신석정 전집 Ⅲ』, 신석정 전집Ⅳ』, 신석정 전집 Ⅴ』, 2009)을 통해 전주십미를 고찰한 결과, 먼저 여성동아)에서 볼 수 있었다. 19717월호에 신석정 시인의 산문이 실렸다.

내용은 편지형식으로 ‘1. 백모란이 집니다, 2. 자연을 파괴하는 서울, 3. 귀촉도도 웁니다, 4.

내려와 함께 삽시다로 나누어져 있다.

편지글에는 우리 고장 자랑을 늘어놓겠다며 전주의 역사, 풍류 , 축제(풍남제) 등을 소개했다.

이같은 전주 자랑 속에 전주팔경전주팔미가 나온다. 위의 내용은 2009년 신석정 전집 간행위원회에서 편찬한 신석정 전집 Ⅳ』에서 발췌한 내용이다.(신석정 전집 , 2009: 338-346).

신석정시인은 어란이 들어간 계란찜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곤 했다. 바다가 가까이에 있는 부안에서 태어난 신석정 시인은 줄곧 해산물을 즐겨 먹었는데, 그 중 하나가 하란(대하알). 그래서 하란을 넣은 달걀찜을 술안주로 즐겼다.

이병훈시인은 옴팡집이란 시를 지었다.

 

지금은 그때 그 자리가 아니지만 전주에는 곳곳에 夕汀의 집이 있습니다 남노송동 북노송동 경원동 중앙동 골목으로 휘어져 들어간 옴팡집 조곰 기웃한 전주의 옛집 주막은 기웃한 전주의 옛집 주막은 해 기울 때쯤 법석거렸습니다 서서 마시는 것이 예사이나 夕汀의 자리는 따로 마련해 있었습니다 주모는 그저 좋아 夕汀의 자리를 맴돌았습니다. 夕汀은 중심이었습니다 泰山木이었습니다

 

비사벌 초사에서 차 한 잔을 마시다보니 옴팡집의 향수가 떠오른다. 전주에는 근대 미래 유산으로 지정된 고택 비사벌초사가 있다. 고택의 원주인은 시인 신석정 선생. 전원적인 시를 주로 썼던 목가시인이었던 그는 고택 중앙에 정원을 만들어 손수 꾸미는 정성도 마다하지 않았다.

비사벌 초사에서 주인의 정성이 깃든 쌍화차 한 잔을 음미한다. 반쯤 공개된 대문 위로 잘 가꾸어진 정원이 보인다. 그래서 들어가 보았더니 고즈넉한 분위기가 무엇보다도 좋았다. 어느 새, 창밖으로 눈길이 돌아간다.

전북지방병무청 위 남노송동 원불교교당 맞은편에 자리한 이곳은 신석정시인(1907~1974)이 부안에서 전주로 이사, 20여년 동안 산 곳이다. 시인의 체취가 묻은 고택과 정원으로 '비사벌'과 초가집의 '초사'를 합쳐 '비사벌 초사(比斯伐 艸舍)'라 했다.

비사벌 초사(전주시 전주미래유산 14)’20181015'()체험관'을 문을 열었다. 팔작 지붕을 한 본채가 남향으로 서있고, 서쪽에 맞배지붕을 한 문간채가 있으며, 마당엔 다양한 수종의 조경수들이 자라고 있다. 이윽고 시인이 심었다는 태산목(泰山木)’을 만났다. 김남곤시인으로부터 여러 번 들었던 바로 그 나무다. 목련에 비해 꽃이나 잎이 크기 때문에 태산목이라 불린다. 시인의 사위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로부터 비사벌 초사이야기를 듣고 이곳을 찾은 것이다.

비사벌 초사는 시인이 1952년부터 1974년까지 가꾸고 살았던 기거했던 한옥이다. 시인은 청구원 시대를 접고 전주에서 활동하게 된다. 이때가 이른 바 비사벌 초사시대이다. 비사벌초사는 시인이 손수 심고 가꾼 각종 화초와 나무들 때문에 마치 식물원을 방불케 한다. 유족이 살고 있지 않은 현재에도 시인이 가꿔왔던 정원은 보존이 잘 되어 있다. 시인은 비사벌 초사 일기를 썼을 정도로 이 집을 사랑했다. 그는 시를 향한 열정으로 집을 채웠고, 시인의 시를 닮은 비사벌 초사에서 세상을 떠났다.

시인은 이곳에서 시집 빙하’, ‘산의 서곡’, ‘대바람 소리를 집필했다. 또 유고 수필집 난초잎에 어둠이 내리면과 유고 시집 내 노래하고 싶은 것은바로 이곳에서 쓰여졌다.

본채 안방과 윗방에서 신석정시인이 시를 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 있던 모든 자료들은 부안 석정문학관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본채 뒤쪽 지붕에 뚫려 있는 공간은 시인께서 말년에 의자에 기대어 앉아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았다고 전합니다. 정원엔 호랑가시나무, 히말라야시다, 동백나무, 모과나무, 목련나무 등 매우 다양한 수종이 자라고 있습니다. 정원에 놓여 있는 돌탁자는 시인이 아름다운 이 정원에서 계절이 바뀔 때면 이 돌 탁자를 술상 삼아 문인들과 술잔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김남용선생이 시인의 가옥과 정원을 원형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성스레 가꾸고 있다. 다음달 태산목이 꽃이 활짝 필 무렵, 시낭송회 등 문학 행사를 개최할 수는 없는 것인가.시인은 와병 중에도 내가 죽거든 무덤 앞에 태산목(泰山木)을 심어 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왜 이같은 말을 했을까.

신석정시인은 정원만큼이나 술을 사랑했다. 그래서 신석정 시인에게 정원은 시에 대한 영감을 주는 원천이자, 소중한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술상이었다. 40여년이 흐른 지금, 인연이 되어 비사벌초사에 들어온 명주씨 부부는 시인의 정신을 이어 고택을 가꾸며 산다. 고택지킴이가 된 이들 부부가 신석정시인의 둘째딸 난이씨와 함께 시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당시 시인이 즐겼던 주안상을 재현하고자 나섰다.

한편 완산팔미가 기록된 대표적인 문헌은 1950년대 초에 가람 이병기(李秉岐, 1891~1968)가 창작하였다고 알려진 근음 삼수(近吟 三首)시조다.

아직도 많은 음식학자들 은 근음 삼수(近吟 三首)의 출처 및 내용을 모르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완산팔미는 1950년대 초, 가람 이병기가 양사재에서 창작한 근음삼수에 나온다.’ 라고만 알고 구전 또는 기록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보다 구체적으로 완산팔미가 언급된 근음 삼수(近吟 三首)는 가람동인회에서 발간하고 한일출판사에 펴낸, 잡지 新調3(195312)에 실린 가람 이병기의 시조 근음 삼수(近吟 三首)중 일부다.’라고 정확하게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근음 삼수(近吟 三首)백화근白花槿’, ‘열무’, ‘모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열무에서

는 전주십미와 관련되어 선왕골 파라시’, ‘기린봉 열무’, ‘팔미八味가 언급되었다. 그리고 시

조 맨 아래에 []’를 달고, 완산팔미(完山八味)에 대해 모두 적어두었다. 이로써 시조에

있는 팔미가 완산팔미를 의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완산팔미에 관해 밝혀진 최고(最古)의 문헌인 新調잡지에 실린 근음 삼수(近吟 三首)의 일부가 아닌 전문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2017년에 전북대학교 개교 70주년 기념으로 발간한 가람 이병기 전집 2(시조 시)에서 찾은 내용이다.(이병기 2017:233).

 

근음 삼수 近吟 三首

 

홀로 우뚝 솟아 피어나는 백화근白花槿

백련白蓮도 새울 만큼 탐스럽고 말쑥하다.

진실로 백의白衣의 나라 이 겨레의 꽃 아닌가!

- 백화근白花槿

 

선왕골 파라시는 아직도 아니 붉고

기린봉麒麟峯 열무 팔미八味의 하나라지

배급 탄 안남미安南米밥도 이 맛으로 먹히네.

- 열무

 

비 한 번 지난 뒤엔 귀또리 방에 울고

발과 전등電燈 가에 힘없이 나는 모기

참혹헌 패잔병敗殘兵처럼 지행할 바 모르네.- 모기

 

완산팔미(完山八味)’는 기린봉(麒麟奉) 열무, 선왕골 파라시(조홍시 早紅柹), 상관(上關) (한내 게), 오목대(梧木臺) 황포(黃脯)(), 소양리(昭陽里) 서초(西草), 남천(南川) 모자(모래무지), 신풍리(新豊里) 호박, 삼례(參禮) 무 등이다.

전주지방에서는 예로부터 전주 8(, , 모래무지, 황포묵, 애호박, 열무, 파라시, 서초)또는 여기에 콩나물과 미나리를 더해 전주 10미라 하여 특산물인 먹을거리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전원으로 내려오십시오전주팔경도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M형 기왕 이야기가 나온 길이니, 우리 고장 자랑을 좀 더 늘어놓기로 하겠습니다. 전주하면 그 규모야 적은 고장이지만, 산자수명한 풍광이야 어디에 못지않으니 전주팔경하면 못보아 한이 될 만합니다. 동으로 솟아오른 기린봉에 떠오르는 달을 일러 기린토월(麒麟吐月)이라 하여 제1경을 삼고, 전주천 기슭에 자리한 한벽당의 풍정을 말하는 한벽청연(寒碧晴煙)이 제2경이요, 남고산의 저녁노을을 헤치고 울려오는 남고모종(南固暮鍾)이 제3경이요, 전주천의 빨래하는 풍정을 말하는 남천표모(南川漂母)가 제4경이요, 덕진 연못의 연꽃 꺾는 덕진채련(德津採蓮)이 제5경이요, 위봉사 아래 옥으로 부서지는 폭포가 있으니 위봉폭포(威鳳瀑布)라 하여 제6경이요, 한내(전주천 하류)에 내려앉는 기러기 떼를 비비낙안(飛飛落雁)이라 일러 제7, 고산(高山)과 봉동(鳳東)의 냇물에 낚싯배 오르내리는 것을 동포귀범(東浦歸帆)이라 하여 제8경을 삼으니, 주말을 즐길 수 있는 고장들입니다.’ (양하 사진 전주대 송영애 연구교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