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식

전북의 음식 속담

 '가을비는 떡비요 겨울비는 술비다' 가을에 비가 내리면 집안에서 떡을 해먹으며 지내고 겨울에 비가 오면 집안에서 술이나 마시며 지낸다는 의미의 속담이다. 바로 이같은 속담은 농경사회에서 각 계절이 갖는 특성을 배경으로 형성됐다.

전북은 서해바다와 넓은 호남평야를 끼고 있어 예로부터 먹을거리와 인심이 풍부했다. 특히 전주는 서울, 개성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음식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전북을 대표하는 전주음식은 일반적으로 다양한 밑반찬과 젓갈 음식이 많다. 음식의 맛과 특성은 음식은 짜지만 인심은 싱겁다라는 옛말과 같이 짠 듯 하지만 달고 인근에서 나는 풍부한 해산물과 넓은 평야의 오곡, 각종 산나물과 야채로 즐겨먹는 음식이 매우 다양할 뿐 아니라 특히 젓갈, 김치의 종류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쌉쌀함과 감칠맛이 독특한 전주 고들빼기김치는 양반이 아니면 먹지 못한다 말이 있을 정도로 고급 김치로 사랑받아 왔다. 단백질, 칼슘, 비타민이 풍부한 고들빼기는 고채(苦菜), 또는 약사초라고 한다. 고들빼기 김치는 약간 쌉쌀한 맛이 매력적이며, 오래되면 독특한 맛이 난다. 요즘 재배되는 고들빼기는 쓴맛이 적어 삭히지 않고 담근다.

한국의 민속에 전하는 염라대왕은 인정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염라대왕께서 남천 모자(모래무지) 먹어봤냐?” 한다는디’ ‘호남무가(湖南巫歌)’에 이같은 대목이 있다고 한다. 사람이 죽어 염라대왕 앞에 서면 천당으로 보낼지, 지옥으로 보낼지를 심판할 때 팔도 별식 33가지를 먹어 보았느냐고 물어본다. 이를 먹어 보았다는 사람은 천당으로 보내고 못 먹어 보았다는 사람은 지옥으로 떠밀어 버리는데, 그 팔도별식 33가지 중에 남천 모자 먹어 봤냐?”가 소개된다. 여기서 남천이란 전주천이고, 모자는 모래무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염라대왕의 심판을 거쳐 천당가기는 애시당초 글렀다 싶었는데, 요즈음 전주천의 물이 많아 모래무지가 살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런지? 민속학자 김성식박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호남무가엔 이같은 구절은 없다고 하지만 굿이 끝나고 나면 무속인이 떡 등을 나눠줄 때 이같은 말을 했을 확률이 100%란다.

당시 전주부 통인청 대사습장에 참여해 춘향가 첫비두 이도령이 광한루 구경차로 나갈 때 방자 분부 듣고 나구 안장 짓는다. 나구 안장 지을적에 나구등에 솔질 솰솰하는 대목에 이르러서 나구등에 솔질 솰솰하는 대목을 도수(度數)가 넘도록 몇 번이나 중복하고 아랫말이 막혔다. 좌중은 저 혹독한 솔질에 그 나구는 필경 죽고 말테이니 차마 볼 수가 없다하고 이내 퇴장시켰다전주대사습(大私習)놀이에 대한 기록은 1940년에 조선일보사에서 발간한 정노식의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에 나온다. 유공열조를 보면 “30세 경에 전주대사습장에서 기량을 발휘하여 비로소 명성을 얻게 됐다고 기록돼 있다. 이는 정창업 명창과 관련, 대사습에 참가해 벌어졌던 재미있는 일화다. 당시엔 전주동헌과 전라감영의 통인들이 훌륭한 광대를 찾아 각지로 수소문하는가 하면, 수십 리 밖에 사는이들도 불원천리(不遠千里)하고 초청했다. 뿐만 아니라 솜씨있는 음식집을 지정해 숙식케 했다고 하니 그 대우가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만하다. 고로(古老)들이 증언한 바에 의하면 과거 대사습은 동짓날 통인놀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단옷날 무렵에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때에 '큰 잔치를 보년 전주대사습 잔치 같다' 말이 돌았다.

무가 얼마나 유명했으면 '전주의 배맛이 무맛보도 못한다' 했을까. 전주의 옛 세태를 전하는 말 중에 사불여설(四不如說)이 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보면 더 나을 것 같은 네가지가 그렇지 못하다(不如)는 것이다. 양반이 아전만 못하다는 반불여리(班不如吏)’, 기생이 통인만 못하다는 기불여통(妓不如通)’, 배맛이 무맛만 못하다는 이불여청(梨不如菁)’, 아무리 좋은 술이라도 안주만 못하다는 주불여효(酒不如肴)’가 바로 그것이다. ‘주불여효는 천하에 알려진 소문난 명주라 하더라도 전주의 여염짐이나 주모들이 내 놓는 안주맛을 따르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불여청(梨不如菁). 배 맛이 무 맛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옛부터 전주 무는 완산 8(八味)에 속할 정도로 맛이 좋았다. 인근 봉동과 삼례의 황토밭에서 나는 무는 돌멩이처럼 단단하고 둥글면서도 아삭아삭해 인기가 높았다. 이 무로 담근 깍두기는 지금도 콩나물국밥이나 순대국밥과 함께 먹으면 맛이 그만이었다. ‘주불여효(酒不如肴)’는 아무리 좋은 술이라도 안주만 못하다는 말이다. 널리 알려진 고급 술이라 하더라도 전주의 여염집이나 주모들이 내놓는 안주 맛을 따르지 못한다는 말이 있었다.

미나리는 비타민 B군이 풍부하기 때문에 춘곤증을 없애는 데도 좋다고 하는 만큼 봄철이 제격이다. 그래서 아무리 맛 좋은 남원의 미나리라도 여름 것은 먹을 것이 못된다는 말까지 생겼다. 남원은 미나리가 좋기로 예전부터 명성을 떨쳤다. 최영년의 해동죽지(海東竹枝)에 팔도진미가 나오는 바, 남원 미나리를 제일 앞에 소개했다. 줄기가 꽉 차고 향기가 뛰어난 것이 순나물도 남원 미나리 맛에는 미치지 못하다고 했다. 순나물은 중국 진나라 때 장한(張翰)이 농어회와 순나물 맛을 못 잊어 벼슬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고사에 나오는 채소다.

김제 쌀밥은 누룽지도 맛이 다르다는 말도 전하고 있다. 김제 메기탕은 부드럽게 녹아드는 살과 함께 칼칼한 국물 맛으로 유명하다. 진득하게 혀를 감싸는 매콤한 국물은 뒷맛이 더욱 깔끔하다. 매콤하고 칼칼한 메기탕에 김제의 구수한 쌀밥은 찰떡궁합이다. 아니 김제 쌀은 생으로 먹어도 달고 고소하다. 김제 쌀로 지은 쌀밥은 차지고 씹을수록 구수해 김제 쌀밥 누룽지도 그 맛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메기탕에 김제 쌀밥 한 그릇이면 배가 부르고 등이 따숩다는 말이 나올 법하지 않나./이종근(저작권 있는 글)

 


'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산옥과 행원  (0) 2019.03.25
전주 유곽  (0) 2019.03.25
이종근,전주팔미 자료 발견  (0) 2018.09.20
전북과 도문대작  (0) 2018.08.12
이보게  (0) 2018.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