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게

전주 복숭아가 조생종 계통인 월봉, 일천백봉이 출하되기 시작, 다음달 까지 잇따라 출하된다. 복숭아하면 이중섭화백이 생각난다. 어느 날 병석에 누워 있는 시인 구상을 찾아왔다. 그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도화지에 그린 그림 한 장을 친구에게 주었는데, 거기에는 복숭아 속에서 한 동자가 청개구리와 놀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을 주면서 그가 시인에게 말했다. “그 왜 무슨 병이든지 먹으면 낫는다는 천도복숭아 있잖아! 그걸 상(常: 시인의 이름)이 먹구 얼른 나으라고. 요 말씀이지.” “이중섭의 인품은 천진(天眞) 바로 그것이었다.”고 구상 시인은 추억했다. 천진이라는 말은 좋게 쓰면 성자와 같다는 것을, 나쁘게 쓰면 바보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상 시인에게 있어서 이중섭은 전자에 가까웠던 모양이다.

또다른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화가 이중섭은 그림 그릴 도화지가 없어 담배갑 속에 있는 은박지에 그림을 그려야 할 만큼 가난하게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친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중섭은 친구에게 문병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뭔가 과일이라도 사들고 갈 만한 돈도 없었던 이중섭은 잠시 망설였다. 그러던 중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복숭아라도 사 가야 하겠지만 지금 나는 돈이 없다. 하지만 그 복숭아를 그릴 수는 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한 이중섭은 친구에게 주기 위한 복숭아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 그리고 그림을 다 그리던 날, 그림을 들고 친구가 입원한 병원으로 갔다. “여보게, 나 왔네. 많이 늦었지?”, “자네가 와 주었구만. 그 동안 자네가 무척 보고 싶었다네”, “나도 빨리 오고 싶었지. 그런데 말이야, 빈손으로 오는 게 미안해서 말일세”, ‘아니, 이 친구야. 자네 사정을 뻔히 아는데 그게 무슨 소린가? 우리 사이에 빈손이면 어때서 그래”, “그래서 과일 대신 이걸 가져왔지”, “이게 뭔가?”, “자네에게 주려고 며칠 동안 그린 그림이지. 천도화야. 옛말에 천도화를 먹으면 무슨 병이든 낫는다고 했다네. 자네도 이 그림을 보고 어서 일어나길 바라네”

  이중섭의 말을 들은 친구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위해 정성을 다해 그림을 그려온 친구의 손을 꼭 잡았다. 이중섭의 진심 어린 따뜻한 마음이 참으로 고마웠기 때문이다. 이중섭은 가난해 병이 든 친구에게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림을 그려 선물로 주었다. 이중섭은 그림을 그리면서 내내 친구의 건강을 빌었을 터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내 마음이 가득 담긴 선물을 상대방에게 전한다면 얼마나 기뻐할까?

  “꿀맛 복숭아 먹어 보세요" 전주시와 전주농협, 복숭아큰잔치 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제20회 전주명품 복숭아 큰잔치'가 24∼25일까지 전주종합경기장 동편 주차장에서 개최된다. 이중섭이 생각나는 오늘 복숭아 한 입 입에 물고서 하늘담은 전주에서 하늘닮은 당신을 그려본다./이종근(문화교육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