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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배달의 고장’ 전북 골목상권 활성화 시급

‘자줏빛 육수는 노을빛처럼 비치고, 옥색 가루가 눈꽃처럼 흩어진다. 젓가락을 입에 넣으니 그 맛이 입속에서 살아나고, 옷을 더 입어야 할 정도로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뚫는다(紫漿霞色映玉紛雪花勻 入箸香生齒 添衣冷徹身)’
17세기 사람 장유(1587∼1638년)는 '계곡집(谿谷集)'에 ‘자장냉면’(紫漿冷麵). 즉 ‘자주색 육수에 만 냉면’이라는 시를 남겼다. 그때나 지금이나 냉면의 인기는 높다. 장유는 냉면의 차가운 육수와 쫄깃한 면발, 입속에서 살아나는 상큼하고 심심한 맛을 표현한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냉면 마니아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냉면을 찾곤 한다. 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라는 마니아들도 있는 반면, 유명 냉면집에는 더워질수록 손님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사시사철 먹는 음식인 셈이다.
장유가 생전에 평양에 다녀 왔는지는 몰라도 주로 중앙관직에 있었고, 외직은 나주목사를 지다. 그런데 같은 시기 조경(1586~1669)의 ‘용주선생유고(龍洲先生遺稿)’에도 냉면이 나온다. 중국 사신을 대접하는 영빈사로 온 스님에 대해 쓴 시로, ‘스님다운 풍채에 문채가 나타나네, 냉면이나 떡국들며 우스개도 잘하니(蘭奢之中動文采 冷淘湯餠又善謔)’ 라고 나온다.
이유원(1763~1835)은 ‘임하필기(林下筆記)’에서 '순조 초년(1800년)에 한가로운 밤이면 매번 군직과 선전관들을 불러 달을 감상했다. 어느날 밤 군직에게 해 문틈으로 면(麵)을 사오게 하며 이르기를 "너희들과 냉면을 먹고 싶다" 고 했다. 한 사람이 스스로 돼지고기를 사가지고 왔으므로 상이 어디에 쓰려고 샀느냐고 묻자 냉면에 넣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대답하였는데, 상은 아무런 대답을 안했다. 냉면을 나누어 줄 때 돼지고기를 산자 만을 재쳐 두고 주지 않으며 이르기를 "그는 따로 먹을 물건이 있을 것“이다고 했다. 이 일은 측근 시신(侍臣)이 자못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 냉면에는 돼기고기가 들어 갔음을 알게 해 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은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에서 ‘무김치 냉면에다 배추무침 곁들였다네(拉條冷麪菘菹碧)’ 라고 했다. 냉면의 고명은 물론 냉면과 배추무침을 곁들였다는 당시의 냉면이 그려질 정도로 잘 묘사하여 시로 읊었다. 그뿐만 아니라 ‘떡국도 먹고 냉면도 먹으면서(湯餠錯冷淘)’ 라며 당시 떡국과 냉면을 겨울에 먹었음을 알게해 주는 시(詩)를 남겼다.
당시 전북 작가들의 문집에도 냉면 이야기가 나온다. 조선말기 시인이며 문장가인 매천 황현(1855~1910)은 ‘매천집(梅泉集)’에서 ‘냉면 천 가닥을 돌틈 샘물에 말았구나(冷麵千絲石竇泉)’ 라고 읊었다.
"과거시험을 치르고 난 다음날 일행과 함께 점심식사로 냉면을 배달시켜 먹었다” 1729년 오늘(5월 25일), 고창에서 태어난 황윤석(黃胤錫, 1729-1791)은 일기처럼 쓴 '이재난고(전북 유형문화재 제111호)'에서 우리나라 ‘배달의 역사’를 250여년 전으로 끌어올린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배달 음식기록으로 보인다. 1768년 7월 7일, 나이 마흔에 시험을 치른 뒤 맛본 냉면이었으니 얼마나 시원했을까. 그는 서른 한살에 진사시험에 합격했지만 문과에 급제하지 못하고 결국 낙향해 생을 마감한다. 이는 영·정조시대 최고의 천문학자 탄생기이다. 시험을 마치고 치맥을 먹는 요즘 대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큰 일을 치른 뒤에 맛있는 음식으로 스스로에게 상을 주고자 하는 마음은 시대를 초월하는 심리라고 볼 수 있다.
군산시가 자체 개발한 공공배달앱 ‘배달의명수’가 골목 상권 활성화 등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의 명수’는 지난 2020년 군산시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지역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와 배달 플랫폼 수수료 절감을 위해 출시한 골목 상권 활성화 시책이다. ‘음식 배달앱’으로 시작해 동네슈퍼와 로컬푸드, 반려용품, 예약 기능을 활용한 원데이클래스 등 다양한 업종까지 확장됐다. 공동 구매, 마감 할인, 스탬프 기능 등 마케팅 기능을 추가하는 등 소비자가 다양하고 편리하게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됐다. 지난해 말 기준 가맹점 1,600여 개소, 가입자 13만9,000명, 매출 235억원을 기록할 만큼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 넣은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대다수가 만족하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전북 지역마다 운영하고 있는 배달앱이 골목상권 활성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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