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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종근, 전주 복숭아의 기원을 찾다







[인문학 스토리] 전주 복숭아의 기원을 찾다
-전주시, 전주 윤슬 85호(7월) 전주 복숭아(글쓴이 이종근) 발행 예정

전주 복숭아의 상큼한 변신이 시작됐다.

전주 소확리 식혜는 우리 전통 식혜와 전주에서 자란 복숭아가 만났다. 국내산 유기농 농산물을 활용해 전통 방식으로 만들고 밥알을 건져 내 밥알이 주는 텁텁함을 줄였다. 밥알이 빠진 자리에는 식감을 위해 복숭아를 넣어 식감을 살리고 상큰한 맛을 더했다. 24시간 삭혀 엿기름의 진향을 제거해 더 깔끔하게 마실 수 있다.

쫀득하고 상큼한 전주복숭아 복덩이떡도 인기다.
찹살떡 명가 ‘소부당’이 하나하나 빚어 만든 수제떡이다. 전주 복숭아와 덩이(작게 뭉쳐져서 이루어진 것)의 합성어로, 복(福)덩이를 연상케 하는 이름이다. 호주에도 수출하는 복덩이떡은 쫀득쫀득한 찹쌀 피 안에 상큼한 복숭아 알갱이와 꾸덕꾸독하고 고소한 치즈 생크림의 조화가 일품이다.객사길 일명 객리단길 매장을 비롯해 공식 홈페이지, 스마트 스토어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복숭아의 역사 기록으로는 삼국사기 백제본기 온조왕 삼년(기원전 16년)동시월조에 “겨울에 우레가 일어나고 복숭아와 오얏 꽃이 피었다(冬十月雷桃李華)”라고 나온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與地勝覽’엔 복숭아가 고려 말에서 이조 개국 초의 과일 중의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 과일로는 전주의 ‘승도(僧桃)’가 첫번째라고 했다. ‘승도(僧桃)’는 털이 없어 스님의 머리처럼 껍질이 반질반질한 복숭아를 말하는 것 같다. 지금의 천도와 같이 과피에 털이 없는 계통을 일컫는 것으로 신두복숭아로도 불리워지며 전주가 명산지로 기록되어 있다.

허균의 ‘도문대작’엔 ' 전주(全州) 부근은 모두 승도가 난다. 크고 달다(全州一境皆僧桃。大而味甘)‘고 했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는 승도를 ‘털없는 복숭아(僧桃。無毛者)’로 보았다. 이민성(1570-1629)의 '경정선생집(敬亭先生集)' 가운데 작품 ‘승도(僧桃)’엔 ‘범상치 않은 과일(果中惹此非凡果)’로 보고 있다.

<전주지도>는 18세기 전주부성 내외의 경관과 지리적 형세, 그리고 내부의 관아 건물들을 산수화풍으로 그린 회화식 지도로 2008년 보물 제1586호로 지정됐다. 조선 후기에 태조 이성계(李成桂)의 관향(貫鄕)인 전주를 그린 지도이다. 전주부의 읍성과 주변의 산세, 내부의 관아 건물들을 산수화풍으로 그린, 회화식 지도의 대표작이다.

전주성 전체를 부감법으로 묘사하여 화면의 중앙에 배치하고 그 주변에 봉우리가 이어지는 모습을 그렸다. 읍성의 내부에는 관찰사의 청사인 선화당(宣化堂)을 비롯한 감영 건물과 부윤(府尹)이 집무하던 본관(本官), 객사(客舍)가 그려져 있다. 또, 태조의 영정(影幀)을 봉안했던 진전(眞殿)인 경기전(慶基殿)도 부각되어 있지만 아직 조경묘가 세워지지 않은 모습이며 그 자리에 나무가 우거지고 백로 떼가 앉아 있는 것을 표현하여 상서로움을 강조했다. 가옥과 건물들은 다소 옅은 먹선을 사용하여 정교하게 묘사했다.

성의 안팎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민가, 감사(監司) 일행의 행차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진전 주변의 수목과 새들, 만개한 복사꽃까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 화사한 봄날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전체적인 구성과 필력이 세련되고 화격이 높으며 묘사력도 뛰어나 중앙 화단에서 화원이 그린 작품으로 판단된다. 현재 전하는 회화식 지도 가운데 수준 높은 작품 중 하나이다.

복사나무와 오얏나무의 꽃은 여타의 꽃과는 그 아름다움을 형식미로 견줄 수 없이 군자의 내용미로 표현하고 있다. 예부터 “복숭아꽃과 오얏꽃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아름다움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 밑에 저절로 길이 난다(桃李不言 下自成蹊)”라는 서경적(敍景的) 표현이 있다. 오얏은 ‘이(李)씨’를 나타내며, 이씨의 왕조인 조선은 오얏으로 상징된다.

<전주지도>에 묘사된 봄날의 화사한 복사꽃은 전주부성을 선경의 세계로 인식하고 있었음이 지도를 <전주천도부도(全州天桃府圖>에 비유하면서 무릉도원형(武陵桃源型) 이상향을 표현한 <도화원도(桃花源圖)>로 규정한다.

전주부성 외곽의 대표적 풍류명소인 한벽당 천변 암벽에 새긴 ‘도화담(桃花潭)’ 바위 글씨도 이를 반증한다.

특히 전주 복숭아의 명성은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 유일한 복숭아 집산지로서의 독보적 명예를 누렸으며 근대 복숭아 농사의 시발지로 불릴 만큼 복숭아 원산지로서의 유서 깊은 명산지로꼽힌다.

전주부성의 식생경관을 주도하고 있는 화목류는 주로 민가영역과 산기슭을 중심으로 식재되어 있으며, 주요 관아시설의 내부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민가영역에 나타나는 화목류는 복사나무, 배나무, 살구나무 등 유실수가 주를 이루는데,이는 민가에서 실용적 목적으로 식재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일제 강점기인 1910년대에 일본인이 현재 완산구청 일대에서 처음으로 복숭아를 재배한 것으로 알려진 전주는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 최대 복숭아 재배지였다.지금도 전주 복숭아는 우리나라 복숭아 농사의 시발지다운 명성을 누린 전주특산물로 현재도 450농가, 260ha의 재배면적에서 연간 4천여t이 생산된다.

수줍은 새색시 모습같은 살결은 당신의 순수다. 발그레 탐스런 복숭아 황홀한 맛에 취하고 싶다. 동방삭처럼 형벌을 달게 받을지라도 묽게 익은 복숭아 한잎 꽉 물고 싶은 유혹이 나를 힘들게 만든다. 전주 복숭아의 향긋함과 달콤한 과즙맛은 당신의 향기다./이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