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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혼불'에 나오는 화전놀이

'혼불'에 나오는 화전놀이

“어화 우리 벗님네야 화전놀이 가자스라” 봄날, 꽃놀이를 청하는 정겨운 문장이다. 소설가 최명희(1947-1998)는 《혼불》에 <어느 봄날의 꽃놀이, 화전가> 라는 부제를 달아 삼월 삼짇날의 풍습을 자세히 묘사했다.
“비단같은 골짜기에 우리들도 꽃이 되어 별유천지 하루놀음, 화전말고 무었있소. 화전놀이 하러가세”

겨우내 웅크리다 봄을 맞아 기쁜 마음으로 들뜬 여인들이 꽃놀이하는 장면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흥미 있는 사실은 이 화전놀이에서 요즘의 백일장과 같이 화전가 짓기 대회를 열었다는 점이다.
최명희는 이 여성 백일장에서 장원을 한
어느 부인의 화전가 전문을 수록하고 있어
화전 만드는 법과 화전이 상징하고 있는 여성의 애환까지도 알아볼 수 있다.

​'어화 세상 사람들아 이 내 말쌈 들어 보소

부유 같은 천지 간에 초로 같은 인생이라

세상사를 생각하니 우습고도 도리 하다

저 건너 저 산 우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천고 영웅 몇몇이며

절대가인 그 누군고 우리 들고 죽어지면 저러이 될 인생인데

노세노세 젊어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십일 붉은 꽃이 없고 달도 차면 기울어라

일장춘몽 우리 인생 아니 놀고 무엇하리

놀음 중에 좋은 것은 화전 밖에 또 있는가

어화 우리 벗님네야 화전놀이 가자스라

단오 명절 좋다 해도 꽃이 없어 아니 좋고

추석 명절 좋다 해도 단풍 들어 낙엽 지니 마음 슬어 아니 좋고

설 명절 좋다 하니 낙목한천 잔설 빛이 스산 엄동 역력하니

꽃도 피고 새도 울러 양춘가절 화개 춘 삼월이라 삼짇날에

강남 갔던 제비들이 꽃 따라서 돌아온가.

제비 날개 훈충따라 작년 진 꽃 돌아온가.

천지 상봉 새 기운이 만화방창 흐드러진 산천초목

금수강산 비단 같은 골짜기에

우리들도 꽃이 되어 별 유천지 하루 놀음

화전 말고 무엇 있소 화전놀이하러 가세'

이미지:《혼불》에 등장하는 화전놀이를 모티브로 한 박연옥의 그림 '여인들의 축제'. /사진제공=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