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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전주 즙장

문화재청은 ‘장(醬) 담그기’를 국가무형문화재 제137호로 지정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장을 따로 보관하는 장고(醬庫)를 뒀으며, ‘장고마마’라 불리는 상궁이 직접 장을 담그고 관리하기도 했다. 장류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간장, 된장, 고추장을 일컫는다. 지역적 특성을 띠는 다양한 별미장은 우리나라에 폭넓게 존재한다. 별미장이란 단기간에 속성으로 만들어 먹는 것, 또는 부재료를 첨부해 별미로 먹는 것을 일컫는다.
간장의 맛이 없으면 그해에 큰 재해가 온다고 할 만큼 간장 담그기는 가정주부들의 큰 연중행사의 하나가 되어 왔으며, 그 집의 장맛으로 음식의 솜씨도 가늠했다고 한다.

간장의 '간'은 소금기의 짠맛을 의미하고, 된장의 된은 '되다'의 뜻이 있으며 간장은 <규합총서>에 '지령'이라 표기되어 있다. 그동안 우리는 전통식 장류를 중시했다. 원래, 즙장이란 콩과 밀, 콩과 쌀 등을 혼합해서 메주를 만들고, 고온에서 단기간 숙성시켜 반찬처럼 식용하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 사용하는 부재료가 달라서 나주즙장, 전주즙장, 밀양즙장 등이 특히 유명하다. 그리고 과거 고온으로 온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을 때에는 두엄 밑에 항아리를 잘 밀봉을 해서 발효를 시켰다고 한다. 즙장은 콩에 밀기울을 섞어 만든 즙장메주를 가루로 빻아 소금과 물을 섞어 봉하여 말똥 속에 묻었다가, 일주일 가량 지난 뒤 다시 곁불 속에 2주일 가량 묻는다. 그 후 꺼내서 먹는 장이다.
전주 즙장은 전래되고 있는 즙장류 중 지역 이름이 붙은 유일한 장이다. 조장법은 조선 초기부터 전해 오고 있다. 특이한 것은 콩과 함께 가을 보리로 즙장 메주를 만든다는 것이다.
 '가을 보리를 깨끗하게 씻어서 노랗게 볶은 것 한 말에 콩 다섯 말을 볶아 껍질을 가려내 함께 찧어 가루를 내어 쌀뜨물과 섞어 호두 크기만하게 덩어리를 짓는다. 큰 시루에 김 올려 찐 다음 닥잎이나 뽕나무잎에 싸서 황백의(황색과 흰색 곰팡이)가 입혀지기를 기다렸다가 그대로 말린 후 볕을 쪼여 가루를 내어 간장으로 버무리고 즙장과 함께 항아리에 담아 마분 속에 묻어 9일간 숙성시킨다'고 했다.
‘증보산림경제’의 9권 ‘치선(治善)’편에서는 ‘전주즙장’이 별도로 언급된다. 서유규의 ‘임원십육지’에서도 전주즙장에 관한 기록이 보인다. 20세기 초 전통 장류 문화의 맥을 계승하고 있는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별미장'으로 소개된다. 즙장은 말똥 속에 묻는다고 하여 '말똥즙장'이라고도 하며 전주 백씨가문에서 대대로 전승시키고 있다 하여 백씨장(白氏醬)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사라져 아쉽다. 전주 장군주도 흔적이 묘연하다. 이들을 복원해 전주 한옥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대접할 수는 없는 것일까./이종근(문화교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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