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근의 행복산책

나누는 사회의 주인공은 바로 나(익산 관음사 시주미)

이종근의 행복산책 2024. 1. 24. 14:34

[데스크 칼럼]
익산 동산동 금강 관음사가 관내 어려운 이웃과 사랑나눔에 동참하고 싶다며 정성을 모아 백미를 기탁해 훈훈한 미담이되고 있다. 동산동 유천 생태공원 내에 위치한 관음사는 16일 동산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나눔과 자비를 실천하고 싶다며 백미 350㎏을 기탁했다. 이는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웃사랑 나눔 실천이다. 기탁된 백미는 저소득층, 복지 사각지대 등 생활이 어려운 지역 주민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전달될 예정이다.
금강동 신성마을 앞을 흐르는 대용수간선을 건너면 자그마한 산이 하나 있어 학산(鶴山)이라고 부른다. 옛날부터 부치댕이(佛堂)는 수도산 남쪽 신성리의 석불이 있는 절터이다. 일명 미륵댕이(彌勒堂)라고도 하는 바, 바로 이곳을 일컬어 부르는 말이다. 수도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학이 머리를 쭉 내밀고 물고기를 잡는 형국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하는데 어쩌면 수도산이 닭뫼(鷄山)이었음에도 부처님을 모신 신성한 곳이라 하여 품격을 높여 학산이라고 했는지도 모르 일이다. 이전부터 이곳에는 사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도 이곳에 남아있는 관음보살불(觀音菩薩佛)과 관찰사윤영신영세불망비(觀察使尹榮信永世不忘碑), 사인박윤길적선비(士人朴潤吉積善碑)를 통하여 짐작할 수 있다. 아마도 1910년대의 어느 날 화재로 인하여 사찰이 소실되고 관음보살불과 두 비석만이 남게 되자 몇 년 뒤쯤 어느 보살에 의해 초막으로 근근이 맥을 이어오다가 보살모자와 불자들의 합심으로 1933년 부처당이라고 불리던 이곳에 지금의 법당을 재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들판 가운데 학산의 소나무 숲에 위치한 태고종금강 관음사(옛 부처당)는 2018년에 완공예정인 동산동행정복지센터 옆에 위치한다. 법당 중앙에 한 여인이 아기를 업고 있는 듯한 형상의 돌부처(石佛)가 앉아 있는데 애틋한 사연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어떤 스님이 익산의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며 시주미(施主米)를 동냥하고 다녔다. 그러다가 어느 날 어느 집에 이르렀다. 그 집 주인은 몹시 인색할 뿐 아니라 살림도 구차했다. 스님이 동냥을 구하자 인색한 그 집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쌀을 주지 않고 야박하게도 재를 퍼주면서 스님에게 갖다 주라고 하였다. 이에 며느리는 매우 난처했다. 그리하여 짐짓 시어머니 분부대로 재를 갖다 주는 척하다가 낌새를 보아 살짝 쌀을 훔쳐서 스님에게 갖다 바쳤다. 멀찍이 서서 집안 동정을 살피고 있던 스님은 그 며느리의 더없이 착한 거동을 보고 매우 감동했다. 그리하여 가난한 며느리의 어진 마음에 보답하려고 며느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보아하니 매우 박복하게 사시는 모양인데 아주머니의 그 착한 마음씨에 보답하려고 하니 소승을 따라와 주시오" "어디를 가시려는 겁니까?" 며느리가 어정쩡한 태도로 물었다. "아무 말 묻지 말고 잠자코 따라와만 주시오. 그러면 복문(福門)이 열려 잘 살게 될 것입니다" 스님이 대답했다. 며느리는 스님의 무게 있는 대답에 더는 의심할 마음이 없어, 어린 아이를 등에 들쳐 업고 스님의 뒤를 따라 나섰다. 한참 가다가 스님이 이윽고 말했다. "소승의 뒤를 따라오되 단 꼭 지켜야할 조건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옵니까?" 며느리가 물었다. "목적지에 완전히 이를 때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봐서는 안됩니다. 만약 뒤를 돌아보았다가는 불행하게 됩니다"
며느리는 이에 마음을 단단히 다지고 스님의 뜻을 좇아가리라 하였다. 그들은 이윽고 금강리 앞 관음사 근처에 이르렀다. 이곳은 당시에 바다의 조수가 밀려오는 큰 강이었다. 스님은 뒤를 돌아보 않고 씽씽 앞장서 걸어갔다. 그러나 마음씨 고운 그 여인은 행여 빠져 죽지나 않을까 하여 더럭 겁이 났다. 그래 조마조마 애타는 마음으로 강을 건너다가 어느 순간에 그만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이로 말미암아 결국 그 여인은 스님의 가르침을 어긴 것이다. 이 바람에 그 여인은 갑자기 돌이 되어버렸다. 이 돌은 하나의 부처로서 등에 아이를 업은 부인의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는 불교 연기설화(緣起說話)다. 그러므로 죄업을 만나야 마땅할 시어머니 밑에서 선행하는 며느리에게 복업(福業)을 주려고 인도했으나 되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어겼기 때문에 돌이 되어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것은 속연(俗緣)을 끊으라는 뜻이 된다. 관음사 정수스님은 “명절이면 더욱더 외로움에 힘들어하는 소외된 이웃들의 마음에 희망을 심고 싶어 방문했다”면서 “매년 백미 기탁은 작은 정성이지만 필요한 분들에게 전달돼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이웃들이 소외됨 없이 따뜻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기탁한 쌀을 소중하게 사용하기 바란다. 나누는 사회의 주인공은 바로 나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