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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회화사 이끈 1세대 서양화가 이복수씨 작고

이종근의 행복산책 2023. 12. 10. 13:52

 전북의 문화사를 지켜온 또 한분의 원로가 가셨다. 서양화가 이복수선생이 2004년 10월

24일 오전 1시 세상을 떴다. 노환으로 입원한지 일주일이 채 못된 동안의 작잡스런 작별이다.
전북 현대회화사의 1세대로 꼽히는 고인은 1922년 1월 전주시 완산동에서 태어났다. 일본 오사카 나니와상고를 졸업한 그는 정규미술교육 과정을 밟지 않았지만 중고등학생시절 미술부에서 줄곧 활동하면서 그림을 공부했다. 40년대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 직업 화가 못지 않은 세월을 그림에 쏟고서도 ‘아마추어’의 경계를 벗어나 ‘직업화가’로서의 반열에 놓이는 것을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했던 고인은 평생 삶의 즐거움을 그림으로 찾았던, 진정한 화가였다.

 

제 2회 전북도전 서양화부에서 최고상을 받으면서 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53년 창립한 ‘신상미술회’의 회원으로 참여해 한소희 천칠봉 등과 함께 전북서양화단을 주도했다. 미술활동으로서 뿐 아니라 전북 문화 발전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쏟아온 그는 40여년동안의 긴 공직생활(전매청)을 성실하게 지키면서도 줄곧 한눈 팔지 않고 화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늘 겸손하고 따뜻한 품성으로 선후배 동료와의 관계가 남달랐던 고인이 이지역 문화계에 남긴 영향은 컸다.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동료들이 하나둘 먼저 세상을 떠나간 뒤에도 거의 빠짐없이 후배들의 전시회나 문화현장을 들러 격려하고 박수를 보냈다. 지역 문화의 역사를 남기려는 열정도 높아 고인을 통해 기록으로 남겨진 문화사의 소중한 자료가 적지 않다.

 

50여년 화가로 살면서도 붓을 잡은지 35년만에 열었던 76년의 첫전시회와 83년에 가졌던 전시회가 개인전의 전부다. 전라북도 초대작가로 활동하면서 도미술대전 서양화 심사위원장과 예총 전북도지회 고문, 전라북도예술회관건립추진위원회 이사를 지냈으며 일찍부터 시화와 직장연극 활동에 참여하는 등 지역 문화 발전에 또렷한 족적을 남겼다.

 

그의 변함없는 문화사랑과 지치지 않는 창작활동에 후진들은 ‘전주시 문화예술상’과 ‘9회 목정문화상’을 올렸다.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금, 지난 14일 개관한 전북도립미술관의 원로작가 초대전과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상촌회의 정기전(28일까지)에는 그의 체온이 담겨있는 최근작이 전시되고 있다.

 

마지막 전시를 함께 하지 못한 고인의 부음소식에 후배들의 슬픔은 그래서 더 크다.

 

유족으로는 영태(서양화가 ·남원고 교사) 영일(사업) 영모(국민은행 압구정지점장) 영희 영미 씨 등 3남 2녀와 사위 유웅희 김상윤 씨가 있다.

 

발인은 26일 오전 8시 30분 전북대 병원 장례식장, 장지는 태인 화신공원묘원이다. 연락처는 (063)251-6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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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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