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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이응노미술관과 전시 및 학술행사 개최

이종근의 행복산책 2023. 3. 8. 14:29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11월, 공립미술관과의 동반성장 및 상호 발전을 위한 '2023년 국공립미술관 협력사업'으로 이응노미술관과 전시 및 학술행사를 갖는다.
이 사업은 공립미술관과의 공통 연구 주제 발굴, 지역 문화향유권 증진, 한국미술사 연구의 확장 등을 목적으로 추진해왔다. 지난해는 경기도미술관, 청주시립미술관, 포항시립미술관과 다양한 협력 전시를 진행한 바 있다. 2023년에는 대전 이응노미술관과 협력하여 고암 이응노(1904-1989) 탄생 120주년 기념 특별전과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특별전은 11월에 대전에 있는 이응노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이응노와 유럽 미술계의 만남이 서로에게 미친 영향을 살피고 이응노의 굳건한 예술 세계가 완성되는 과정을 짚어본다. 이응노는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가 유럽에서 한국미술을 알리고 동양과 서양미술의 융합을 꾀하여 문자 추상과 군상 연작이라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이번 전시는 이응노의 유럽 이주 전과 후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여, 1960년대 이후 유럽 미술계에서 활동하며 독보적인 위상을 확립한 이응노의 구체적인 행적을 조명한다.
특히 이주 전 일제강점기 및 1950년대 한국에서 제작한 작품들과 1958년 도불(渡佛) 이후 해외 각지에서 제작한 작품들을 국내 미공개작 중심으로 선별, 소개한다. 이응노가 유럽에서 최초로 창설한 동양미술학교가 소재했던 파리 세르누시 미술관의 소장품을 비롯하여, 각지에 흩어진 작품들을 한데모아 전시한다. 또한 국내에 선보인 적 없는 파리 보쉬르센 고암문화유적지 소장 아카이브를 대거 공개하여 유럽 화단에서의 이응노 활동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두 기관은 11월 국제학술대회를 이응노미술관에서 공동 개최한다. 학술대회에는 파리 세르누시 미술관의 학예연구사 마엘 벨렉을 비롯해 프랑스, 일본, 한국 등 국내외 연구자 5명이 참여하여 ‘20세기 후반 파리의 동양화가들과 이응노’, ‘유럽 시기 이응노 작품의 재료와 기법’, ‘1980년대 일본 미술계와 이응노’등을 주제로 발표한다. 본 학술대회를 통해 196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이응노가 유럽과 일본을 넘나들면서 보여주었던 활동과 이 시기 작품의 특징을 상세하게 규명하고자 한다. 또, ‘동서 미술의 융합’을 추구했던 이응노 예술을 통해 한국미술사의 범위를 확장하고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터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국공립미술관 협력사업이 올해부터는 소장품, 전문인력 등 양 기관의 연구자원과 역량을 집중하고 전시와 국제학술대회를 함께 개최하는 방식으로 강화됐다”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협업을 통해, 균형 잡힌 한국미술사 연구와 문화예술 향유기회 확대에 기여함으로써 국립미술관으로서 공적 역할의 확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종근기자

이응노와 전주


고암이 전주에 정착한 때는 1928년으로 24세의 청년이었다. 전주시 중앙동 4가 25번지에서 ‘개척사(開拓社)’란 점방을 열고 간판을 그리는 한편 건물을 도장(塗裝)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 ‘신사구락부’란 모임도 조직했었다고 전한다.
당시 그는 틈만 생기면 효산(曉山) 이광렬(李光烈, 1885-1966)댁에 드나들었다. 효산은 고암보다 19세 연상으로, 서예와 사군자로 조선 예단(藝壇)의 중견 작가였으며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그는 효산으로부터 예술에 대한 조예를 쌓는 한편 사사로운 일에 있어서도 친숙한 사이로 지내왔다. 제3회 선전 사군자부 입선에 이어, 전주에서 출품한 작품으로, 1930년 제9회 선전 사군자부에서 ‘풍죽(風竹)’과 ‘청죽(晴竹)’이 입선됐다. 1931년 제10회 선전에는 ‘대죽(大竹)’과 ‘풍죽(風竹)’, ‘청죽(晴竹)’, ‘분죽(盆竹)’, ‘매(梅)’ 등 네 폭의 작품이 한꺼번에 입선되고, 특선으로 이왕직(李王職)의 상을 받기도 했다. 이때 고암은 ‘죽사(竹史)’란 호를 가지고 출품했는데, 효산이 지어준 호로 알려져 있다. 전주에서 여덟 해를 보낸 고암은 1935년 일본에 건너가 동경본향회연구소 서양학과에 들어갔다고 한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