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과 전라도
호남과 전라도
호남은 고려 초에 금강 이남을 강남도(江南道)라 부른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금강 상류의 호강(湖江) 남쪽에 위치하는 지방이기에 호남이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는 의견이 있으며, 전라북도 김제시에 있는 벽골지의 남쪽이라는 의견도 있다.
14세기 말인 고려 말~조선 초 무렵 탁광무(卓光茂)의 『경렴정집』에 처음으로 등장한다고 알려졌던 호남 별칭은 그보다 최소 100여 년 이상 앞선 시기에 그 사용 흔적이 확인되었다. 가장 이른 시기의 호남 용례는 1240년 경, 13세기 중엽 이전의 기록에 등장하는데, 천인(天因)이라는 스님이 장흥 천관산을 유람할 때 ‘호남을 두루 다니고자 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또 1304년에 죽은 홍간(洪侃)의 글과 1309년 지어진 담양 출신 이성(李晟)의 시에서도 ‘호남’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호남 별칭 등장이 14세기 말~15세기 초라는 기존 견해에서 13세기 중엽으로 150여 년 이상 그 연대를 올려도 무방할 것이다. 또 새롭게 기록으로 확인한 시기가 13세기 중엽이지만, 고려시대의 제반 조건으로 보아 그보다 훨씬 앞선 시기부터 사용됐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전라도는 고려 때인 1018년 탄생했다. 호남이란 말은 고려 중기 13세기 강진 만덕산 백련사를 이끌던 승려 ‘천인’이 지은 시에 처음 등장했지만, 고려말~조선초에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전라도 사람들은 감정이나 문화를 말할 때 호남이라는 명칭을 더 많이 사용했다. 실제로 조선시대 관리 임명장 등 문서엔 전라도라고 적혀 있지만, 세금 징수·군인 징발 등엔 호남이라는 명칭을 선호했다. 임진왜란과 구한말 항일의병을 일으킬 때 의병장들도 ‘호남’을 더 많이 썼다.
공식 지명인 전라도는 행정적인 느낌이 들지만, 호남이라는 별호는 토속적이고 지역적인 색채가 더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