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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선생이 말하는 합죽선의 유래
이종근의 행복산책
2023. 2. 8. 06:32
고 이기동선생(전북도 유형문화재 선자장)은 합죽선이 고려시대 한 대사의 이야기에서 유래한다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기녀를 사랑한 스님이 있었더란다. 신분이 신분인만큼 언제 한번 툭 터 놓고 말 한마디 붙여 보지 못하고, 그렇다고 머리 흔들어 쉬 털어 버릴 수도 없는 연정. 가까이 할 수도 없는 안타까운 마음이 늘 곁에 두고 그녀인 듯 기릴 물건을 낳으니 바로 접었을 때 모양이 여인의 자태가 되는 합죽선이라고 한다. 출가한 후에도 속세의 인연을 완전히 끊지 못한 수양이 덜 된 대사가 외로운 수행 중의 노리갯감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합죽선을 접어둔 모양이 여자의 육체와 흡사한 것은 대사가 기녀를 염두해 두고 손으로 가지고 놀 것을 생각한 것에서 연유한다고 한다.
손잡이 부분은 머리, 양쪽으로 연결된 고리는 비녀를 뜻하고, 그 다음은 가슴부분이며, 둥그스레 흰 부분은 치마를 의미한다.
“속대 한 겹으로 살을 만드는 딱선하고는 달라요. 이 것은 대나무 껍질로만 만들제. 그것도 긴 것하고 짧은 것 두 겹이 합쳐져서 살 하나를 이루는데 그래서 이름이 합죽선이여. 음양의 조화인 셈이제. 긴 쪽이 남정네고 짧은 쪽이 여자여.”
그는 장남 신입씨에게 부채 만드는 기술을 일러주고 있다. 수십년째 곁에서 아버지의 부채 인생을 지켜본 아들인지라 전수하는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