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전북 팥

이종근의 행복산책 2023. 1. 25. 17:23

 ‘빵지순례'가 유행인데 한국 팥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다. 바야흐로 편의점 '' 전성시대다. 고창군이 '대한민국 수박의 성지' 고창 수박으로 전국에서 유명한 고창 수박을 이용해서 만든 캐릭터 빵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동그란 초록색에 짙은 줄무늬 반으로 자르면 빨간 속살에 점점이 박혀있는 씨까지 빨간 앙금에서 새콤하고 달콤한 수박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고창 수박이 새로운 모습으로 소비자와 만난다. 천년누리가 우리 농산물로 만든 전주비빔빵을 미국 소비자들에게 항공 직배송 판매를 시작했다. 전주 효자동 휴먼시아 아파트 인근에 자리한 맘스 브레드.’ 우리 말로 풀자면 엄마의 빵입니다. 이 가게는 문을 연지 2년여만에 전국을 평정했다. 전주 서곡지구에서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과 맞짱을 뜨고 있는 나폴레옹과 효자동 '모짜르트' 동네 빵집의 저력을 보여주는 성공 사례다. 앞선 군산 이성당, 전주 풍년제과도 동네 빵집의 원조격이다. 군산은 흰찰쌀보리빵으로 골목빵집이 뭉쳤다. 군산시는 지역특산물인 흰찰쌀보리 명성과 소비촉진을 홍보하기 위해 흰찰쌀보리로 빵을 만드는 제과제빵업소 21개소에 흰찰쌀보리빵 전문점 지정서를 교부하고 골목빵집 살리기 프로젝트에 나섰습니다.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음식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옛날부터 동지에는 팥죽을 먹는 세시풍속이 있었다. 왜 팥죽을 먹을까?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일화가 나온다. 영조 46108일에 왕은 이렇게 말한다. "동짓날 팥죽을 먹는 뜻이 비록 양기의 회생을 위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이것을 문에다 뿌리라는 공공씨(共工氏)의 설은 정도에 어긋나기 때문에 그만두라고 명하였다. 이제 듣자니 내섬시에서 아직도 진배를 한다고 하니 이 뒤로는 문에 팥죽 뿌리는 일을 제거하여 잘못된 풍속을 바로 잡으려는 나의 뜻을 보이도록 하라" 이 이야기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당시에는 팥죽은 먹었을 뿐만 아니라 문에 뿌리기까지 했었던 모양이다.

 두락리는 남원시 아영면에 속하는 법정리이자 행정리다.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국경 마을이어서 남자들이 싸움터에 끌려가 여자들이 농사일을 하였는데, 흉년이 들어 고사를 지냈더니 콩농사·팥농사가 풍년이 들어 콩 두()’자와 물이름 락()’자를 써서 두락이라 했다고 한다. 그 뒤 다시 흉년이 들어 부처님께 빌었더니 콩 두자를 말 두()’자로 고치면 풍년이 들 것이라고 하여 두락(斗洛)으로 고쳐 불렀다가 두락(斗落)으로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논이 많아 두래기로 불리던 것이 두락(斗落)’으로 정착되었다는 설이 더 합리적인 것 같다. 남원 자장가에는 자장자장 느어머니/살강 밑에 찐 조밥이/싹이 나믄 온다더라/아강아강 우지마라/느어머니 삶은 팥이/싹이나믄 온다더라/병풍뒤에 횃대숫탉/홰치거든 온다더라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진안 동향면 능금리 능길 마을 에서는 동짓날 팥죽을 쑤는데, 이 죽에는 새알 수제비를 만들어 넣는다. 팥죽은 팥 한 되를 삶아서 물을 내리고 찹쌀과 멥쌀을 한 되 분량으로 석어서 새알 수제비를 만든다. 팥죽을 끓이면 먼저 한 그릇을 떠서 들고 집안을 돌면서 한 숟가락씩 뿌린다. 팥은 양기를 보하는 효과가 있다. 우선 신장의 소변 기능을 돕는다. 팥의 가장 큰 효력은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붓기를 없애는 것이다. 임신하고 나서 붓기가 있는 이들이 팥을 먹으면 효과가 크다. 팥을 씻어서 내방을 버린 붕어나 잉어와 함께 먹으면 임신 부종에 큰 도움이 된다.

 순창 팥오누이죽은 팥을 삶아서 무르면 쌀가루를 넣어 끓이며, 팥 알갱이가 남을 정도로 끓인다. 무주 오곡밥과 묵은 나물 먹기 음력 114일 저녁에는 보리, 좁쌀, , 멥쌀, 수수 등을 섞어서 오곡밥을 짓는다. 갈무리 해 둔 아주까리 잎, , 산나물, 취나물, 다래순, 호박오가리, 고구마 줄기 등을 볶은 다음에 반찬 삼아 먹는다. 이러한 정월 열 나흗날 저녁밥은 다른 날보다 일찍 해서 먹는데, 그렇게 하면 부지런해서 농사도 빨리 짓고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무주 무오일(戊午-) 음력 10월은 무오일 또는 상달이라 하여 일 년 중 가장 좋은 달로 여긴다. 햇곡식으로 술을 빚고 붉은 팥시루떡을 만들어 조상께 바치고 가족의 무사 안녕을 빈다.

 왕의 수라는 백반과 홍반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먹었다. 백반은 흰쌀밥, 홍반은 팥 삶은 물로 지은 찹쌀밥이다. 팥은 소장에서 음식물이 정체되는 것을 막고 소변을 배출시켜, 몸에 축적된 열을 내린다. 찹쌀은 성질이 따뜻하여 비위를 따뜻하게 데우고 설사를 멎게하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간혹 대변이 굳어지고, 몸에 열이 쌓이는 역효 과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찹쌀을 팥과 함께 섞으면 온열의 조화가 이뤄진다. 왕이 먹은 붉은 팥 시루떡의 팥은 몸 안에 쌓인 불필요한 수분을 빼내는 역할을 한다. 또 찹쌀은 소화기관인 비위를 강하게 하고, 기운이 생기게 하는 효능이 있다.

 시중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뿐만 아니라 편의점과 유명 제과점에서 판매되는 팥 앙금 함유 빵에서도 국산을 찾아보기 어렵다. 설빙 등 팥빙수 업계도 중국산 팥을 쓴다. 현재 국내 팥 자급률은 20%에 불과하다. 국내 3대 빵집의 단팥빵에 있는 앙금 역시 중국산 팥이다. 국산 팥의 가격은 비싼 것은 수확량이 적은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국산 팥은 건강을 고려하는 일반 소비자들만 구입하고 가공식품업체는 가성비가 좋은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다. 식품업체가 농가와 직접 연계해서 우수한 국산 품종의 팥을 사용한다면 국내 팥 재배환경이 한층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산 팥의 화려한 부활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