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사람들

한국화가 구정 김대곤이 22일부터 31일까지 전주 갤러리한옥서 초대전

이종근의 행복산책 2022. 12. 18. 17:08

매화의 구김살없는 모습이 보인다. 남을 해코지하지 않고 자신의 독락(獨樂)으로 너름새 있게 끌어들여 사는 여생은 곤고한 삶이다. 그것은 단연코 매화 같은 삶이다. 그  매화 가지가지는오히려 거칠은 대기(大氣)를 종횡무진 주재(主宰)하는 것은 다름 아닌,  매화의 산란과 신랄함이다. 이 모두를 휘두르는 대기와공간 속의눈길이 쏠린 우주의 기운과 화통한다. 바탕은 안팎이 따로 없이, 이곳과 저곳의 격절없는, 홍색을 종이에 닿아 번질 때의 그 적막하고 습윤(濕潤)한 반복을 해방구의 기운으로 스스로 짓고 보관해뒀다가 이 겨울에  첫 개인전으로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으려고 그윽한 실존의 예술적 고독으로 바뀔 수 있게 끔 하는 몸부림이 간절해보인다.
 한국화가 구정 김대곤이 22일부터 31일까지 전주 갤러리한옥서 초대개인전을 갖는다. 2001년 입문한 이해 처음으로 갖는 자리인 만큼 21년만의 신고식을 하는 셈이다. 작품 ‘대설’ 등은 진경산수로, ‘춘매’ 등은 반추상의 작품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붉은 열정이 도대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가.
 작가는 “전주시 금상동에서 출생했다. 유년 시절을 부안군 위도에서 초등 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고 최종 학력은 마도로스가 꿈이었던 그. 전공을 뒤로 한 채 대학시절 군산대학교 해양 학과를 졸업했다. 마도로스가 꿈이었던 작가는 결혼을 하고 두 아들과 함께 가정을 이루면서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 경제 활동을 일찍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어느날 어느 미술대학교 졸업 전시장을 찾은 작가는 가슴이 멈추는 듯 그림에 몰두하면서 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그림공부를 하고 싶은 일이 아닌가 하고 다짐하면서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결심을 하게 됐다”고 했다.
 작가는 아내와 상의하고 2001년 드디어 그림 공부를 하게 됐고, 오늘 개인전을 하기까지 시간을 쪼개어 자연을 벗삼아 이곳저곳을 많이 찾아다녔다. 유년 시절 10리길을 걸어 학교에 다니면서 절대순을 꺾어 먹고 보리피리를 불면 그 시절을 연상하면서 소년시절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자신을 설레이게 한 가운데 초대전 오픈날을 기다리고 있다.
 금빛 햇살이 어찌나 유혹하는지 자연의 향기따라, 이름 모를 들꽃 향기따라 촉촉히 상념에 젖어본다. 어느센가, 지붕 같은 하늘채에는 흰구름이 윤무하고 침실 같은 대지와 출렁이는 저 하늘 밑엔 푸른 산과 꼬막 등 같은 사람의 집, 아름다운 우리네 산하가 천년의 세월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하게 흐르고 있다. 시나브로 야생화들이 무리지어 앞다투어 쑥쑥 커 가면서 해맑은 웃음을 짓는다. 한국의 자연은 그렇게 봄의 싱그러움, 여름의 푸르름, 가을의 넉넉함, 겨울의 순결한 눈꽃을 통해 계절마다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다는 오늘에서는.
 시나브로, 작가는 낫으로 가늘고 긴 낭창낭창한 왕죽을 한웅큼 베어 왔다. 합죽선에 돌 하나 올리고, 별 하나 얹고, 바람 하나 얹고, 시 한 편 얹고, 그 위에 인고의 땀방울을 떨어 뜨려 소망의 돌탑 하나를 촘촘하게 쌓았다. 하늘이 우리 선조들이 눈물을 너무 흘러서 파란색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진중하게 작업에 임했다. 작가의 손을 거치면 어느 새, 기억 속 풍경 위에 자유로운 터치들이 부챗살 너머 다양한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수묵채색으로 작업되어지는 작품들은 물감의 농담과 붓 터치, 그리고 물감의 번짐 등을 자유자재로 사용한 까닭에 느낌이 편안하다. 
 반복적인 수묵의 집적을 통해 진행되는 눅진한 적묵(積墨)의 깊이는 물론이거니와 무게를 지니고 있는 실경 작업, 분방한 필묵의 경쾌한 속도감이 두드러지는 작업 등 다채로운 표현의 미학을 살려 작품 속에 잘 담아내고 있다. 작가의 산수풍경은 투명하리 만치 맑고 담백한 맛을 자아낸다. 무엇보도 담담한 이미지를 통해 시선을 아주 깊은 곳까지 끌고 들어간다. 작가는 자연의 형태 속에서 물질적인 실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를 보며 그 섭리를 가능케 하는 정신을 파악하려 한다.
 현대사회의 이같은 특성은 여백, 고요, 느림, 성찰 등을 잃게 할 뿐만 아니라 가벼움, 얄팍함, 경쟁, 외로움, 아픔, 등을 확산시키는 원인이 되며 점점 더 트라우마에 점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오늘처럼 눈이 오는 날이면 향기 나는 사람의 냄새를 기억한다. 그 냄새는 웃음이 묻어난다는 소리의 파동, 그것은 흐린 날을 한 방에 지배해버릴 수 있는 은은한 커피의 향, 그것은 비 뿌리는 구름 사이로 뻗치는 햇살의 구김살 없는 빛. 떡을 하거나 부침개를 부친 날이면 돌담 위로 오갔던 소쿠리는 내 삶의 일부가 됐다. 때론 청계수조(淸溪垂釣), 낙싯대를 드리우며 향기 나는 하루를 만들기도 하니, 이 모두가 작품의 소재에 다름 아니다. 강물처럼 별빛처럼 흘러가라 한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살다가라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와 나눌 대화의 핵심이다.
 작가는 매년 4~5회에 걸쳐 회원전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전국 온고을미술대전 운영위원, 한국미술협회 전주지부 한국화분과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 사대문 회원,  햇살회 회원 전국 온고을미술대전 초대작가, 갑오동학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미술협회 전라북도지회 감사를 맡고 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