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근의 행복산책 2022. 10. 25. 09:54

검찰이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며 국정감사를 중단했다.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마지막 날인 24일까지 정쟁으로 얼룩졌다. 검찰이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을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하고,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국감은 역대로 정쟁의 장이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국감은 모두의 도가 지나쳤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의 야당의 중앙 당사에 대한 기습적인 압수수색 돌입은 국회를 무시하고 야당을 탄압하고 국정감사를 멈추는 행위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비판했다"며 "어려운 민생 위기 속에서도 정치보복 수사에 열을 올리며 야당 당사까지 침탈하는 부당한 상황에 대해 강력하고 단호하게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고 했다.
‘팃포탯(tit for tat)’은 ‘맞받아  치기’다. 이를 직역하면 ‘보복’ ‘앙갚음’으로 ‘상대가 가볍게 치면 나도 가볍게 친다’는 의미를 지닌다. 팃포탯 전략을 우리말로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표현으로, 쉽게 ‘맞대응’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상대와 적대시 하는 것만이 팃포탯 전략의 원리는 아니다. 우선은 협력의 자세로 팃포탯을 시행한다. 그런 다음부터 상대의 선택을 따라하는 것이 팃포탯 전략의 원리다. 협력의 자세로 다가갔는데 상대가 협력하면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협력의 자세를 갖추고, 반대로 상대가 적대적이거나 배반을 한다면 똑같이 응수하게 된다. 그러다 또 상대가 협력을 해오면 똑같이 협력 전략을 내세우게 된다. ‘팃포탯’이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해석할 수 있다. 상대가 협력하면 나도 협력하고, 상대가 배신하면 나도 배신하는 것이다. 이때 배신은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정함을 추구하기 위해 유용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언제나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정치 보복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는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의 방향과 그 정책 담당자들이 바뀌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번에는 국방부장관 등이 구속됐다. 이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누가 공직에 나서겠는가. 이렇게 해서 복지부동 공무원을 양산하지 않을까 적이 걱정이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정권은 언제나 과거 정부를 부패 정권으로 낙인 찍으면서 적폐 청산을 개혁의 도구로 삼으려는 반면, 과거 정권 세력은 이를 정치 보복으로 받아들인다는 데 있다. 법에 따라 정당하게 이루어지는 ‘적폐 청산’이라 하더라도 정파에 따라 ‘정치 보복’으로 읽혀져 문제가 아닌가. 독선과 독재의 방식으로 이루어진 적폐 청산은 정치 보복으로 읽힐 뿐만 아니라 훗날 정치 보복을 불러온다. 적폐 청산의 아이러니다. 자신이 막강한 권력을 가졌을 때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었던 적이 거꾸로 권력을 잡게 되면, 자신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적폐 청산의 대상이 되지 않나. 적폐 청산과 정치 보복의 악순환을 끊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협치’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협치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정치 보복이 우선 사라져야 한다. 보복을 끝내고 협력을 시작하려면, 누군가 ‘먼저’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합리적 인간의 복수 본능을 활용한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을 제안하는 까닭이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위기 대응을 주도해야 한다. 민주당도 민생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냉정하게 정국에 임하길 기대한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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