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근의 행복산책

[온누리]화상병

이종근의 행복산책 2022. 8. 30. 13:57

전북의 일부 농가들이 과실수의 구제역이라 불리는 화상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화상병은 사과, 배 및 장미과에 속한 일부 그룹의 식물에 영향을 미치는 전염병이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배와 사과 과수원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과실수의 구제역이라고도 불린다. 화상병은 꽃과 나뭇가지를 죽일 수 있으며, 병징은 큰 나뭇가지와 줄기를 둘러싸 그로 인해 나무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수화상병은 우리나라에서 검역병해충으로 지정된 금지병해충에 의한 세균병으로 주로 사과, 배 등 장미과 식물에서 발생하며 감염됐을 경우 잎··가지·줄기·과일 등이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붉은 갈색 또는 검정색으로 변하며 마르는 증상을 보인다. 과수화상병은 한번 발병하면 과수원 전체를 폐원해야 하고, 폐원 후 3년 내에는 사과·배나무 등 기주식물은 재배할 수 없다. 기주식물이란 어떤 바이러스에 대해 특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식물로 과수화상병을 일으킬 수 있는 기주식물은 매실나무, 모과나무, 살구나무, 자두나무, 벚나무, 마가목 등 모두 28종이 있다.

열매솎기(적과)와 웃자란 가지(도장지) 제거 작업이 한창 진행되는 요즘, 작업 도구를 소독해 쓰는 것도 중요하다. 도구를 최소한 90초 이상 알코올이나 차아염소산나트륨 같은 소독제에 담갔다가 다시 쓰는 게 핵심이다. 또 농작업복·신발·장갑도 분리해서 쓰는 것이 좋으며 특히 외부 과수원에 출입할 때 주의해야 한다. 화상병 확산 방지를 위한 일반 시민의 역할도 크다. 모과나무·산사나무·팥배나무 등 정원수·가로수가 기주식물 역할을 해 화상병균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농진청이 개발·운영하는 과수이상증상 예찰 APP()’ 애플리케이션에 나무가 탄 듯한 병징 사진을 올리면 농진청 전문가가 화상병이 맞는지 진단해주니 의심 증상을 관찰한 시민들 참여 역시 필요하다.

화상병균은 벌 등 방화곤충(꽃가루를 운반하는 곤충)을 통해 전염될 수도 있다. 현재 과수화상병 치료 약제가 없기 때문에 초기에 증상을 발견하고 최대한 신속히 제거하는 것이 추가 확산을 막는 최선책이다. 사실상 모든 국토가 화상병 비상사태인 만큼 농가와 관계자들 모두가 다시 한번 방제의 고삐를 쪼여야 한다.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마지막 과일들을 무르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녘의 빛을 주시어/ 열매의 무르익음을 재촉하시고/ 포도주에 마지막 단맛이 /짙게 스미게 하소서... ’

기후변화 때문인지 몇 년간 제대로 된 배를 수확하지 못한 농부의 가슴에 이 릴케의 가을날기도는 어느 때보다 간절하고 절실하다. 과일은 기호품이라 맛이 없으면 판매에 큰 지장이 초래되는지라, 긴 장마는 또 다른 재앙 요인이었다. 농부가 일 년 내내 농사를 지어 가을에 알찬 결실을 얻는 염원과 그 결실을 제값을 받고 판매를 해야만 생계유지를 할 수 있기에 상품성이 떨어지면 아득해진다. 긴긴 장마에 노심초사했지만 다행이 햇살이 보약이 돼서 농작물이 평년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니 기쁘다. 사과·배 재배 농민의 자율적인 예찰과 신고를 비롯, 작업자 관리와 도구 소독 등 안전수칙을 잘 지켜준 가운데 좋은 결실을 맞기를 당부드린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