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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지를 살려라' 전주천년한지관, 23일 공식 개관

이종근의 행복산책 2022. 5. 23. 15:53


전주 전통 한지(韓紙)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팔복동 일대에 국・시비와 자부담 등 모두 12억원을 들여 조성한 한지협동화단지의 입주업체 대부분이 자금난 등으로 공장가동을 일시 중단하거나 문을 닫았다. 특히 이들 업체는 폐수처리장과 개별시설비 등 당시 공사비 1억3,000여만원을 지금까지 갚지 못하는 등 업체당 수천만원씩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한지 생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최근 중국산 한지가 무분별하게 수입되면서 전주한지의 판매가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시가 서서학동 흑석골에 전주한지 생산시설 구축을 본격 추진한다. 전주 한지의 원형을 보존하고 세계화를 이끌 ‘전주천년한지관’이 23일 공식 개관했다. 한지관은 83억원이 투입, 1층은 국내 최대 규모인 한지 제조공간으로 조성됐다. 초지·도침·건조 등 한지 제조 일련의 과정을 재현해 한지를 직접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다. 2층은 기획전시실과 사무공간, 야외 공용 공간이 마련돼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서서학동 흑석골은 예로부터 명품 한지공장이 집단화됐던 곳이다. ‘한지골로도 불렸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에 한지지소가 있었다. 흑석골이 한지골로 본격 자리매김한 것은 한국전쟁 이후이다. 한국전쟁 이전에는 전주제지 1(현 고궁한지)만이 이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동산면, 덕치면 등 전주외곽에서 한지를 제조하던 지공(紙工)들이 6.25 한국전쟁 때 피난 나왔다가 전쟁 후 흑석골에 눌러앉아 한지를 뜨게 되면서 한지공장들이 모여들면서 흑석골이 명품 전주한지 집산지가 됐다. 흑석골 한지공장은 우리 경제가 어려웠던 1950~80년대에는 100만 불 수출액을 달성했고, 300여 명의 생계수단이었다. 비록 지금은 흑석골에 한지공장이 고궁한지 단 1곳만 운영되고 있지만,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호남제지, 문성제지, 우림제지, 문산제지, 평화제지, 청보제지, 전주제지 등 한지공장들이 즐비했다. 흑석골은 폐수 등 환경문제로 한지공장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거나 폐업할 때까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주한지의 명맥을 마지막까지 이어가던 전주한지의 마지막 보루 같은 곳이다.

이 시설이 완공돼 조선시대 외교문서, 교지, 과거지 등으로 쓰여 왔던 전주 한지의 우수성을 그대로 재현한 고품질의 한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한지가 세계의 중요문서의 기록에 사용되는 등 문화재 복원분야에 진출하는 한편 전주한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바란다. 관련 지자체·전문가·장인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전통 한지 원형 보존과 202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등 한지의 세계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