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근의 행복산책
[이종근의 행복산책] 도래샘
이종근의 행복산책
2022. 4. 2. 11:44
내 이름은 빙돌아 흐르는 샘물, '도래샘'입니다. 감춰진, 깊은 산 속의 한겨울에도 얼지 않습니다. 주변은 비록 얼지라도 끊임없이 흐르는 물 한 가운데는 언제나 그대로 입니다. 물레방아와는 친구로, 한 점의 눈송이로 하늘을 날고 싶지만, 언제나 같은 자리 같지만 살아 있어 돌고 돕니다. 제 아무리 어지러워도 살아있습니다. 깨어 있습니다. 미운 사람처럼 성내지 않아요. 잘난 사람처럼 다투지 않아요. 힘쎈 사람처럼 빼앗지 않아요. 도래샘은 나무를 키우고, 나무는 도래샘의 울타리가 됩니다. 하늘도 품고, 새들도 쉬다가고, 나뭇잎이 떨어져 친구가 되고, 바람 불면 함께 출렁이다가 흔들리다가, 또 그렇게 평안을 찾아 동글동글, 때굴때굴 굴러, 지혜의 샘물입니다. 눈감으면 푸른 파도를 박차고 허공으로 치솟아 불타오르던 태양, 어둠을 뚫고 밝혀주던 달, 소나기처럼 쏟아질 것 같던 별들의 반짝임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섭니다. 눈보라 치던 날 밤에는 수 많은 별빛을 얼마나 주웠나요?
물을 얻기 위해 도래샘에 가면 샘물을 길어올립니다. 지혜도 같이 길어올기를 바랍니다. 갈 곳을 가기 위해 길을 걷습니다. 내 인생의 목적지도 함께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열매를 얻기 위해 나무에 올라갑니다. 내 이름의 열매도 많이 얻기를 바랍니다. 차를 운전하기 위해 도로 표시판을 봅니다. 내 생각의 표시판도 같이 보기를 바랍니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산을 오릅니다.산을 오르는 고통만 참지 말고 내 생활의 어려움도 함께 극복하기를 바랍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찻집에서 기다립니다. 친구만 기다리지 말고 내 마음이 참으로 만나고 싶은 것도 같이 기다리기를 바랍니다. 비가 올 것인가를 알기 위해 하늘을 바라봅니다. 내 삶에도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릴 때가 있으리라는 것을 알기 바랍니다. 반짝이는 별을 보기 위해 어두운 밤 하늘을 봅니다. 별만 찾지 말고 절망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의 등불을 찾기를 바랍니다.
힘들어서 못가는 것인가요, 굽어굽어 천천히 가시구요. 나쁜 것을 퍼서 이웃에게 주면 더 나쁜 것이 쌓이고, 좋은 것을 퍼서 이웃에게 주면 더 좋은 것이 쌓입니다. 그냥 쌓이는 게 아니라, 도래샘처럼 솟아나 마음을 가득 채웁니다. 좋은 말을 하면 할수록 더 좋은 말이 떠오릅니다. 좋은 글을 쓰면 쓸수록 그만큼 더 좋은 글이 나옵니다. 하지만 좋은 말이 있어도 쓰지 않으면 그 말은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더 이상 좋은 말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사랑이란 맑고도 그득하게 고여 오는 샘물. 자꾸자꾸 퍼내야 합니다, 퍼내면 퍼낼수록 깨끗하고 맑아집니다. 흘러흘러, 돌아돌아 가다가 힘들면 다시 내게로 오세요. 어둠을 타박 말고 몸을 돌려 태양을 보라. 사람을 존중하라. 끊임없이 도래샘처럼 베푸세요. 풍덩풍덩, 찰랑찰랑, 구비구비, 흘러흘러, 돌아돌아, 모든 것을 녹이며 속절없이 그냥 떠나가는 게야. 흘러흘러 가는 그리움과 돌아돌아 가는 서러움이 있지만 도래샘에는 마침표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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