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이동근, 청목갤러리 개인전

이종근의 행복산책 2022. 2. 8. 15:45

전주 청목갤러리는 8일부터 21일까지 '이동근 개인전– 풍요와 기원·자연에 물들다'를 갖는다.
이 전시는 포도, 사과, 자두, 꽃, 바다풍경 등을 소재로 한 유화 작품 30여점으로 구성, 독특한 리얼리티 때문에 사진과는 또 다른 신비한 느낌을 갖게 만들어 준다.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놀랄 만큼 꼼꼼하게 공들인 작품을 보면서 관람객은 사실적 만족감을 얻으며 놀라움과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화면은 서구 극사실주의의 경향인‘차가운’카메라 렌즈가 극도로 세밀하게 포착해내는 표층적 재현이나 묘사가 아니다. 작가는 인간의‘따뜻한’렌즈를 통해 주관적 감성과 의도를 반영하는 실재성과 생동감을 드러내는 독특함을 갖는다.
포도 작업은 한국적 극사실성의 효과를 십분 살린다. 포도송이와 잎에 쏟아지는 자연광의 질감, 포도 알 사이 공간의 충만감, 포도 껍질 위로 배어 나오는 희뿌연 효모균의 흔적, 빛바랜 듯한 연두에서 초록, 보라를 거쳐 짙은 갈자색(褐紫色)까지 포도 한 알 한 알에 담겨 세밀하게 차별되는 색깔과 질감 차이, 살짝 마르는 중이거나 아직 마르기 직전의 탱탱한 수분의 차별감, 살짝 감기거나 젖혀지고 뒤집히며 무작위적 자연스러움을 드러내는 포도 잎, 포도나무의 왕성한 생명력, 화면 전체에 쏟아지는 자유로운 빛과 반사광과 어딘가에 흡수되고 투과되어 어둑해진 빛의 음영을 리얼하게 담았다.
맑고 푸른 하늘에 무한 생명력을 드러내는 사과나무. 나무 가지 최적의 지점에 단단히 붙어있는 사과는 한여름 뜨거운 태양열의 강도에 따라 제각기 다른 농담, 붉음, 음영이 적나라하게 녹아있다. 사과나무의 열매, 잎, 나뭇가지에 충만한 빛과 공기의 팽팽한 중력이 시선을 강하게 이끈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표현하는 부감법을 사용한 구도로 그려진 붉은 자두는 극도의 사실적 표현으로 생동감을 넘어 생경함에 이르는 느낌을 준다. 꽃 작업은 장식을 위해 잘려진 상태로 꽃병에 담기거나 대기에 노출되어 마르기 시작한 꽃잎의 질감을 잘 드러낸다. 꽃잎의 윤곽, 꽃잎 사이 사이의 극도로 세밀한 공간과 주름 표현, 색상의 점진적 변화 등을 통해 생명에서 조락으로의 진행을 보여준다. 극명할 만큼 세밀한 부분에 몰입하게 하는 하이퍼 리얼리즘이 주목을 받는 것은 엄청난 공력을 요구하는 노동 집약적인 미술이라는 점에 있다.
극사실주의가 갖는 다른 매력 중의 하나는 미래지향적 측면이다. 가상현실과 AI 등 극사실성의 실생활 응용이 증가하면서 동시대에는 현실과 가상 세계의 교차 및 혼재 상황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극사실적 요소들은 가상현실, 증강현실, AI, 메타버스와 접목되어 더 다양하게 우리 삶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일반적인 소재인 과일이나 꽃 같은 자연물이든 인공물이든 어떠한 오브제든 간에 사진은 회화에 가깝게 회화는 사진에 가깝게 표현하려고 한다. 무심코 지나쳐버린 일상 속 사소한 것들에 눈을 돌려 우리 앞에 서 있는 것들의 현실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화면 위에 안료의 물질성을 혼합하여 그리는 행위이며 그중에서도 리얼리즘을 강조하는 형태의 기법을 사용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주변의 본질과 현상에 대해 얼마나 정확하게 감상하고 있을까? 제 작품은 본질과 현상 속에서 내적 사유와 고백을 화면 안에 담고 그것들과의 소통과 화해를 나누고자 하는 진정한 소통을 갈구하는 또 다른 열망의 표현일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