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동상의 영원한 상록수' 김진갑, 자녀 김초엽의 아련한 사부곡(思父曲) 작품집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에 소개
'시(柿)
김초엽
시인(詩人)이 나보고
시를 쓰란다
어떤 시를 써야 할지
이런~시!
씨 없는 고종시(柿)'
김초엽 완주 동상우체국장은 고 김진갑 (1938-1997) 제2대 완주군의회의장의 자녀로, 아버지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다 뜨겁다. 지금도 1987년 감식초를 개발하고 동상 고
종시의 유래를 엮어낸 아버지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시는 어디서 오나. 시인은 어떨 때 시심(詩心)에 사로잡히나. 김우체국장의 시 쓰기는 그리움에서 비롯된다. 대상이 없는 막연한 그리움이 아니다. 1997년 아버지가 세상을 홀연히 떠났다. 시인은 이런 얘기를 담담히 전하며 지금도 목에 멘다. "왜 시를 썼느냐 하면…아버지가 돌아가니까, 그러니까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고 하면서다.
김우체국장은 시집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구술 채록 박병윤 동상면장, 발행 동상면행정복지센터, 펴낸 곳 겨리출판사)'에 또 하나의 시 '비가 오나 눈이 오나-운산(雲山) 고 김진갑 아버님을 기리며'를 발표, 인간 상록수를 통해 아련한 사부곡(思父曲)을 불러본다.
'"나는
농촌운동가요, 교육가요,
동상면을 사랑하는 애향인(愛鄕人)이다."
동상고등공민학교를 설립하셨고
동상우체국을 설립하셨고
동상 감식초를 개발하셨고
동상면을 사랑하셨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동상면을 걱정했고 지역 발전을 고민하셨다
운장산에
떠가는 저 구름을 바라보며 염원하셨다
내 고장이 잘되고
내 부모와 자식들, 동상의 아들딸들이 잘되기를 소망하셨다
아버지는
인간 상록수셨다'
이는 아버지의 저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를 읽고 쓴 시다.
김진갑은 동상고등공민학교 교장, 통일주체 국민회의 대의원, 국제라이온스협회 309F지구 완주라이온스클럽 회장, 별정우체국중앙회장, 제1대 완주군의회 후반기 부의장, 제2대 완주군의회 의장을 역임한 사람이다.
그는 완주 감식초를 개발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이는 질 좋은 감을 선별해 전통 비법으로 숙성 발효시켜 제조한 식초를 말한다. 감식초란 떫은 감의 당분을 이용해 만든 식초로, 완주 감식초는 농협이 중심이 되어 100% 완주 지역에서 생산된 감으로만 프리미엄급 유기농 감식초를 생산하고 있으며, 식초 본연의 맛뿐 아니라 발효음료로도 유명해서 전국적으로 많은 이에게 사랑받고 있다.
완주디지털문화대전에 따르면, 완주군 동상면 해발 1,124m의 운장산 줄기에 자리 잡고 있는 산골요지 대아리와 수만리 6개 마을 주변에는 많은 감나무가 자생하고 있어 주민들은 곶감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곶감 만들기에는 일손이 많이 들고 크기나 질에 따라 폐기되는 감이 많았다. 김진갑은 1987년 옛날부터 감을 떡시루에 올려놓은 뒤 발효돼 떨어지는 새콤달콤한 물을 받아 각종 질병에 민간요법으로 사용한 것은 물론 식초로도 사용했던 것에 착안, 폐기되는 감의 활용 방안으로 감식초 생산을 시작했다. 이미 감식초를 생산하기 시작한 일본을 찾아가 식초 생산과정과 효능 등에 대해 자문을 구하여 1989년 이 일대 마을이 농어촌 특산단지로 지정받은 뒤, 동상고등공민학교에 발효실과 작업실·검사실 등을 마련, 본격적으로 감식초 생산채비를 갖췄다. 김진갑은 마을 주민들에게 감술을 납품 받아 2년간 숙성한 뒤 우편판매를 통해 감식초를 전국에 공급해 이 지역 감식초 생산의 터를 닦았다. 현재 동상면의 대부분 주민이 감식초를 생산해서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완주 8품'으로 선정, 전국적으로 판매망을 형성하고 있다. 동상감식초는 당물과 당분이 풍부하고 떫은 맛(타닌산)이 강하며 씨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인 ‘고종시’라는 고유품종만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피로 회복, 숙취 해소, 신진대사촉진 등에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2018년, 동상감식초가 처음으로 홍콩에 수출하는 길에 올랐다.
권창환 전 전북도의원은 "김진갑의장은 동료의원들에게 모범적인 의정 활동을 함은 물론 의리와 소신을 바탕으로 더 낮고 겸손한 자세로 군민 여러분의 곁을 지켰다"면서 "행정사무감사, 시정질문 등을 통해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를 개선하는데 앞장서온 가운데 농업 진흥과 함께 농업인들의 권리 증진을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이 시집은 딸 김초엽과 아버지 김진갑이 만나는 가교 역할을 했다. 김진갑의 '못다한 정', '어머니', '좌우명', '남촌에서 화풍이 불어', '운산회심(雲山懷心)' 등 5편의 시가 소개됐다.
'못다한 정
어쩌려고
또 봄은 오는가
꽃 피는 남산
잎 피는 서산
아지랑이는 동상
봄 오니 더 서럽고
밤 깊어 눈물 어리네
말 듣고 정 주면
그립지 않으련만
어인 인생의 서러움이
이리도 기나긴지
못다한 정
어쩌려고
또 봄은 오는가('못다한 정')'
화창한 봄 벚꽃은 피고 하늘은 더없이 맑고 푸른 날 당신이 생각난다. 나에게 봄의 따스함을 주었던 그대. 당신을 기억한다. 하지만 벚꽃은 화들짝 피었다가 뭇 여인의 마음 달궈놓고는 대책 없이 가버린다. 바람까지 불량이면 삼일천하 길어봤자 5일 천하다. 벚꽃이 필 때면 어김없이 봄비가 온다. 속절없이 가는 봄이 야속할 뿐이다. 오늘도 코로나로 힘들어도 봄은 어김없이 왔다가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