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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 전북문화관광재단 소식지 '마중 42호(1월 29일자)'에 '문화로 만나는 전북의 소 이야기' 발표
이종근의 행복산책
2021. 2. 1. 00:43
사람들은 풍족할 때 희망도 의미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희망은 풍족한 상태에서 찾아오지 않는다. 풍족한 사람은 희망하지 않는다. 이미 채워졌기 때문이다. 지금 아픈 사람이 건강을 희망한다. 불행 속에 있는 사람이 행복을 희망한다.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 새로운 만남을 희망한다. 희망은 결핍 속에서 빛난다. 어느 때보다 희망이 필요한 시대다.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다. 문화로 만나는 전북의 소 이야기를 쓰는 까닭이다.
이중섭보다 다 소를 먼저 그린 고창출신 진환(1913-1951)은 이쾌대가 사랑한 화가, 이중섭이 본받으려한 화가로, 40년대 같은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홍익대를 미대를 창설한 사람이다. 그는 같은 시기 교우한 이중섭보다도 소를 오히려 먼저 그린 화가다. 이중섭은 소를 소재로 한 그림을 그려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오히려 진환은 이중섭보다 먼저 소를 소재로 한 그림을 그려왔다.
진환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중섭의 소 그림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소[牛] 그림은 이중섭의 작품이 가장 잘 알려졌지만, 그보다 먼저 소를 그린 화가가 진환이다. 남아 있는 진환의 작품 중 태반이 소를 그린 것이고, '소의 일기'에서는 소의 '힘차고도 온순한 맵시'를 예찬하기도 했다. 근대미술연구가 황정수는 "소는 이중섭만 다룬 독특한 주제가 아니다. 당시 일본에선 소와 말을 그리는 게 유행이기도 했다. 진환은 고향 고창에서 경험한 향토성을 소에 많이 반영했다. 진환은 이중섭보다 먼저 유학한 세 살 많은 선배이자 동인에서 함께 활동한 동료였다. 진환은 50년대 이전에 소를 그렸지만, 이중섭은 50년대 이후에 소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중섭이 진환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중섭의 ‘가족과 서귀포’라는 작품과 진환의 ‘천도와 아이들’이라는 작품을 비교해서 보면 많은 유사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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