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토리
청구풍아
이종근의 행복산책
2020. 6. 12. 07:01
'청구풍아(靑丘風雅)'는 신라말기 최치원에서부터 조선초기 성간에 이르기까지 시들을 한문 원문과 함께 해설하는 자료다.
저자 김종직은 훌륭한 문학은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닌, 올바른 성정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청구(靑丘)’는 우리나라를, ‘풍아(風雅)'는 품격 높은 시를 의미한다. 시경을 분류할 때 대표적으로 분류하는 방법에는 육의(六義)가 있다. 이 육의는 시경에 담긴 여섯 가지 뜻이라는 것으로 시의 성질에 따라 풍아송(風雅頌)과 서술방식에 따라 부비흥(賦比興)으로 나뉜다.
전북 관련 시가 많이 보인다.‘적막한 예스런 길 솔뿌리 얼기설기 하늘 가까워 북두는 손에 잡힐 듯 뜬 구름 흐르는 물 따라 산사에 이르니 붉은 단풍 푸른 이끼 스님은 뵈지 않네. 가을바람 스산히 해를 불어 떨어뜨리고 산달 점점 밝아오자 납의 쓰린 울음소리, 기이하여라, 눈썹 다북한 한 늙은 스님은 오래토록 시끄런 인간사 따윈 꿈에조차 없으시네’ 정지상의 ‘변산 소래사에서(題邊山蘇來寺)’다. 현실적 욕망 따위는 꿈에조차 생각도 않는 고덕대승의 절연한 모습과 감각적 터치가 압권을 이룬다.
권근은 '진포에서 왜적선을 격파한 원수 최무선을 축하하며-공이 처음으로 화포를 만들었다'를, 권우는 '개암사에서 묵고'를, 김극기는 '미륵사 늙은 주지에게 드리다'를, 윤소종은 '장사(長沙)감무로 좌천되는 정언(正言) 이존오(李存吾)와 이별하고'를, 설장수는 '임실군에서 묵으며 동헌에 있는 권회무선생 시에 차운하다'를 각각 지었다.
오세재(吳世才, 1133∼?)의 ‘병목(病目, 병든 눈)’은 자신의 비참한 삶이 소개된다. ‘늙음과 병은 같이 온다지만, 평생토록 베옷 입고 벼슬 못할 줄이야. 검은 꽃 눈을 가려 자주 흐려지고, 눈동자엔 광채마저 적어젔노라. 등잔 앞에 가까스로 비쳐보지만, 눈 온 뒤의 햇빛 보듯 보기 어렵도다. 과거 발표 기다려 보는 일 끝난다면, 눈 감고 세상 일 잊는 법 배우리라’그의 본관은 고창이며, 해좌칠현(海左七賢)의 한 사람으로 이인로 등과 시주(詩酒)를 벗삼으며 가난 속에 살다가 죽었다. 고창오씨는 오학린을 시조이자 입향조로 하는 세거 성씨다. 5세손으로 오세공, 오세문, 그리고 오세재 등 3형제는 모두 한림학사(翰林學士)로 문장과 덕망을 세상에 떨쳤다. 하지만 고창오씨 후손들은 동학 농민 혁명에 가담한 사람들이 많았고, 현재 모두 타지로 떠났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전북 곳곳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누구나 시심을 품을 수 있기를 갈망한다./이종근(삽화 새전북신문 정윤성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