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여행
요즘 저 너무 잘 나갑니다. 여우바람타고 많은 곳을 보러 다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는 진안 백운에서 구름을 탔는데, 어제는 전남 송광사에서, 순천정원박람에서, 오늘은 전주 최부잣집과 전동성당, 전동성당사제관에서, 고창 아산에서 신선이 됐네요.
구름속에서 참선한다는 선운의 품 참좋습니다. 사천왕상의 째려보는 노파며, 영산전의 한산습득도며 도솔암과 마애불상까지 구름타고 유람중입니다.
미륵불이 있는 도솔천궁에서 불도는 닦지 않았지만 형형색색 동백 등 꽃지짐이 한폭의 수채화를 이루고 있네요. 봄 풍경이 참 알싸하게 다가옵니다. 물빛 저만치 담긴 신록은 햇살을 머금어서인지 고운 당신의 모습처럼 황홀합니다.
물은 저녘이면 달도 띄우기도 합니다. 이규보의 영정중월이란 시는 '산속의 스님이 달빛을 탐해 하나가득 병속에 깊이 담았네. 그러나 절에 이르면 바로 알거니 병을 기울이면 달 또한 비게 된다는 것을'이라고 읊었습니다. 수행과 노력이 따르지 않는 관념적인 사실만을 진리로 받아들임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래도 물속에 달이 비친 꿈은 하는 일마다 순조롭게 풀려 나감을 암시합니다. 삼라만상에 내 몸을 의지하고 물 속의 하늘에 내 맘을 온전히 던지웁니다.
특히 선운사 사천왕문이 잊혀지지 않는군요.천왕문은 불국토를 지키는 동서남북의 사천왕을 모시는 문으로 사악한 마군을 방어하다는 뜻이 담겨있으며, 사바 세계와 정토를 구분짓고 있네요.
동방의 지국천왕 서방의 광목천왕 남방의 증장천왕 북방의 다문천왕 등 저마다의 권속을 거느리며 거짓으로부터 벗어나 완전한 자아를 깨닫게 만듭니다.
증장천왕은 용과 여의주를 들고 만물을 소생시킨다고 하며 음녀상의 형상이 있으며, 광목천왕은 악인에게 고통을 줘 구도심을 일으킨다고 하며 탐관오리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탐관오리의 형벌받는 모습이 백미입니다. 죄짓지 말고 선하게 살라는 메시지에 다름 아닙니다. 기둥을 손으로 들고 죄를 받는 비련의 여인과 대비가 되는군요.미망 속에 헤매는 나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참 나를 깨달아 진리와 하나되라는 탐관오리의 모습에 많은 생각이 오갑니다.
여름 무렵이면 김제 청운사에서 백련의 은은한 향기와 함께 구름을 다시 타볼 생각입니다.
저 구름타고 있는데, 잘 보이시나요. 동백꽃은 비바람에 똑똑똑 떨어질지라도, 당신이 품은 긍정의 힘과 구김살없는 미소는 내 맘 깊은 곳에서 감로수처럼 똑똑똑 나를 사로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