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허산 정재석이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전주 청목미술관에서 열 두 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진안 용담댐의 봄, 진안 가
막리의 길, 순창 동계, 군산의 가을, 임실 성가리의 겨울, 임실 오수, 슬치, 남관, 옥정호 등 전북 산하에 대한 애정과 자기 성찰을 담아 '여름 풍경'과 '어느 겨울날'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시나브로, 고즈넉하고 적막이 감도는 화면 공간엔 투명한 대기를 뚫고 나오는 청량한 감각이 온 몸을 감싸는 듯한 여운이 스며든다. 편안한 구도에 여백을 잘 살리는 한편 섬세하면서도 담담하고 유연하게 채색, 친근감을 주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통 기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우리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현대적 감성을 얹혀내기 위해 노력했다. 오늘날 인간성의 상실이나 소외에서 오는 혼란스러움이 만연한 사회에서 벗어나 고향의 숲속을 천천히 산책하는 것 같은 시간을 느낄 수 있을 터이다.
작가는 땅과 나무, 시골 동네의 집들을 주로 그린다. 인류의 근원이자 어머니와 같은 대지, 바로 고향이 주 소재다. 향수와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보여준다. 산과 강, 풀과 나무, 햇빛과 바람, 문화유적 등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재해석, 수묵으로 표현한다. 따뜻한 정감과 함께 작은 바람에도 움직이는 실경산수 속 무릉도원 등을 느낄 수 있다. 화려한 채색보단 먹의 농담으로 산수의 묘미를 살렸다.
먹의 스케치와 수십 년 다져온 필묵의 감성적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에 대한 살아있는 감동을 사실감 있게 그려내는 작가는 실경산수화의 의미를 관념이 아닌, 실제의 경치를 그린 데에서 찾는다. 실경을 살아있는 경치로 그려내려면 현장을 직접 찾아가서 뛰는 심장으로 느껴보고, 요점을 골라내는 체득 과정과 진화가 필요하다.
작가의 큰 미덕은 어디까지나 현실과 일상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작품마다 짙은 현장감이 살아있다. 기교를 자랑하기보단 조용히 흐르는 호수 같아서 자연 사랑의 참뜻이 배어나는 그림을 그렸다. 이내, 전통 수묵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선과 색이 어우러져 서정적인 이미지로 자연의 희로애락(喜怒哀楽)을 보여준다.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재현한 이미지는 자연이 담고 있는 무수한 에너지 즉 생명의 순환과 같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수묵을 사용함에 있어 본인만의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낸 강렬하고 대담한 필법은 강산이 손에 잡힐 듯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고향에 감사하는 마음, 무심코 지나쳤을지 모를 아름다움을 작품으로 애호가와 나누고 싶었다”면서 "전체적인 실경을 훼손시키지 않되,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고, 배제할 부분은 과감하게 버렸다. 항상 실경과 같은 듯하나, 같지 않다”고 했다.
작가는 임실 출신으로, 우석대 한국화과와 군산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라북도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부산시미술대전 심사위원장 등 각종 공모전 심사 및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특선, 우수상, 현대미술대전 대상, 동학미술대전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우석대 교육대학원과 원광대 미술대학에서 강의를 맡고 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현재 한국미술협회, 한국화협회, 전업미술가협회, 우묵회, 기운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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