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나태주의 '풀꽃')’
'풀꽃' 시를 외우노라면 어느 새 내 마음에도 연녹색 풀물이 들고 평화가 찾아온다. 다시 다짐해본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풀꽃을 대하듯이 내 맘 속으로 희망을 말하리라. 행복을 노래하리라. 풀꽃 반지, 풀꽃 향기, 풀꽃 사랑, 풀꽃노래, 풀꽃 웃음 … 하고 적다가 문득 '풀꽃 같은 삶'에서 나의 눈길이 멈춘다. 풀꽃 같은 삶이란 어떤 것일까. 그저 순하고 부드럽고 여린 낭만적인 모습의 삶은 아닐 터이다. 때론 척박한 땅 속으로 깊게 뿌리 내릴 수 있는 강인함, 아픔을 견디는 인내, 도전을 두려워 않는 용기를 지녀야만 감히 풀꽃을 닮은 삶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는지?
지암 황의창화백이 18일부터 31일까지 ‘길 위에 갤러리 레드박스(전북대 삼성문화회관 옆)’에서 갖는 5번째 개인전은 접시꽃, 목련, 수련, 해바라기 등 작은 풀꽃으로 세상을 꽃지짐한다.
작가는 “그냥 풀꽃이지만, 내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면 하나하나 예쁘지 않은 꽃이 없다. 나도 풀꽃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길가에 널려있어, 늘 가까이 있어 자세히 봐야지 예쁘고 오래 봐야 사랑스러울지 모르겠지만 오래도록 지치지 않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풀꽃 같은 사람 말이다.
오늘도, 비록 그 진가를 잘 알 수 없다고 해도 혹시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척박한 땅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인내를 통해 꽃을 피우기를 다짐해본다. 풀꽃이 있어 좋고, 새싹이 있어 좋은 봄입니다. 희망의 싹이 돋아난다. 불꽃보다 힘차고 더욱 뜨겁게 솟아오르는 내 이름은 그냥 풀꽃이다.
‘원시’ 시리즈는 보르네오섬, 뉴질랜드 등을 스케치여행을 하면서 가져온 천연 물감에 개성을 가미, 더욱 더 강한 스펙트럼으로 다가온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과 공작 시리즈, 꽃과 나비 시리즈, 장미, 백합, 엉겅퀴, 학 등은 색감이 더욱 도드라진다.
오늘 억새는 아침 맞아 기지개 펴는 어린 아이인 양 초겨울의 햇살과 갈 바람을 즐기며 서서히 패어가고 있다. 하늘 아래 영롱하게 반짝이는 억새가 가져다준 것은 파란 빛과 누런 빛, 신구의 절묘한 조화일세. 솜사탕 꺼풀 벗기듯 먹구름이 바람에 날아가면 숨어 있던 두터운 구름이 나타나고, 날린 구름은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햇살의 절친한 친구되어 조화를 부린다.
꽃으로 생의 기쁨, 환희를 담아내는 작가의 계절의 풍경은 물론 봄 햇살에 일렁이는 물결이 새로운 생명으로 분출된다. 봄을 맞아 풀린 개천, 햇살 따사롭던 물결과 그 속에 은성하던 물고기, 거기서 놀던 어린 친구들은 모두 한 생명붙이다. 인간 누구나가 갈구하는 것은 희망이란 글자. 생활 주변에 행복의 요소가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모르지만 바쁜 삶을 영위하다 보면 그냥 무심결에 기나치기 일쑤다. 작가는 그림에 몰두하면서 행복에 흠뻑 빠져들고, 더군다나 그 행복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있으니,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더 이상 그 무엇을 바라겠는가
작가는 “풍광이 가지고 있는 정감을 화폭에 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계의 순환에 따른 색조의 변화나 그 형태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하나의 뚜렷한 느낌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순수일 수도 있고, 원형일 수도 있다. 나는 이런 것들이 느낌으로 대표된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같은 느낌을 농축하고 있다. 계절이 언제인지 모르게 내 가슴 속에 와 있음을 느낀다면 더 없이 흐뭇하겠다. 숲에서 걸러진 아주 맑은 바람으로 비벼댄 것 같이 화폭은 맑고 싱그럽다. 일종의 나만의 독특한 자연해석법인 셈이다”고 했다.
작가는 한국미술협회, 전업미술가협회 회원으로 1978년 1회 개인전(전주 아담다방), 1994년 2회 개인전(전북예술회관), 1995년 3회(전주 갤러리고을) 개인전, 2019년 제4회 개인전(길 위에 갤러리 레드박스)을 가졌다. 또, 한일교류전, 한국홍콩교류전, 한중수교 5주년 기념 초대전, 태국 국왕 즉위 50주년 기념 초대전 등 해외전도 참여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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