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봉(筆峰)마을(임실군 강진면 상필·하필)은 마을 뒷산 이름인 필봉산에서 유래합니다. 마치 글을 쓰기 전 가다듬은 붓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풍수적으로 붓처럼 생긴 형상은 오성(五星)가운데 목성(木星)에 해당됩니다. 문필봉이 보이면 후손 가운데 학자나 선생이 많이 배출된다고 합니다.
필봉마을은 임실군 강진면에 있는 마을입니다. 강진면은 전라남도 강진군과 음은 같으나 한자는 각각 강진군(康津郡)과 강진면(江津面)으로 다릅니다. 또한 이곳을 갈담(葛潭)이라고 부릅니다. 갈담이란 ‘물’을 뜻합니다. 이곳이 섬진강 상류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며 강진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섬진강변에 위치한 강진면은 섬진강 이미지가 가장 많은 면입니다. 이 지역에서 ‘섬진강 시인’이라는 불리는 김용택 시인이 태어나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필봉마을은 상필과 하필마을로 나뉩니다. 필봉산 꼭대기에서 볼 때 높은 곳은 상필, 조금 낮은 곳은 하필이라고 1914년 행정개편 때 붙인 이름이라고 입니다. 원래 물의 흐름에 따라 붙이면 상필과 하필마을은 바뀌어야 맞는데, 마을사람들에 의하면 고을 원에 가까운 곳이 상필, 상필보다 조금 떨어져 하필이라고 명명했다고 합니다.
필봉마을은 호남좌도를 대표하는 필봉농악으로 유명합니다. 필봉농악과 관련된 마을은 상필 마을입니다. 현재 상필 마을 마을회관 맞은편에 1960년대에 지어진 과거 마을회관이 필봉농악의 산실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 의미를 무시한 채 방치하고 있어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최근에 ‘필봉농악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방치된 마을회관을 필봉농악 시원(始原)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조그만 유물관으로 꾸몄으면 합니다.
필봉농악은 정초에 치는 마당밟이, 정월 아흐레에 치는 당산제굿, 음력 정원 대보름날에 치는 칠밥걷이굿, 보름날 징검다리에서 치는 노디고사굿, 보름 지나서 다른 마을에서 치는 걸궁굿, 여름철 김매기에 치는 두레굿, 섣달 그믐에 치는 매굿, 큰 농악을 치기 전에 치는 기굿, 큰마당에서 치는 연희적인 판굿 등으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현재는 마을 맞은편에 필봉농악 문화촌이 조성되어 호남 좌도 굿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상필마을 입구에서 우뚝 솟은 필봉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입구에 마을숲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수종은 느티나무이며 전형적인 수구(水口)막이 역할을 합니다. 마을숲 중에 가장 큰 나무로 당산으로 모셔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필봉마을 당산굿이 진행되는 곳입니다. 또한 여기에 돌탑이 함께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마을 앞 건너 작은 산은 여시(여우)형국이라 ‘여시발동’으로 불리는데, 이곳의 나쁜 기운이 마을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조성된 것입니다.
마을숲을 중심으로 ‘필봉농악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마을숲을 보강하는 작업도 함께 추진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상필마을 너머에 하필마을이 있는데, 이곳에도 조그만 마을숲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하필마을에서도 필봉산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하필마을은 필봉산 맥을 타고 내려와 좌청룡 줄기에 자리 잡았습니다. 마을숲은 우백호 맥에 자리합니다. 수령이 300년 이상된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도토리나무 등 3그루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하필마을 우백호 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간혹 상수리나무로 마을숲이 조성된 경우도 볼 수 있는데, 수령 300년 이상 된 상수리나무는 흔치 않습니다. 이는 하필 마을에서 마을이 형성될 때부터 매우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보존되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필봉산 아랫자락에서 형성된 필봉 마을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신명을 타고 자라 한가락쯤은 자연스럽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전통이 후세들에게도 이어기질 기원해 봅니다./이상훈 마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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